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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 '밀수'도 씹어먹은 박정민, 박찬욱 류승완 만나 얻은 깨달음


(인터뷰)배우 박정민, '밀수' 장도리 役 강렬한 연기 변신
"김혜수 선배 칭찬에 표현 많이 못해 죄송한 마음, 즐거웠던 촬영 행복했다"
"날 괴롭히며 찍었던 모든 작품이 소중해…마음의 훈련 통해 더 유연·여유로워져"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어떤 장르나 캐릭터에 국한되지 않고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는 배우 박정민이 '밀수'로 다시 한번 강렬한 존재감을 터트렸다. 분명 '킹받게' 하는 악역인데도 밉게만 느껴지지는 않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것이 박정민의 장점이고,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박정민과 같이 작업해보길 원한다. 박찬욱, 류승완 감독의 마음을 꽉 사로잡은 것도 이 때문. 이제는 대한민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30대 배우로 우뚝 선 박정민의 성장, 그리고 "스스로는 아껴주려 한다"는 마음가짐의 변화는 앞으로 그가 그려나갈 배우 인생을 더욱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밀수'(감독 류승완)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으로, 김혜수와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등이 출연했다.

배우 박정민이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샘컴퍼니]
배우 박정민이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샘컴퍼니]

70년대를 배경으로 해녀들의 밀수판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유쾌하면서도 쫄깃하게 담아낸 '밀수'는 지난달 26일 개봉 이후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 속 흥행을 이어왔고, 개봉 36일째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와 함께 해외 영화제 러브콜도 계속되고 있어 앞으로의 기록에 대한 기대를 끌어올리고 있다.

박정민은 진숙(염정아 분) 밑에서 일을 하다가 큰 사건을 계기로 진숙의 아버지 회사를 인수한 뒤 군천을 휘젓는 장도리 역을 맡았다. 일머리가 없어서 춘자(김혜수 분)에게 끊임없이 구박을 듣던 인물에서 춘자는 물론이고 권상사(조인성 분)까지 위협하는 인물로 변모한다. 이에 박정민은 체중 증량과 파격 비주얼 변신을 감행하며 독보적 매력의 장도리를 탄생시켜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었다. 다음은 박정민과의 일문일답이다.

- 장도리 역을 위해 살을 찌웠는데 이유는?

"살을 찌우려고 했다기보다는 몸을 만들려고 찌우던 와중에 감독님이 그걸 보시고 '이대로 나오는 것은 어떠냐'는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했다. '밀수'를 위해 근육을 만들고 살을 찌우다 보니 10kg이 쪘다. 계속 먹어야 했고, 다이어트를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 보니 감사했다."

- '밀수'의 시작은 어땠나. 류승완 감독이 어떤 면을 보고 캐스팅 제안을 했는지 궁금하다.

"제가 10년 전쯤 감독님과 단편 영화를 한 적이 있는데 그 현장이 너무 좋았다. 그 이후로도 감독님과 연락하고 찾아뵙기도 했다. 또 제가 '외유내강' 영화에 출연하면서 자연스럽게 인연이 만들어졌다. 감독님도 '이제는 박정민과 해볼 때가 됐다'하는 타이밍인 것 같다. 저에게 중요한 역할을 주신 것이 특별했다. 제가 감독님 팬이다 보니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에 떨면서 갔다. 그런데 현장이 너무 즐거웠다. 감독님, 김혜수, 염정아 선배님 덕이 컸다. 현장을 되게 행복하게 만들어주셔서 애정이 많이 가는 영화다. 또 뜻하지 않게 오래 기다려서 더 애틋하다."

- 류승완 감독과 작업을 하면서 느낀 연출자로서의 강점은?

"팬이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영화를 계속하고 배우 생활을 할 사람으로서의 시선이나 태도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해주신다. 애정이 느껴진다. 팬을 넘어서 인생에서 의지하는 분으로 제 안에 자리를 잡았다. 감독님의 강점은 현장에서 그 누구보다 발로 뛰신다. 계속 뭐 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서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생각하는 것이 보인다. 그게 감독님 영화의 원천인 것 같다."

배우 박정민이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샘컴퍼니]
배우 박정민이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샘컴퍼니]

- 장도리라는 캐릭터에 대해 류승완 감독이 디렉션을 많이 준 것으로 알고 있다.

"감독님이 '밀수'에 나오는 인물 중 본인이 가장 잘 아는 인물이 장도리라고 하셨다. 실제 감독님이 고향에서 보던 아저씨가 모티브가 된 캐릭터다. 감독님이 '그래서 디렉션을 많이 주는 것이니까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달라', '잘해줘서 고맙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 선배들이 정말 극찬을 많이 했다. 특히 김혜수 배우가 정말 입이 닳도록 칭찬을 했는데 박정민에게 김혜수는 어떤 선배였나.

"혜수 선배님은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데뷔하셨다. 대선배님이시고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중 한 분이다. 제 눈만 마주쳐도 좋다고 하시니 너무 좋고 감사하다. 제가 표현을 잘하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죄송할 정도로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감사하다'로 끝낼 게 아니라 더 표현해야 할 것 같은데 수줍어서 우물쭈물하게 되니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현장에서는 저를 후배가 아닌 동료, 한 프레임 안에서 연기하는 배우로 상대를 해주셔서 그게 힘이 됐다. 저는 주눅이 잘 드는 사람이라서 무섭거나 하면 바로 티가 난다. 한 명의 동료도 대해주셔서 그게 너무 좋았고 연기에도 도움이 많이 됐다."

- 장도리가 진짜 마음에 품은 사람은 누구라고 생각했나.

"이 친구는 눈앞에 있는 누군가가 틈을 보이면 마음을 줄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감독님과 얘기했을 때 가장 마음속에 둔 이는 진숙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하자고 했다. 변하고 나서도 진숙을 보는 표정이 다르다."

- 액션은 롱테이크로 찍었는데 촬영 당시 어땠나. 또 완성된 액션신을 본 느낌은?

"하루에 다 못 찍어서 이틀 촬영을 했는데 미리 액션스쿨에서 연습한 것이 아니라 그때 맞춰서 한 것이다 보니 무서웠다. 많은 남자가 서로 몸을 섞으면서 싸우고 창문이 깨지고 하다 보니 나이 들었나 할 정도로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던 장면이다.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 노래가 나온다고 적혀 있었다. 노래가 리드미컬하고 반주도 세련됐다. 흥분되더라. 그 신을 찍을 때 좀 더 리듬감 있는 연기, 흐르는 것이 아니라 딱딱 찍고 가는 연기를 해야겠다고 했다. 대사도 강하게 해서 관객들이 봤을 때도 심장이 뛰길 바랐고, 그렇게 나온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또 인성이 형의 얼굴은 현장에서도 다들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배우 박정민이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샘컴퍼니]
배우 박정민이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샘컴퍼니]

- 장도리의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따로 정한 건 없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짖는 개'가 된 느낌이다. 혜수 선배님이 호텔신 끝나고 장도리가 바지 지퍼를 올리면서 춘자에게 다가오는 것이 상스럽다고 하셨다. 아무렇지 않게 바지춤을 정리하는 것이 변한 장도리를 설명하는 것 같다고 좋아했다. 지문엔 없었는데 감독님이 '싸우고 왔으니 옷을 갈아입을 때 그렇게 해보자'라고 하셨다."

- '헤어질 결심'과 '전,란'으로 박찬욱 감독, '밀수'로 류승완 감독과 작업을 했는데, 이후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끼는 지점이 있나.

"감독님들께서 어떤 것도 허투루 하는 것이 없으니까 제가 덜렁덜렁 현장에서 가면 들킬 것 같더라. 중요하지 않은 신이 없다. 뒤에 서 있기만 하고 대사가 없는 신이라도 역할이 있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하고 가서 감독님에게 디렉션을 받는다. 덜렁덜렁 가는 일이 없어졌다. '밀수'는 특히 더 그랬고, 두 분 모두 (연기적으로) 방심하지 않게 만들어주셨다."

- 지금까지 해 온 역할, 작품을 보면 덜렁덜렁 가는 일이 전혀 없을 것 같은데.

"그 와중에도 있었다. '이 장면엔 대사가 없으니까' 하면서 편하게 갈 때가 있다. 연기는 마음가짐에 따라 바뀐다. 안 보여도 상관없이 내가 준비를 해가면 '어떤 역할을 하고 있구나, 풍성해지는구나. 중요하지 않은 신은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세에 지장은 없지만, 100%를 120%로 만들어주는 배우의 준비 자세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

- '30대 송강호'라는 수식어를 얻고, 좋은 평가를 받으며 범상치 않은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데 이를 자평한다면?

"송강호 선배님이 싫어하실 것 같은데.(웃음) 가끔 내가 무슨 영화를 찍었나 검색해보기도 하는데, 모든 역할과 영화들이 저를 괴롭혔다. 찍을 때도, 개봉 때도 그렇게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서 다 소중하다. 남들이 바라보는 필모그래피와 제가 바라보는 느낌은 많이 다를 것 같다. 그래서 나만은 분석하고 평가하고 짓누르지 말고 아껴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욕을 들어먹은 작품이라도 저에게는 소중하니 아껴주고 싶다."

배우 박정민이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샘컴퍼니]
배우 박정민이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샘컴퍼니]

- '기적'과 '지옥' 인터뷰에서 '제 탓을 많이 하고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는데 그러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간 제 자신을 너무 학대하려고만 했던 것 같아서 앞으로 제 작품을 그렇게 생각하려고 한다'라는 마음가짐이 생겼다고 했었다. 그 연장선에서의 다짐인가?

"저를 너무 괴롭혔다. 물론 자학하고 나 스스로를 괴롭히는 본성은 없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자꾸 마음의 훈련을 하다 보니 현장에서도 유연해지는 것 같고, 작품을 대하는 자세와 삶이 여유로워진다. 다 내가 행복하게 살려고 하는 일인데 조금 더 여유롭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 스스로 염세주의라고도 했었는데, 아직 유효한가.

"염세주의는 그대로다. 장도리처럼 저도 그렇게 자라버린 어른이라 앞으로도 안 바뀔 것 같은데, 어떻게 마음을 훈련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 연기 외적으로도 글을 쓰고, 연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그것이 배우에게 준 영향은 무엇인가.

"그때 하는 것들이 저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하나씩 있다. 그 가르침이 지나고 나면 틀린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것도 좋은 것 같고 재미있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하고 있을지 모르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모르지만 그때그때 기회가 있을 때 여러 가지 경험을 하는 것이 좋고 재미있다. 영감을 받을 때도 있고 가르침도 얻는다. 그것이 쌓여서 제가 되는데 앞으로 제가 어떻게 될지는 저도 궁금하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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