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 62년차 배우 나문희 "연기 힘들지만, 현장은 즐거워"


[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영화 '영웅'에서 나문희는 '눈물버튼'이다. 안중근(정성화 분)의 어머니이자 정신적 지주인 조마리아(나문희 분)가 등장하자 객석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관객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연신 눈가를 찍어낸다. 62년차 배우 나문희는 존재 자체로 조마리아를 구현해내며 관객들을 순간 몰입케 한다.

"사실 안중근 의사는 알아도 조마리아 여사에 대해선 잘 몰랐어요. 나라를 위해 자식을 등 떠밀어야 하는 현실이 기막히더군요. 그 양반은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남은 여생을 어떻게 살았을까요."

영화 '영웅'에 출연한 배우 나문희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CJ ENM]
영화 '영웅'에 출연한 배우 나문희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CJ ENM]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커피숍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나문희는 영화 '영웅' 촬영기를 전했다.

영화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다. 동명의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나문희는 영화 '하모니'와 JTBC 예능 '뜨거운 씽어즈'를 통해 감성 깊은 가창력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영화에서는 울부짖으며 열연을 펼쳐 관객들의 눈가를 촉촉하게 만들었다. 슬하에 세 자녀를 둔 나문희는 같은 어머니의 마음으로 조마리아를 이해하려고 애썼다고.

나문희는 "라이브로 노래를 하면서 연기하는 것이 어려웠다"면서도 "음은 생각하지 않고 가사와 감정 위주로 연기하려고 했다"고 과정을 전했다.

"일제강점기를 경험한 나이는 아니지만 참 고약하단 생각이 들어요. 여전히 진행중인 걸 볼 때마다 기가 막히죠. 그래도 하늘에서 많이 도와줄 거라 믿어요."

나문희는 무려 62년간 연기자로 활약해왔다. 올해 나이는 여든 둘. 하지만 연기열정은 여전하다. 나문희는 "연기는 힘들지만 현장에 가면 신이 난다"며 "내가 아직 철이 없다"고 웃음 지었다.

그는 "배우 나문희가 아닐 때는 개인적인 삶을 살아내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직접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대중 목욕탕에 가서 뜨거운 탕욕을 즐기며, 하루에 한번은 일광욕을 하고, 스트레칭을 하는 평범한 일상을 누린다고.

"(사람들이 알아본다는) 부담감은 있지만 그걸 깨고싶은 마음도 있어요.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버스도 타고, 시장도 가면서요. 그래야 연기도 일상적, 현실적,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지요."

영화 '영웅'에 출연한 배우 나문희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CJ ENM]
영화 '영웅'에 출연한 배우 나문희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CJ ENM]

오랜 세월 연기해 온 그는 "다시 태어나면 배우는 그만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울증은 아니지만, 다시 태어나고 싶지도 않다. 삶은 너무 힘들다"고도 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호박고구마'('거침없이 하이킥' 나문희 역)예요. 어짜피 삶을 사는 건 힘든데, 희극적인 요소가 많은 게 좋지 않나요."

한편, 나문희는 1961년 MBC 라디오 성우 1기로 데뷔했다.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하모니' '수상한 그녀' '아이 캔 스피크' '감쪽같은 그녀' '오! 문희',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내 이름은 김삼순' '거침없이 하이킥' '디어 마이 프렌즈' '그냥 사랑하는 사이' '나빌레라' 등에 출연했다.

2017년엔 영화 '아이캔스피크'로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대종상 등 주요 영화상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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