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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③ 박보영에 또 반했다, 그 어떤 칭찬도 아깝지 않은 이유


(인터뷰)배우 박보영, '콘크리트 유토피아' 명화 役으로 5년 만 스크린 컴백
귀엽고 사랑스러운 '뽀블리'에서 신념과 강단 있는 명화로 새로운 얼굴 완성
"동안·'뽀블리' 수식어, 지금은 감사" 깨지고 부딪히며 성장, 도전하는 박보영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얼굴을 보는 순간 '연예인'임을 실감하게 되는 '예쁨' 그 자체다. 작아도 너무 작은 얼굴에 뚜렷한 이목구비는 자연스레 감탄이 터져 나온다. 여기에 공감도, 소통도 잘한다. 큰 눈망울 안엔 다정함이 가득하다. 기자들의 질문과 반응에 하나하나 세심한 리액션을 보여주며 따뜻함을 불어넣는다. 1시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지만, 인터뷰를 꽉 채운 박보영의 배려와 태도는 특별했고, 그래서 '이런 박보영을 도대체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싶어 새삼 또 반하게 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관련해 관객들에게 전한 팬서비스 모두 박보영이 얼마나 다정다감한 사람인지 알 수 있게 한다.

하지만 본인의 연기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칼 같다. 대선배 이병헌과 함께하며 무력함을 느끼는 슬럼프를 경험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 박보영은 자신에게 관대하지 않은 성격이 스스로를 일으키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렇게 박살이 나는 경험 속에서도 계속해서 부딪히고 성장하려 한다. 이런 박보영의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 그리고 연기 열정 덕분에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명화가 완벽하게 살아 숨 쉴 수 있게 됐다.

배우 박보영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BH엔터테인먼트]
배우 박보영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BH엔터테인먼트]

그럼에도 박보영은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보면 어떠냐는 말에 눈시울을 살짝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 말하지 않아도 박보영의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진 순간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아끼고 다독이고 칭찬해주고 싶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걸어갈 배우 꽃길을 열렬히 응원하고 싶어지는 박보영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로, 이병헌과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완벽한 합을 이뤄냈다.

거대한 지진이 모든 콘크리트를 휩쓸고 폐허가 된 도시를 배경으로 아파트 안팎에 살아남은 인간들의 각기 다른 심리와 관계성을 탄탄하게 그려내 관객들에게 "올여름 최고의 영화"라는 호평을 얻었다. 이에 9월 6일 기준 365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순항 중이다.

특히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제48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초청과 함께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제96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영화 출품작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박보영은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재난 속 가족을 지키고자 차츰 달라지는 남편 민성(박서준 분)의 아내이자 끝까지 신념을 지키며 영탁(이병헌 분)과 대립하는 명화 역을 맡아 극을 탄탄하게 이끌었다. 그간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가 강했던 박보영은 명화를 통해 지금껏 본 적 없는 강렬한 분위기와 강단 있는 면모를 드러내 관객들의 마음을 꽉 사로잡았다. 다음은 박보영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나이가 가늠이 안 되는 동안인데, 다양한 역할을 연기할 때 장벽이 된다고 생각하나? 동안에 대한 솔직한 생각이 궁금하다.

"옛날에는 그런 생각을 해서 과한 시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감사한 줄 알아야 한다'라는 생각이 든다.(웃음) 강점이 하나라도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동안이라고들 하지만, 저도 서른 중반에 가까워지면서 제 눈에는 나이가 보인다. 성숙해지는 과정인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제 시간이 (다른 이들보다) 천천히 흐른다고 생각하면 행복한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은 감사한 마음으로, '이게 나'라는 생각이 조금 더 커졌다. 물론 다른 배역으로 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노력은 해야 한다."

- 제 나이로 안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한 설렘도 있나.

"지금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험도, 표현하는 것도 많아지고 세월이 묻어난다. 그러면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진다고 생각한다. 만약 제가 더 어렸으면 명화를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배우 박보영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BH엔터테인먼트]
배우 박보영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BH엔터테인먼트]

- 특별히 관리를 하기도 하나.

"30대가 되고 나서는 관리를 열심히 한다. 사실 20대엔 관심이 없었다. 이제는 '나이를 잘 먹어보자'라는 생각에서 하는 관리다. 보이는 직업이다 보니까 조금 더 잘 성숙해질 수 있게 노력을 부단히 하고 있다."

-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SF나 액션 등 안 해본 것이 많다. 도봉순은 액션이 아니라 힘이 센 거라 다른 장르인 것 같다. 또 멜로도 안 해봤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는 것 같아서 기대된다. 하고 싶은 건 정말 많아서 문을 다 두드려보고 싶다. 안 되더라도 도전을 해야 하는 것 같다."

- 그런 장르 제안이 안 온 건가, 아니면 제안이 왔지만 선뜻 선택하지 못했던 건가.

"제가 위축이 많이 되는 편이긴 한데, 겁이 나서 선택을 못 하는 저와 '그래도 도전을 해야지' 하는 자아가 충돌을 한다. 이제는 깨지고 박살이 나고 슬퍼도 해봐야 하지 않나 싶다."

- 박보영에게 깨지고 박살이 나는 경험은 지금껏 없었던 것 같은데.

"박살 많이 났다. 결과물도 그렇고, 현장에서 연기적으로 박살이 나기도 했다. 그게 밑거름이 되고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부분이 강점이고 약점인지를 알게 되고, '새로운 모습도 괜찮은데'라는 마음도 생겨서 도전하고 싶다."

- 박보영에게 이렇게 계속 연기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저는 취미가 없다. 무언가를 할 때 즐기는 것 이상을 해내야 하는 성격이다. 배드민턴을 해도 취미 그 이상을 해야 해서 스트레스 받아서 못한다. 그림을 그린다고 했을 때도 망칠 것 같은 생각이 들면 손도 못 댄다. 결과적으로 기본은 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 스스로 만족하는 것이 많이 없기 때문에 그게 저에겐 큰 원동력인 것 같다."

배우 박보영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BH엔터테인먼트]
배우 박보영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BH엔터테인먼트]

- 그럼 평소엔 뭘 하나.

"쉴 때는 누워 있는다.(웃음) 저는 즐기지 않고 숙제처럼 하게 되더라. 점수를 내는 것에서도 스트레스를 받더라. 승부욕이 큰 것일 수도 있다. 컬러북이 심리치료에 좋다고 해서 색칠을 하는데 색 선택을 잘못한 것 같고, 내가 이 그림을 망친다는 생각이 들더라. 뭘 칠하든 상관이 없는 건데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동생 줬다.(웃음) 당근마켓을 해봤는데 짜릿하더라. 저는 봤던 책은 두세 번 안 읽는다. 좋아하는 책만 보관하고, 잘 본 것이 있으면 주위 사람들에게 준다. 상태 좋은 책을 천원에 당근마켓에 올렸더니 너무 행복해하시더라. 그런 행복을 주는 것에 중독이 됐다. 할인도 해드리고 그랬다.(웃음)"

- 연기에 대한 고민도 많고,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많은 것 같은데 지금까지 박보영은 대중에게 칭찬을 많이 받아온 배우고, 작품으로도 성공을 많이 했지 않나. 그런 칭찬에도 의심을 많이 하는 편인 건가.

"제 병이 뭐냐면, '잘 되면 남 탓, 안 되면 내 탓'이다. 잘 되는 것도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잘 되려면 감독님, 작가님까지 삼박자가 다 잘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어려서부터 일을 해서 그런 것 같은데 칭찬에 대해 잘 안 믿는다. 거기에 취하다 보면 잘못된 길을 갈 것 같아 겁을 먹는 거다. 정신 바짝 차리자 한다."

- 지금 이 인터뷰를 핑계 삼아 지금까지 잘 걸어온 나에게 칭찬을 한다면?

"눈물 날 것 같다. 그게 안 된다. 그걸 하면 안주할 것 같다. 그걸 제일 조심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 '뽀블리'라는 애칭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예전엔 안 좋아했다. 저에게도 다른 모습이 있는데 뭘 해도 그렇게만 봐주시니까. 전 우울할 땐 지하 끝까지 간다. '뽀블리는 이렇게 해야지'라는 것이 생기다 보니 저 스스로는 '싫어'가 생긴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감사하고 좋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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