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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① "가스라이팅 당하듯, 성취감" '디피2' 김성균, 착붙연기 비결


(인터뷰)배우 김성균, 'D.P.' 시즌2 박범구 役 강렬한 존재감 발산
"살아 숨 쉬는 인물 위한 한준희 감독님의 디렉팅, 해냈을 때 뿌듯함, 성취감 느껴"
"담배 너무 피워 속 쓰리기도…실천하는 사람에 대한 존경심 생겼다."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상사에 눌리고 일에 치여 영혼은 찾아볼 수 없는 무미건조한 얼굴, 마치 직장인의 현실을 대변하는 듯한 김성균의 까칠한 얼굴에 무한 공감대가 형성된다. 내 모습 아닌가 싶을 정도로 씁쓸하다. 그만큼 김성균이 'D.P.' 시리즈에서 보여준 생활 연기가 탁월했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과정을 함께 한 한준희 감독의 노력과 열정이 더해져 더욱 빛나는 캐릭터가 탄생했다.

'D.P.' 시즌2(디피2/감독 한준희)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준호(정해인 분)와 호열(구교환 분)이 여전히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다.

배우 김성균이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2(디피2)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김성균이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2(디피2)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2021년 공개된 'D.P.' 시즌1은 군인 잡는 군인 'D.P.'라는 신선한 소재와 그들이 마주한 다양한 청춘들의 이야기로 우리가 알지 못했던 혹은 외면했던 부조리를 날카롭게 조명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에 빠르게 시즌2 제작 결정을 했고, 지난 7월 28일 뜨거운 관심 속에 시즌2가 전 세계에 공개됐다.

이번 'D.P.' 시즌2는 어느덧 일병이 된 D.P. 조원 안준호와 전역을 앞둔 D.P. 조장 한호열, 스스로 총을 겨누었던 탈영병 조석봉(조현철 분) 일병 사건 이후 징계를 받은 중사 박범구(김성균 분)와 전출 명령이 떨어진 대위 임지섭(손석구 분)을 그려냈다.

개인의 비극에서 시스템 문제로 더 깊어지고 확장된 이야기를 담은 'D.P.' 시즌2는 한국 넷플릭스 시리즈 1위에 오르며 변함없는 사랑을 얻었다. 또 넷플릭스 TOP 10 공식 웹사이트 집계 기준 글로벌 TOP10 TV 부문(비영어) 5위를 차지하며 뜨거운 인기를 실감케 했다.

김성균은 시즌1에 이어 박범구 중사 역을 맡아 정해인, 구교환, 손석구 등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조석봉 사건과 김루리(문상훈 분) 일병 총기 난사 사건 등을 거치면서 점차 변하기 시작한 박범구는 후반 부조리를 덮으려고만 하는 국가에 맞서 책임지고 행동하는 '진짜 어른'의 면모를 보여주며 깊은 울림을 안겼다. 임지섭이 "많이 배웠다"라고 말한 것처럼, 박범구의 결단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며 'D.P.' 시즌2를 더욱 묵직하게 만들었다. 김성균은 이런 박범구를 흡인력 있는 연기력으로 완벽하게 그려내 '역시 믿보배'라는 평가를 얻었다.

이에 김성균은 최근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D.P.' 시즌2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던 부분, 촬영 비하인드를 전하며 작품과 캐릭터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 시즌2의 박범구는 조사를 받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어떻게 톤을 잡았나.

"현장에 갔을 때 인간 김성균은 무서웠다. '진술하고 있잖아요'라고 하는데 대사는 좀 비굴해 보였다. 그 현장에서 어떻게 세보일까가 아니라 덜 비굴하고 나약해 보일까를 생각해서 계속해봤다. 그것이 현장에서 찾은 최소한의 대사톤이었다."

배우 손석구가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2(디피2/감독 한준희)에서 임지섭 역을 맡아 김성균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손석구가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2(디피2/감독 한준희)에서 임지섭 역을 맡아 김성균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 초췌하고 피곤한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군 조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조직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업무량과 스트레스가 많지 않나. 그래서 피곤함에 절어 있는 것을 유지하려고 했다. 첫 촬영이었는데 감독님은 더 잠도 못 자고 계속 괴롭힘을 당한 상태를 주문하셨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절어 있는 모습이 나온 것 같다."

- 박범구는 시즌2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가 이뤄지는 인물이다. 후반 책임을 지는 간부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런 박범구의 서사에 설득력을 입히기 위해 고민한 지점은 무엇인가.

"박범구의 고뇌가 자연스럽게 그래프로 그려졌다. 시즌1에서 나무 뽑아서 옮기면 '지랄들 한다'라고 한다. '군대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질문엔 '그게 의미가 있나'라고 말한다. 직장인으로서 회의감을 많이 느끼고 있었던 때에 조석봉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뭐라도 해야지'라는 입장으로 바뀐다. 그리고 지금 일어나는 현상들에 대해 고민을 더 하다가 결단을 한 거다. 누군가는 책임지고, 그러는 김에 그만두자고 한 거다. 사실 사직서가 있었다. 그걸 들여다보면서 살아온 인생과 지금까지 몸담았던 군대를 떠올린다. 그리고 다시 서랍에 넣으면서 고민하던 신이 있었는데 편집이 됐다. 아무래도 사직서가 나오면 예측이 되니까 빼신 것 같다."

- 이런 결말을 대본으로 받았을 때의 기분은 어땠나.

"어른으로서 책임을 지는 임무를 주신 건데 '나에게 왜 이런 인물을 쥐여주시지?' 싶었다. 감독님에게 계좌이체 한 줄 알겠다고 농담도 했지만, 저에게 이렇게 멋진 캐릭터를 주시고 연기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 박범구 캐릭터를 연기하고 나서 마음가짐의 변화가 생긴 부분이 있나.

"그런 생각들은 많이 했다. 같이 일하는 동료를 위해서, 내가 몸담은 조직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내 밥그릇을 버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그렇게 실천하는 사람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다. '나는 그럴 수 있을까'라는 물음엔 닥쳐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배우 김성균이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2(디피2)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김성균이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2(디피2)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 박범구의 "어쩔 수 없었다"라는 말에 신혜연(이설 분)이 울분을 터트리는 장면은 '나는 어떤가'를 돌아보게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어떻게 연기를 했는지 궁금하다.

"박범구도 얘기하지만 자신이 없는 거다. 신혜연의 울분처럼, 자신도 그런 생각이었지만 애써 부정하고 살았다. 결국엔 '내 새끼는 이런 곳에 보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라고 하는데 이 사람 마음은 회의적이고, 아이러니한 상황에 거부 반응이 일어나면서도 속해있다. 그 장면에서 뒤통수만 썼다. 감독님이 결연한 표정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다 찍었는데 또 편집하셨더라.(웃음) 연기를 할 때는 그 지점이 있으니까 행동까지 이어지는 것이 있는데 뭔가 너무 명확하게 보이면 결과가 뻔해질까 봐 그러신 것 같다."

- 시즌1에서 시즌2 사이 시간 틈이 있다 보니 감정선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었을 것 같다.

"어떻게 연기를 했는지 기억이 안 나더라. 그래서 다시 시즌1을 돌려봤다. 박범구는 물론이고 안준호, 한호열, 임지섭 모두 트라우마, 후유증이 있는 사람들이다. 마냥 밝았던 호열이는 말을 못 하고 임지섭은 다시 담배를 피운다. 큰 사건을 겪은 사람들이라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다. '고민해봤자 의미가 있냐'라고 했던 사람이 '뭐라도 해야지'로 변화하는데, 현장에서는 그냥 대본을 따라갔다."

- 극 속에서 담배를 가장 많이 피운 것 같다.

"진짜 많이 피웠다. 아침 촬영 때 공복에 담배를 피우면 속이 정말 쓰리다. 시즌1 때 여대생 기숙사 민원을 받는데, 머리를 짚어야 하는 장면에서 속이 너무 쓰렸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손이 배로 가더라."

- 박범구는 말이나 동작은 느린데 눈썰미가 좋다. 그런 노련미를 한준희 감독님이 극에 잘 녹여낸 것 같다.

"감독님이 제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 대해서 잘 잡아주셨다. 그리고 그런 것에 대한 욕심이 많다. 박범구가 수사과에 오면, 한 테이크로 안마봉을 걸치고 전화기를 들어 통화하면서 담배에 불을 붙여 피우면서 끝나는 식의 연결된 연기에 집착하신다. 한꺼번에 액팅과 대사 등을 유연하게 한 테이크에 담아내려 하셨다. 그 이유는, 이 사람이 이 자리에서 얼마나 착 붙어서 살아 숨 쉬는 인물로 보이게 할 것인가에 대한 주문이었다. 어려웠는데, 그걸 잘 해냈을 때 감독님에게 가스라이팅 당한 듯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낀다. 내가 봐도 그렇게 나온 것이 좋으니까 욕심을 냈다. 그렇게 찍으면 재미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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