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앞에 닥친 '스태그플레이션'…"韓, 올 하반기 진입 가능성 높아"


물가상승률, 이미 장기 평균 상회…생산성 제고 등 공급측 개혁 정책 필요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수십 년만의 스태그플레이션 발생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경제가 올해 하반기 2% 초반 성장으로 잠재성장률 이하로 성장할 경우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으로 진입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채소 물가 상황을 점검했다. [사진=뉴시스]

17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스태그플레이션의 경험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물가상승률 ▲GDP 차이(실제GDP-잠재GDP)를 기준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여부를 분석한 결과, 물가상승률 측면에서는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반기 성장률에 따라 한국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진단됐다.

한경연은 세계 무역이 급성장한 2000년 이후 통계를 기준으로 했을 때 올해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4%(전년동기비)로, 물가 측면의 스태그플레이션 판단 기준치(물가상승률 장기평균 2.34%+표준편차 1.25%)인 3.59%를 상회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7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6.3%를 기록하면서 물가상승폭이 커진 만큼 올해 하반기에도 물가 측면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기준이 충족될 것이라고 봤다.

올해 2분기 성장률은 2.9%(전년동기비)를 기록해 2%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올해 2분기까지는 GDP차이가 '플러스(+)'를 기록해 스태그플레이션 기준을 충족하지 않았다"며 "하반기에는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래프=한경연]

한경연은 물가상승률이 둔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성장률이 2% 초반까지 하락한다면 GDP 파이가 '마이너스(-)'로 전환돼 물가와 성장률 모두 스태그플레이션 기준을 충족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경우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의 스태그플레이션 수준은 아니지만 체감상으로 이에 준하는 '준(準)스태그플레이션(quasi-stagflation)' 상황에 돌입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아직 본격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은 아니지만 하반기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이 낮지 않은 만큼 정책적 대비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스태그플레이션은 과도한 유동성이 풀린 상황에서 공급 충격이 가해지면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유동성 축소가 가장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이 과정에서 단기적 경기 침체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프=한경연]

이와 함께 1980년대 초 볼커 연준의장의 강한 통화긴축과 1981년 출범한 레이건 행정부의 공급주도 경제정책을 통해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빠져나왔던 미국의 사례도 주목했다. 또 생산성 향상을 통해 비용 상승 요인 흡수와 공급능력 증대를 꾀하고 규제개혁을 통해 시장의 역동성을 제고하는 한편,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비효율적인 재정지출을 억제하는 공급주도 경제정책이야말로 스태그플레이션 시대에 가장 적합한 정책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1981년 미국 레이건 행정부가 공급측면의 개혁을 추진한 것과는 달리, 당시 프랑스의 미테랑 정부는 스태그플레이션 극복을 위해 케인지안식 수요 확대, 최저임금 인상, 각종 복지의 확대과 함께 노동조합의 권한 강화 등 전통적 수요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레이거노믹스의 미국이나 대처 수상이 강력한 경제개혁을 추진했던 영국이 스태그플레이션을 벗어난 것과는 대조적으로 프랑스는 1985년까지 1%대 성장에 그쳤다.

또 1981년 파판드레우 총리(사회당)가 집권한 그리스의 실패 사례도 주목할 부분이다. 한경연은 그리스처럼 복지확대, 재정지출 확대 등과 같은 수요 정책으로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태규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만약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으로 진입한다면 단기적 고통을 감수한 개혁을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한다"며 "프랑스, 그리스 등의 사례와 같이 수요 확대, 재정지출 확대 등의 대증요법에 기댄다면 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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