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포츠를 거론할 때 흑인들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복싱 농구 미식축구 등 전통적으로 흑인들이 강세를 보여온 종목에서부터 요즘엔 테니스(월리암스 자매) 골프(타이거 우즈) 등 개인 스포츠까지 흑인들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이처럼 흑인들의 스포츠 진출이 활발하지만 아직도 ‘블랙 파워’가 거의 힘을 쓰지 못하는 분야도 많다. 아이스하키, 펜싱, 수영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수영이 대표적이다.
네티즌들 가운데 혹시 역대 미국 올림픽 메달리스트 가운데 흑인 수영선수를 기억하는 분이 계신가? 없다. 역대 미국을 빛낸 수영스타들은 모두 백인이다.
마크 스피츠(72년 뮌헨올림픽 7관왕), 매트 비욘디(88 서울올림픽 5관왕), 자넷 에반스(88년 올림픽 3관왕) 마이클 펠프스(2004 아테네올림픽 6관왕) 등 모두 백인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역대 올림픽에서 어느 나라 출신이건 흑인이 수영에서 메달을 딴 사례는 눈씻고 찾아볼 수 없다. 흑인들이 각 스포츠 분야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과 달리 흑인 수영선수는 그야말로 구경하기 힘들다.
도대체 왜 흑인 수영선수는 없는 걸까? 일부 학자들은 흑인들이 태생적으로 수영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흑인들의 피부는 다른 인종에 비해 밀도가 낮아 물에 잘 뜨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에 잘 뜨지 못하니까 제 아무리 노력한다해도 백인처럼 수영을 잘 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확실한 과학적인 자료는 아직 없다.
오히려 이런 주장은 인종차별적 발상이라며 비난하는 학자들이 많다. 사실 흑인들이 원래 태어날때부터 수영을 못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로 미국의 수영장을 가보면 수영을 즐기는 흑인 꼬마들이나 청소년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은 여느 백인과 같이 물에도 잘 ‘뜨고’ 수영도 잘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편견이 생긴 것일까.
미국에서도 수영을 하려면 일단 돈이 많이 든다. 수영을 배우려면 적지않은 수업료를 내고 수영장에 다녀야 한다. 또 수영장도 문제다. 미국에서도 잘 사는 동네엔 근사한 수영장을 갖춘 곳이 많은 반면 빈민가에서 수영장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행여나 빈민촌에 수영장이 있더라도 관리가 제대로 안돼 제대로 쓸 수 있는 곳을 찾기란 힘들다. 그런데 미국에서 누가 주로 좋은 동네에 살고, 누가 주로 빈민가에 살고 있는가?
둘째, 미국에서도 개인 스포츠를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골프 테니스 수영 펜싱 등 개인종목에서 진짜 선수로 커보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야만 가능하다.
왜냐하면 대개 이런 스포츠의 경우 전문적인 선수가 되려면 개인 코치로부터 집중적인 트레이닝을 받아야 되는데 이렇게 개인 코치를 쓰려면 많은 돈이 들어가게 된다.
때문에 흑인 부모들은 아무리 자기 자식들이 수영에 재능을 보인다고 해도 경제적 부담 때문에 이들을 제대로 지원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아예 선수들도 그런 한계를 미리 절감하고 어릴적부터 농구, 미식축구 등 돈 안드는 다른 종목에 뛰어든다.
또한 이런 수영 등 개인스포츠를 해서는 아무리 잘 해도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는 것도 흑인선수들의 도전을 주저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의 고등학교나 대학교 등은 체육특기생을 뽑을땐 수영선수를 뽑는 일은 거의 없다.
대개 학교들은 미식축구 농구 야구 등 흥행이 되는 종목의 선수 스카우트에 집중하는데 수영 같은 개인 스포츠는 제 아무리 잘해도 장학금을 받고 학교에 들어가기란 힘들다.
일반 백인 선수들도 꺼리는 이런 상황에서 그 어느 흑인 유망주들이 수영을 택하려고 할까. 대개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은 흑인들로선 잘하면 대학도 장학금 받고 공짜로 다닐 수 있는 다른 인기스포츠를 선택하게 된다.
또 수영은 아무리 잘해도 나중에 선수로서 돈을 벌 가능성이 적다는 것도 대다수 흑인들의 도전을 가로막고 있다. 수영은 프로리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잘 한다고 해서 거액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매트 비욘디 등 일부 선수들은 수영을 통해 부와 명예를 거머쥐기도 하지만 그건 지극히 일부분이다. 그렇다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한국처럼 정부에서 두둑한 포상금을 주는 것도 아니다.
이런 현실에서 대개 빈민촌을 빠져나오기 위해 절박한 흑인들로선 한가로이 수영이란 종목에 인생을 걸고 도전할 ‘이유’가 거의 없는 것이다.
이런 상상을 해본다. 수영이 최고의 프로 스포츠로 자리잡아 수영 선수들이 미식축구나 농구선수보다도 많은 엄청난 연봉을 받는다면? 그때도 흑인 수영선수들이 없을까?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주장처럼 흑인들은 물에 잘 뜨지 않기 때문에?
조이뉴스24 /포틀랜드=최성욱 통신원 pancho@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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