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 한재림 감독, '비상선언'으로 전하고 싶었던 희망


'비상선언' 한재림 감독 "전혀 예상 못했던 코로나19, 억울함도 있었지만"

[조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영화 '관상', '더 킹' 등을 연출했던 한재림 감독이 재난 영화 '비상선언'으로 관객과 다시 마주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창궐하기 전 빌드업한 시나리오는 우연히 현재의 시기와 맞아 떨어져 경각심을 주고 밝은 날이 올 것이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최근 개봉한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재난상황에 직면해 무조건적인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를 두고 벌어지는 리얼리티 항공 재난물. 지난해 제74회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한재림 감독이 영화 '비상선언'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영화는 저마다의 사정으로 찾은 승객들로 인해 붐비는 공항, 기대와 설렘을 안고 비행기가 이륙하자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온다. 밀폐된 공간인 기내 안에 정체 모를 바이러스가 퍼졌기 때문. 바이러스를 퍼트린 류진석(임시완 분)은 사망하고 만다.

10년 전 시나리오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흡사하다. 호흡기와 비말 등을 통해 감염이 되는 것, 이 때문에 입과 코를 막아야 그나마 바이러스를 피할 수 있는 점은 물론이거니와 코로나19 확산으로 갈등을 빚은 사회의 전반적인 이면들이 영화에 담겼다.

급하게 착륙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어느 한 곳도 쉽게 받아주지 않고 절망을 향하던 중에도 한 줄기 빛은 있었다. 최근 조이뉴스24와 화상 인터뷰로 만난 한재림 감독은 지금의 사태를 의도하고 영화를 연출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국민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하는 '비상선언'처럼 힘을 북돋아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재림 감독이 영화 '비상선언'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비상선언' 시나리오가 10년 전 탄생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부분을 각색하셨나요?

'관상' 전에 '비상선언' 시나리오를 받았다. 그때는 단순히 항공기 테러 사건이었다.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일,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 바이러스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그려져 있었다. 각색 과정은 큰 틀에선 비슷했다. 처음엔 영화의 끝을 어떻게 내야 할지 모르겠어서 고민을 했다. 그런데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재난과 한국 사회를 보면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떠올라 영화화를 결정했다.

-영화적 상상으로 탄생한 재난이 실제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당황스러우셨을 것 같아요.

굉장히 영화적 상상이었지 않나. 그런데 지금은 전염을 누군가에게 시키고 전염을 당하지 말아야지 하는 심정들이, 비슷한 사건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 현실을 눈으로 묵도했을 때 기가 막힌 감정도 들었고 굉장히 마음 아프기도 했다. 공감했던 것은 제가 그리려고 했던 것처럼 '그래도 우리는 재난을 성실하게, 의미 있게, 잘 이겨내고 있다'는 게 상상했던 것처럼 이뤄져 안도하기도 했다.

-극 중 빌런 류진석 역을 맡은 임시완 씨의 연기가 뛰어나 호평이 많습니다. 극에선 초반부에 등장하고 빠지는데요. 이렇게 설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류진석은 재난의 상징이다. 재난은 여느 자연재해처럼 상관없이 오고 지나간다. 재난 후 남겨진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 것이냐는 것에 집중했다. 보통의 자연재해는 왔다가 가면 끝인데, 비행기 내에서의 재난은 확장되는 구조를 가진다. 한 사람한테 비행기 내부, 비행기 안에서 밖으로 확장될 수 있다. 그래서 이 재난은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것 같다. 두려움이 만들어내는 인간성의 훼손, 이기심 등이다. 그래서 여기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아주 작은 인간성이라고 생각했다. 작은 용기가 재난을 버텨내고 사람들과 연대하면서 힘을 가진다.

-기체가 흔들리는 장면에선 몰입감이 엄청 났습니다. 촬영하기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요.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일까요?

가장 포인트는 사실감이었다. 되게 고민했던 게 SF영화를 만든다고 하면 관객들이 한 번 도 안 본 우주선을 타는 거니 믿을 것이다. 그런데 비행기는 다 타봤지 않나. 하지만 비행기를 사실적으로 그리려면 제약이 많다. 똑같이 만들어야 하고 의자도 좁고 승객과 스태프가 찍는 것도 힘들지만 위기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짐벌로 돌려야 한다. 사실 보통 할리웃 영화에서 카메라 감독이 실제로 타지 않는다. 촬영할 수 있는 기계를 사용한다. 저희는 사실감을 주기 위해서 실제 촬영감독님이 비행기 리딩을 했고 촬영감독이 몸을 타서 직접 핸들을 들고 찍어내야 했다.

한재림 감독이 영화 '비상선언'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직접 연출을 하셨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으실까요?

어느 작품이든 감독은 만족하지 못할 거다. 저도 그렇다. 그래도 한 장면을 꼽자면 비행기를 타고 출발하는 장면이 재밌었던 것 같다. 앞으로 펼쳐지는 일들에 대해 기대감도 되고 많은 과정이 있지 않지만, 긴장감을 느끼려고 했던 것 같다.

-코로나19 상황과 맞아 떨어져 예지 능력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말이 있어요.

저는 정말 억울하다. 예지를 하려고 한 것도 아니고 예언, 예고처럼 보이는 게 싫어서 장르영화를 했다. '이런 일은 안 일어나겠지' 싶었는데 이런 일이 또 일어났다. 영화화를 결정하고 캐스팅이 끝난 뒤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했다.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일어나지'라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저는 오히려 억울하다. 관객에게 새로움을 주고 싶은데 현실에 맞닿아있는 얘기로 보일 것 같다. 다음에 작품을 한다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을 하고 싶다.

-본인이 생각하시기에 한재림 감독은 어떤 감독인가요?

뭘 하나만 제대로 잘 했으면 좋겠는데 이것저것 하는 감독인 것 같아서 죄송스럽고 한 장르만 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저도 모르겠다. 이걸 하면 다음에는 다른 걸 하고 싶어서. 그냥 호기심이 많은 감독, 재밌는 것을 계속 하는 감독이라고 가볍게 저도 대답하고 싶다.

/김지영 기자(jy100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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