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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기 '동네한바퀴', 양양 과줄·곰치김치국·명태김치·섭국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동네 한 바퀴' 이만기가 양양을 찾아 오색약수, 과줄, 곰치김치국, 섭국을 소개한다.

襄(오를 양) 陽(볕 양). 해오름의 고장 양양은 그 이름처럼 떠오르는 도시, 몇 년 새 교통 접근성이 좋아지며 휴양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동네 한 바퀴' 이만기가 양양 오색약수부터 곰치김치국과 섭국을 소개한다. [사진=KBS]
'동네 한 바퀴' 이만기가 양양 오색약수부터 곰치김치국과 섭국을 소개한다. [사진=KBS]

산과 강과 바다를 모두 오갈 수 있기에 양양에 오면 다툴 일이 없다. 산이 좋은 이는 설악산으로, 쪽빛 바다가 좋은 이는 동해로 가면 된다.

천혜의 경관을 가진 동네에서는 사람들도 자연처럼, 자연스럽게 살아간다. 28일 방송되는 KBS1 '동네한바퀴'에서는 욕심을 내려놓고 생긴 대로, 가진 대로 한 폭의 풍경이 되는 삶을 닮아가 본다.

해외여행도, 호캉스도 없던 시절. 설악산은 대한민국 대표 휴가 명소였다. 그중에서도 오색약수는 꼭 한 번쯤 들러봐야 할 코스 중 하나다. 만병통치약이라는 소문에 참 많은 사람들이 이곳 물을 마시며 만수무강을 기원했다고 한다. 이젠 동장군 추위에 꽁꽁 얼어 흐르는 물도 보기 힘들지만 오색약수에서 바라보는 눈 덮인 겨울 산은 여전히 장관이다. 약수터 아래로 내려가면 그 귀한 오색약수로 밥을 짓는 집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다. 가을까지 채취한 설악산자락 산채와 함께 내놓는 오색약수 돌솥 밥은 그냥 지나가기엔 아쉬운 별미. 추위를 피해 들어간 가게엔 한 상 가득 사계절 설악산이 펼쳐진다. 이만기는 한평생 '산꾼'으로 살던 주인 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겨울 산의 낭만을 만끽한다.

과줄은 꿀과 기름을 섞어 튀겨 만드는 전통 한과다. 먹을 게 많아져 손 많이 가는 한과야 안 만드는 집이 더 많다지만 양양 조산리 어머니들은 2023년 겨울에도 여전히 한과 삼매경이다. 방학 동안 찾아올 손주들 보다, 특유의 맛을 잊지 못하는 외지 나간 자식들 보다 중한 일을 하고 있다는 어머니들. 농한기 내내 한과로 돈주머니 쏠쏠히 채우고 있다. 10년 전 마을 회관에 모여 만날 화투만 치지 말고 좀 생산적인 일을 해보자 마음먹었다는 45명의 부녀회 어머니들. 한 해 한 해 지나 이젠 최정예 요원 딱 8명뿐이지만 의리보다 진한 가족애로 똘똘 뭉쳐 양양 과줄을 만들어 낸다. 한눈에 봐도 굉장한 단합력의 비밀은 모두가 한 식구라는 것. 강릉 최씨 집성촌 조산리에서 '형님', '아우' 하며 만들어내는 과줄은 과연 어떤 맛일지 궁금해진다.

초고령화 지역으로 손꼽히던 양양이 젊어지고 있다. 몇 년 새 서핑 명소가 되어서다. 매일 눈만 뜨면 파도부터 확인하는 젊은이들이 죽도해수욕장 주위로 모여 산다. 혹한도 이들을 막을 순 없다. 한때 서핑을 목적으로 양양에 오가다가 결혼 후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부부도 있다. 8살 아들을 둔 서민정 씨는 5년째 아들과 이곳에 살며 매일 같이 바다에 나온다. 그곳에서 모래사장 속 보물을 찾는다는 모자, 유리병 속에 넣는 건 유리 조각이다. 사람이 버리고 바다가 쓸어가 파도로 깎은 유리는 좋은 작품 도구가 된다. 빛에 반사된 색색의 유리 조각들은 흡사 보석 같기 때문이다. 이런 빛나는 일상을 찾기까지 민정 씨는 서울에서 이런저런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그렇게 갈고 닦였기에 더 반짝이는 오늘을 맞게 됐다. 그녀에게 양양은 더 이상 거쳐 가는 정거장 같은 곳이 아니다. 치유의 힘을 알게 해준 곳에서 그녀는 가족들과 하루하루 선물 같은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일상의 번뇌를 내려놓고 쉬고 또 쉬어간다.' 현남면 바닷가에 자리한 암자 휴휴암은 불심(佛心)이 없어도 좋은 절이다. 너른 바위 위에 서도 팔만사천 번뇌가 바다 너머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바위 주변으로는 해가 뜨면 이곳으로 왔다가 해질녘이면 바다로 떠난다는 물고기 떼가 있다. 탐욕과 성냄, 노여움과 질투를 푸른 파도에 실어 보낸다. 씻긴 마음이 머무는 곳엔 평화가 있다.

이맘때 동해에 오면 먹어야 할 음식, 바로 곰치국이다. 오래전 어부들은 커다랗고 퉁퉁한 물고기를 보고 꼭 곰같이 생겼다며 '곰치'라 불렀다. 흐물흐물한 모습이 그리 매력적이진 않아서일까. 곰치는 버려지거나 헐값에 넘기는 생선이었고 김치를 듬뿍 넣은 곰치김치국은 겨울 바다를 나서는 어부들의 쓰린 속을 달래주는 대표 해장국이었다.

30년 전, 이숙자 부부가 이곳에서 가게를 차리던 시절에도 곰치는 여전히 버리지 못해 먹는 생선이었다. 하지만 동해 앞에서 육(肉)고기 집을 운영하며 말 그대로 '바닥까지 쳐봤던' 부부에겐 기회의 생선이었다. 부부는 맑은 탕 대신 어부들이 먹던 방식처럼 묵은지를 넣고 끓이되 각종 노하우를 개발해 맛을 특화시켰다. 그동안 숱한 실패도, 말로 다 못할 사고들도 있었다. 그래도 부부는 이것이 내 길이다, 하고 '곰치만 팠다.' 곰치김치국 30년 차, 이젠 이 계절의 별미로 큰 사랑을 받게 됐다.

그사이 귀해진 곰치는 귀족 생선이 되어 한 마리에 수십만 원을 호가한다. 그래도 이 바다에 곰치가 존재하는 한 마지막 그 순간까지 곰치국을 끓일 거라는 부부. 그 맛이 어떻기에 부부의 곰치 사랑은 이토록 지극한 걸까. 시린 겨울 바다의 향을 품은 부부의 자존심, 곰치김치국을 만나본다.

양양으로 시집온 지 30년, 동네에서도 장독 많은 집으로 불리는 서성준 씨에게는 눈물 젖은 김치가 있다. 바로 이 겨울이면 한 달 새 몇 번이고 담는다는 명태김치다. 충북 영동에서 막내딸로 자라 서울에서 직장생활 11년. 결혼 생각 없던 서른넷에 계획에도 없던 양양 남자를 만나 강산이 세 번 변하는 동안 양양에 뿌리내릴 줄, 그녀는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역시 인생은 마음먹은 대로 풀리는 것이 아니라고, 시부모님에 시동생과 함께 사는 양양 생활은 무엇 하나 쉬운 구석이 없었다.

그중 가장 어려웠던 게 바로 음식. 아픈 시어머니가 담아놓은 장독 안 김치는 왜 그리도 맛있던지. 매일 전화기 붙들고 친정엄마에게 물어가며 만들었던 충청도식 밥상은 입맛 까다로운 시아버지 앞에서 다 퇴짜였지만 수십, 수백 번 재현해보려 애썼던 명태김치는 기어이 인정을 받고야 말았다. 그렇게 명태김치로 시작된 강원도 음식 정복하기는 어언 30년째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그래도 밥 하나 못 짓던 반(半)서울 아가씨, 이젠 양양 식 집밥의 여왕이 다 됐다. 애쓰고 애써 이뤄낸 그녀의 인생 역작, 강원도 명태김치를 맛본다.

산과 강, 바다가 모두 좋은 양양은 지친 마음을 달래기 좋은 곳. 10년 전 암 수술을 하고 양양에 오가다 정착해버린 이원덕 씨에게도 천혜의 환경은 그 자체로 치유가 된다. 그는 3년 전부터 이곳에서 두부와 섭국을 만들며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데, 처음엔 아직 젊은 나이라 도시생활을 해야 하는 아내와 자녀들을 뒤로하고 홀로 이곳에 왔다. 내가 좋아 선택한 동네는 살수록 정들었지만 가족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건 마음속 허전함을 크게 만들었다.

그렇게 방황 아닌 방황을 하던 시기, 아내가 큰 결심 끝에 양양에 왔다. 직장도, 학생인 아이들도 잠시 뒤로 하고 오직 남편 하나만 보고 온 낯선 동네에 해본 적도 없는 음식 장사였다. 그래도 꿋꿋하게 1년간 남편 곁을 지키며 적응해가는 아내, 남편은 그런 아내가 눈물겹도록 고맙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인생 2막을 함께 시작했기에 부부는 펼쳐질 앞날이 두렵지 않다. 곡절 많은 시간 속에서도 혼자가 아니라 더 단단해지는 부부의 사랑을 만나본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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