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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파격'없이도 깊게 스며드는 '헤어질 결심'


[조이뉴스24 김지영 기자] 멜로 장르를 표방하지만, 노골적인 애정신과 직접적인 표현 없이 사랑을 이야기한다. 영화에서 두 눈을 사로잡는 건 화려한 미쟝셴 뿐이지만, 그 자체로 여운을 더 짙게 만든다. 영화 '헤어질 결심'이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은 산 정상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 해준(박해일 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평소 산을 좋아하던 남성은 실수로 발을 헛디뎌 숨을 거둔 것일까, 극단적 선택일까,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서 피살됐을까.

피해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는 남편의 사망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참고인 조사 중 어렴풋이 미소를 짓거나 가정폭력의 흔적들이 곳곳이 발견된다. 해준은 서래를 참고인과 피의자 사이에 두고 관찰한다. 그러던 해준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래에게 빠져들고 완벽하던 해준의 커리어는 서래로 인해 붕괴된다.

'헤어질 결심' [사진=CJ E&M]
'헤어질 결심' [사진=CJ E&M]

'헤어질 결심'은 이번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극의 첫 시작부터 이목을 사로잡는 화려한 미쟝셴과 과감한 컷 편집, 모험적인 앵글 구도는 왜 '헤어질 결심'이 칸에서 극찬받았는지 단번에 이해하게 만든다. 화려한 장면의 구성은 극에 더 빠져들게 만들고 영화를 관통하는 메타포인 산과 바다, 이를 상징하는 색상들은 곳곳에 배치돼 보는 재미를 더한다.

'헤어질 결심' 미쟝센의 절정은 엔딩이다. 부감으로 촬영한 평온한 바다, 그 사이를 가로지른 도로 위 서래와 해준의 차. 잔잔한 파도가 치던 바다에서 서래를 찾아 나선 해준은 밀려드는 파도에 마음도 점점 더 복잡해진다. 그러면서 영화의 OST가 커지고 막이 내림에도 쉽게 극장 문을 나설 수 없다.

영화 '헤어질 결심'이 오는 29일 개봉한다. [사진=CJ ENM]
영화 '헤어질 결심'이 오는 29일 개봉한다. [사진=CJ ENM]

연출구성이 화려하게 이어지지만, 해준과 서래의 이야기는 다소 평온하고 잔잔하다. 격정적인 장면들로 사랑을 이야기해왔던 박찬욱 감독의 전작과는 무척이나 다르다. 서로에게 조금씩 천천히 빠져들게 만드는 이들의 모습은 지루함보다 관계에 더욱 집중하게끔 한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해준이 서래의 곁에서 들숨과 날숨을 맞추며 평온하게 잠드는 것, 해준이 쏟아내듯 속마음을 토한 뒤 비로소 그와 본인의 마음을 알아차린 서래의 상황이 엇갈리게 그려지면서 "성숙한 사랑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는 박찬욱 감독의 뜻이 관객에게도 서서히 스며든다. 눈빛, 대사, 분위기만으로 노골적인 장면 없이 충분히 감정적이고 에로틱한 긴장감을 전달할 수 있었던 건 박찬욱 감독과 정서경 작가만이 할 수 있는 표현법으로 보이며 이는 관객에게 더 짙은 여운을 남긴다.

'헤어질 결심'이 탕웨이의, 탕웨이에 의한, 탕웨이를 위한 영화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극 중에서 탕웨이는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불쌍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살인자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또 완벽했던 해준을 단숨에 무너지게 만드는 인물이 다름 아닌 서래라는 것. 서래가 탕웨이가 아니면 상상이 안 될 정도다. 한국어를 할 때는 어색하고 어설프다가 중국어를 할 때는 상반된 분위기를 자아내며 눈빛과 표정, 주변의 분위기까지 그만의 것으로 만든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의 전작 '아가씨', '박쥐', '친절한 금자씨'와 확연히 다른 색을 자랑한다. 하지만, 격정적이고 휘몰아치는 감정선 없이도 그 자체로도 엄청난 매력을 자랑하는, 수많은 이들에게 또 하나의 인생작으로 남을 영화임이 분명하다.

'헤어질 결심'은 오는 29일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김지영 기자(jy100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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