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사기꾼들-7] 스님과 사기꾼의 차이


 

"그냥 간단히 이렇게 생각하면 돼! 텔레비 있잖아. 전파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지만 그게 있다는 건 텔레비를 보면 알잖아. 그래 안 그래? 기(氣)라는 게 그런 거야."

인혜스님은 임정하에게 나무라듯 다그친다. 말도 못하게 속 썩이는 자식 때문에 용하다는 데는 다 찾아다닌 정하는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점 보러 가지 마라'라는 인혜스님의 책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바로 출판사에 전화해서 인혜스님 계신 곳을 물었고, 지리산 자락인 하동의 이 암자까지 찾아왔다. 찾아왔다고 해서 만나기가 쉬운 것은 아니었다. '상담료'조로 50만원을 시주해야 했고, 멀리서 찾아 왔는데도 반나절은 기다려야 했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스님의 부름이 있어 갔더니 다짜고짜 "네 주위에 친정, 외가쪽에서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떠도는 원귀가 5-60명은 된다"면서, "조상을 잘 돌보아야 자식이 잘 되는 법"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안 그래도 자식의 이상증세의 원인을 몰라 찾아 왔는데, 한 번에 자식을 거는 게 예사 스님이 아닌 듯 하여 자리를 잡고 앉아 스님의 말을 경청했다.

인혜스님은 자기의 눈은 TV수상기와 같아서 기(氣)가 보이는데, 정하와 남편의 조상에 대한 안이한 태도가 결국 자식에게 화로 작용했다며, 정하부부 주위를 떠도는 원혼들을 저승에 보내기 위해 천도제를 지내야 한다고 하였다. 천도제 비용은 총 4천만원이라고 하였다. 좀 과하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지만, 자식이 잘 된다면 4천만원이 결코 아깝지 않을 것 같아 흔쾌히 천도제를 부탁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지리산에서 인혜스님이 천도제를 잘 지내고 있는지 아들이 조금씩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아들이 조금씩 변해가는 것을 본 남편 강신범이 의아해하자 정하는 인혜스님 이야기를 꺼냈다.

주식투자를 크게 하는 남편은 요즘 좀 안 좋은 것 같다며, 드라이브삼아 지리산에 함께 다녀오자고 한다.

역시, 50만원을 시주하고 인혜스님을 만났더니, 이번에도 미처 앉기도 전에 "올해 돈을 많이 잃겠구먼. 통장에 발복을 해야지!"하는 것이었다. 증권계좌를 말하는 것인가 하여 앉자마자 신범은 "안 그래도 주식투자로 돈을 좀 많이 잃어 어떨는지 싶어 찾아 왔습니다"하니, 증권에도 기가 있다며, 그 통장에 있는 돈은 이미 자기가 발복해 놓은 K씨 통장으로 옮기고 발복하는 3개월은 주식투자를 하지 마라고 하였다.

그래서, 통장발복비 2천만원을 내고, 증권계좌에 있던 3억은 K씨 통장으로 옮겨 놓았다. 그리고, 정확하게 3개월 뒤 자기 계좌로 이전해 주었다.

스님의 천도제와 통장발복기도 덕분이었는지, 아들도 많이 나아졌고 주식투자로 돈도 제법 쏠쏠히 벌었다. 정하와 신범은 가을 단풍구경도 갈 겸 스님께 인사도 할 겸 해서 다시 하동을 찾았는데, 인근 음식점에서 깜짝 놀랄 소식을 들었다. 인혜스님이 사기죄로 경찰서에 있다는 것이다.

사기, 사문서위조 등 전과 11범인 인혜는 어느 날 점을 보러 용한 무속인을 찾아 상담하다가 힌트를 얻어 도통한 스님행세로 돈을 벌기로 작심했다는 것이다. 일단, 각종 명리학, 사주학, 무속학 책을 짜깁기 하여 눈에 띄는 제목으로 책을 발간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광고하기 위해 신문에도 냈다고 한다.

같은 사기공범인 출판사 사장 공씨를 통해 자기의 연락처를 알려주게 하고, 찾아오는 사람마다, 여자인 경우는 남편과 자식문제를, 남자인 경우는 돈문제와 직장문제를 얘기하면 백발백중 넘어갔다고 한다. 만약, 자식과 남편, 돈과 직장에 문제가 없다고 하면 곧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협박하며 각종 명목으로 돈을 뜯어냈는데, 1년반동안 170명한테 무려 13억5천여만원정도를 편취했다고 한다.

믿을 수가 없어 정하와 신범은 경찰서로 갔다. 경찰은 인혜에게 사기당한 피해자냐면서 피해자진술서를 쓰라고 하였다. 사실을 확인한 정하와 신범은 망설인 끝에 피해자진술서를 쓰지 않기로 했다. 5천백만원을 준 건 사실이지만, 이걸 피해액이라고 하면 아들과 증권계좌에 문제가 생길 것만 같아서였다. 망설이며 머뭇거리는 이들 부부를 보고 경찰은 "그래도 100명 중 한 명은 맞췄나 보네......" 하면서 너털웃음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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