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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 김서형, '오매라'의 김치밥과 세상 떠난 父의 된장찌개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누구에게나 평생 잊지 못할, 혹은 추억으로 남은 '음식 한 그릇'이 있다.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에서 시한부 아내를 위해 정성으로 음식을 만들어내는 남편의 모습은, 저마다의 '힐링푸드'를 떠올리게 만든다. 배우 김서형에겐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만들어준 '된장찌개'가 그렇다.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인생의 소중한 한 조각으로 남았다.

김서형은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이하 오매라) 인터뷰를 갖고 "처음에 대본을 받고 느낀 그대로, 담백하고 소소하게 소중한걸 알려주는 드라마였다"고 말했다.

배우 김서형이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종영 인터뷰 진행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키이스트]
배우 김서형이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종영 인터뷰 진행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키이스트]

김서형은 "'오매라'는 '내가 다정이라면 삶에 있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생각하게 해줬다. 저를 칭찬해주고 싶은 작품이다"라며 "소중한 삶, 각자 잘 살아야 한다고 부추겨주고, 조그마한 응원을 안겨줬다. 시한부라는 조건이 있을 뿐, 가족들의 응원이 큰 힘을 발휘한다"라고 작품의 의미를 되새겼다.

'오매라'는 한 끼 식사가 소중해진 아내를 위해 서투르지만 정성 가득 음식 만들기에 도전하는 남편과 가족의 이야기로, 실화 에세이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김서형은 출판사 대표이자 말기 암을 선고받고 삶의 끝자락을 준비하는 다정 역을 맡았다. 남편 창욱은 살면서 단 한 번도 음식을 해본 적이 없지만 아픈 아내를 위해 건강 레시피를 개발하고, 정성으로 요리한다.

김서형은 '오매라'의 대본을 받고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 '줄리&줄리아' 영화를 떠올렸다고 했다. '줄리&줄리아'는 뉴욕의 요리 블러거 줄리가 1년 동안 다양한 레시피에 도전하게 되고 전설적인 프렌치 셰프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오매라'는 요리로 인해 성장하는, 한 남자가 레시피를 만들어가는 것이 독특하다고 생각했어요. 실화라고 하니까 '아 멋지다'라는 생각을 했죠. 영화 '줄리앤줄리아'에서 메릴스트립이 요리를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 맘 때쯤 봤는데, 대본을 받고 떠오르더라구요. '오매라'가 심심할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이런 시기에 제작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생각했어요."

드라마에서는 한석규의 요리 장면이 주를 차지하지만, 실제 김서형도 평소 요리를 즐긴다고. 그는 "평소에 저는 사람들에게 '밥먹었어?'라고 인사한다. 요리를 뚝딱 해서 '밥 먹고 가라'고 할 때도 많다라며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김치도 담그고, 만두를 빚어먹고 예전엔 반찬도 여러개 해서 먹었다. 재료를 보는 것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오매라'엔 다양한 요리가 차려졌다. 남편 창욱은 천연의 재료들로 다시를 내고, 좋은 재료들로 매 끼니 밥상을 차린다. 다정은 제주도에서 먹은 돔베 국수가 먹고 싶다거나, 달달한 파인애플을 넣어 만든 소스를 뿌린 탕수육을 주문하기도 한다. 다정이 자신의 마지막을 앞두고 '김치밥' 레시피를 알려주는 장면은 시청자들을 먹먹하게 만든다.

김서형은 "다정이 김치밥을 해먹으라고 이야기 해주는 장면이 너무 슬펐다.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준비를 하는 것"이라며 "다정이가 죽어서 슬픈 것이 아니라, 남은 사람들을 걱정하는 것이 슬펐던 것 같다"고 했다.

배우 김서형이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종영 인터뷰 진행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키이스트]
배우 김서형이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종영 인터뷰 진행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키이스트]

배우 김서형에게도 잊지 못하는 '힐링푸드'가 있을까. 어머니가 만들어준 카스테라, 그리고 아빠의 된장찌개를 이야기 했다. 10여년 전 폐암으로 떠난 아버지가 해준 '무 넣고 끓인 된장찌개'는 지금도 그를 먹먹하게 만든다.

"아빠가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바쁜 엄마를 대신해 서울에 와서 요리를 해줬던 기억이 많이 남아요. 항상 재료만 좋으면 약이 된다고 하셨어요. 무 넣고 된장만 넣고 끓인 된장찌개가 그렇게 좋았어요. 어느날 TV프로그램에서 구혜선 씨가 그렇게 해먹는 모습이 나오더라구요. 무를 대충 썰어서 된장찌개를 하는데 '저렇게 요리를 할줄 아는 사람이 있네' 싶어서 좋았어요."

김서형은 '오매라'를 하면서 아버지를 떠올렸다고 했다. 그는 "기억을 안 떠올리려고 했다. 핑계일 수도 있지만 제 삶도 녹록치 않았고 이기적으로 내 삶만 들여다보려 했다. 잊으려고 강하게 버텼다"라며 "아빠가 폐암으로 가실 때보다 일상적인 기억들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시한부지만 너무 슬프지만은 않은, 단단한 다정의 모습은 그렇게 나왔다. 김서형은 "저희 아빠도 병원에서 집으로 왔다. 다정도 손을 못 쓰게 됐을 때 병원에 간다"라며 "너무 슬픈 모습보다, 담백한 모습으로 연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서형은 "다정은 잘 떠나기 위한 노력을 하는 멋진 사람이기 때문에, 나도 그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더 슬픔을 삼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시한부 다정을 연기하며, 지금의 '삶'에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도 견고해졌다.

"다정의 죽음을 연기하면서 슬펐냐고 하면 그렇진 않았어요. 죽는 역할이 아니었을 때도 너무 힘들고 슬펐던 적은 많으니까요. 다정처럼 죽음을 앞에 두고 고민한 적은 없어요. 삶과 죽음에 대한 거창한 생각보다, 내일이 걱정될 때는 많죠. 하루하루 사는 것에 대한 걱정과 물음을 많이 던졌죠. 지금 이 순간 주어진 것을 잘하면서 1년, 2년이 지나면 10년 뒤에 더 잘하고 있을 거라고 되뇌이죠."

김서형에게 '오매라'는 푸른 색의 작품으로 남았다. 그는 "'오매라'는 어떤 맛이냐고 물어보는데, 저는 이 작품이 그냥 푸르다. 파란색이 아니고 초록색도 아니고 푸른색이다. 푸른 숲을 보면 슬프다. 언젠가는 끝을 맺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면, 푸르게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로 또 하나의 필모그래피를 남긴 김서형은 벌써 다음 작품 공개를 기다리고 있다. 김서형은 지난해 11월 ENA 드라마 '종이달' 촬영을 모두 마쳤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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