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 '이브' 박병은, 22년 만에 올라선 주연…그럼에도 중요한 건


'이브' 박병은 "주연·조연? 분량 중요치 않아…소화 잘 하는 게 목표"

[조이뉴스24 김지영 기자] 배우 박병은이 22년 만에 주연을 꿰찼다. 수많은 논란을 감안하고 자리한 드라마 '이브'는 그에게 큰 깨달음과 배움을 줬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이브'(극본 윤영미, 연출 박봉섭)는 13년의 설계, 인생을 걸고 펼치는 이라엘(서예지)의 가장 강렬하고 치명적인 격정 멜로 복수극. 박병은은 극 중 재계 1위 LY그룹 최고 경영자 강윤겸 역을 맡았다.

배우 박병은이 tvN 드라마 '이브' 종영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이브'는 시작 전부터 좋지 않은 이슈로 이목을 끌었고 꼬리표를 단 채로 포문을 열었다. 사생활 논란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서예지의 복귀작이었기 때문. 드라마 본방송을 앞두고 의례 진행하는 제작발표회도 후반 작업 등 촬영 스케줄을 이유로 취소됐다. 우려를 안고 시작한 '이브'는 첫 회부터 선정성 논란으로도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

배우라면 본인이 연기하는 캐릭터와 작품의 주목을 원하겠지만, 논란이 예상된 드라마에 임하는 배우로선 걱정과 우려가 컸을 터다. 박병은은 서예지의 출연이 확정된 상태에서 '이브' 출연을 결정했고 이와 같은 논란들이 일어날 것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작품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수많은 논란을 예상하고도 '이브'를 선택한 이유는 오래도록 남은 갈망 때문이었다. 데뷔 후 지금까지 격정적인 멜로 연기를 하지 못했고 남자로서, 배우로서의 바람이었다. 박병은은 '이브'의 대본을 보자마자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외적인 화제성이나 베드신 등도 대본을 읽으면서 충분히 예상했다"라며 "강윤겸이라는 인물에 연민을 느껴 출연하겠다고 결심했다"라고 설명했다.

배우 박병은이 tvN 드라마 '이브' 종영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강윤겸은 철저한 자기관리로 단 한 번의 스캔들 없이 가정과 일에만 충실해 온 남자. 그러나 부모의 처참한 죽음 후 인생을 걸고 설계한 이라엘(서예지 분)을 만난 후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극이 진행될수록 서로의 감정에 빠져들고 파국으로 치닫게 되니 박병은은 극 초반 감정을 응축하려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극 초반에는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고 나중에 크게 드러나게 설계했다. 점점 하면서 감정의 폭이 커져서 기분이 좋았다"라며 "이 작품에서는 여러 가지 감정들을 터트릴 수 있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이 계속 마음에 남아있다. '이브'를 하면서 나이 들수록 없어지던 열정적인 사랑의 감정이 아직 제 마음속에 남아있다는 것을 알았다"라고 만족스러웠던 부분도 함께 밝혔다.

그러나 박병은은 강윤겸의 감정 라인을 점점 더 세게 표현하는 방식에 명확한 확신이 들지는 않았다고. 그는 "의구심이 있기는 했다. 너무 표현이나 감정을 누르는 게 아닐까 했는데, 그건 제가 선택해야 할 문제였고 그저 지금과 같은 방식이 제겐 최선이었다"라고 덧붙였다.

박병은이 설계한 강윤겸의 감정 흐름에 박봉섭 감독이 크게 터치는 하지 않았다고. 배우의 의견과 감정을 존중하는 의미였다. 박병은은 박봉섭 감독에게 어떠한 디렉션을 받은 것보다 놓치고 가는 게 있을 때만 조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장면을 찍을 때 감정이 너무 거세면 다음 촬영 장면에서 놓치고 가는 부분이 있다. 완벽하게 할 수 없으니까. 그럴 때 감독님이 디테일하게 잡아주셨다"라며 베드신을 촬영할 때도 정확하게 콘티를 그려줘 수월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배우 박병은이 tvN 드라마 '이브' 종영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박병은은 함께 호흡을 맞춘 서예지에게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누구보다 연기에 진심이고 열정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특히 서예지는 현장 집중 능력이 뛰어나고 대본이 너덜너덜할 정도로 연습벌레라고 귀띔했다. 또한 극 중 장면의 컷이 바뀔 때마다 여러 번 촬영하는데, 서예지는 박병은이 컷 촬영할 때마다 몰입할 수 있도록 자기 얼굴이 카메라에 잡히지 않음에도 눈물을 흘려주고 감정연기를 함께 했다. 박병은은 "덕분에 절절한 감정 표현이 잘 됐다. 끝나면 항상 고맙다고 말했고 서예지 씨도 '선배님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라고 떠올렸다.

유선 역시 연기에 진심인 것은 마찬가지. 박병은은 "유선 씨에게 연기를 대하는 신인의 자세를 볼 수 있었다"라며 대단함을 넘어 놀라워하기까지 했다. 그는 "유선 씨 집에 대본을 보는 공부방이 있다고 하더라. 거기 들어가서 계속 대본만 본다고"라며 "유선 씨가 맡은 한소라는 감정이 거센데 많이 찍으면 하루에 네 장면을 찍는다. 그러면 체력도 엄청나게 떨어진다. 그래도 정신을 부여잡고 한다. '어떻게 저렇게 열심히 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반성도 했다. 유선 씨도 다른 사람 바스트샷 찍을 때 똑같이 감정을 잡아준다. 오죽하면 제가 '그만해. 죽어'라는 말까지 했겠나. 그래도 유선 씨는 '그래도 미안하잖아'라며 똑같이 해준다"라면서 유선의 인성을 칭찬하며 존경심을 함께 내비쳤다.

배우 박병은이 tvN 드라마 '이브' 종영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서예지, 유선 등과 완벽하게 맞춰나간 '이브'였다. 절정으로 감정이 치닫고 결국 강윤겸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박병은은 이와 같은 엔딩도 예상했다고. 그는 "어떤 방식으로든 죽을 것 같았다"라며 "윤겸의 선택이 처절하기도 했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행복할 방법이 없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제가 윤겸에 너무 빠져들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가는 게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떠안고 가는 느낌이 좋았다"라고 만족했다.

그에게 '이브'는 동료들과 함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작품이었다. 그리고 데뷔 24년 만에 주연으로 당당히 내 건 작품이기도 하다. 여러 드라마, 영화에서 임팩트 있는 조연으로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그는 '이브'로 주연을 맡았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배우 본연의 모습을 보였다. 박병은은 "주연이든 조연이든 중요하지 않다. 분량이 많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라 어떤 캐릭터를 잘 소화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라며 "앞으로도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멋있게 해내고 싶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김지영 기자(jy100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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