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정종연PD의 신작 '데블스 플랜'이 국내외 너른 인기 속 호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하석진 조연우 이혜성 이시원 승관 서유민 서동주 박경림 김동재 기욤 궤도 곽준빈 등 다양한 직업군 12인의 플레이어가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데블스 플랜'은 9월 26일부터 10월 1일까지 지난 6일 동안 23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글로벌 TOP 10 TV쇼(비영어) 부문 3위를 달성하기도 했고, 10월 5일 '오늘의 대한민국 TOP 10 시리즈' 1위를 달성했다.
'외연 확장'을 통해 거둬들인 각종 호성적과 별개로 '정종연 예능'의 애청자들은 '데블스 플랜'이 전작 대비 다소 심심했다는 평을 얻었다. 또 '궤도의 공리주의' 연합에서 비롯된 승부욕 없는 참가자 문제 등이 지적 받는 경우도 있었다. 데스매치 폐지에 대해 아쉬운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정종연 PD는 13일 서울 모처에서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각종 칭찬과 논란, 아쉬움과 만족감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정종연PD 일문일답 전문이다.
!['데블스 플랜' 정종연 PD 프로필 사진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9e107da7d69f82.jpg)
◇'더 지니어스' 때와 비교해서 '데블스 플랜'의 반응은 어떤 것 같나.
비교하기 힘들다. '더 지니어스'는 방송 당시 비교대상이 없었다. 지금은 '더 지니어스'와 동시대 다른 서바이벌과도 비교해서 말하는 분들이 있고, 또 처음 접하는 분들도 많다. '데블스 플랜'의 이번 목표는 외연 확장이었다. '더 지니어스'가 작은 시장에서 고군분투했다면 이번엔 외연 확장하려고 했다. 넷플릭스라는 OTT에 선보이면서 플랫폼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다. 뜨겁고 차가운 두 반응을 모두 봤다.
◇'지니어스' 골수팬이 있다보니 '다소 실망했다'는 반응도 있었다. 피드백을 하고 있나.
그렇다. 좋은 방향으로 가려면 안 좋다는 반응을 받아들이는게 당연하다. 차기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 녹화 끝나자마자 내가 느낀 게 있을 것 아니냐. '어떻게 했어야 겠구나', '잘 됐구나'라든지 생각과 반성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출연진 중 눈에 띄는 캐릭터는 궤도였다. 서바이벌에서 '다 같이 살자'고 말한 유일한 사람이었는데. 사전에 파악이 된 성향이었나.
경쟁적인 사람이 아니란 건 알았지만 게임 방향을 그렇게 잡을 줄 몰랐다. 그 방향이 내가 원하는 건 아니었다. 불안감은 있었는데 어쩔 수 없었다. 궤도가 위선자라는 프레임이 있었는데,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싶더라. '실은 제가 다 가지고 놀았죠' 라는 인터뷰가 나오길 바랐다. 그러나 궤도는 일관성 있는 철학으로 플레이 했다. 완전히 처음 보는 플레이였고 서바이벌에 없는 스토리라인이 등장했다는 의미는 확실히 있었다. 내부적으로 저 방향성에 의구심을 가진 건 맞지만, 종합적으로는 일관적인 철학이 있는 플레이였다고 평가한다. 우승자가 아님에도 '궤도의 공리주의'가 '데블스 플랜'을 관통하는 키워드처럼 되지 않았나. 피스를 나누자고 얘기를 나눈 건 지극히 인류애적 행위가 아니었나 싶다. 출연자 계약에 상금을 나누는 행위를 못 하게 돼 있는데, 이건 외국서도 중요한 계약 조항이다.
◇제작진이 촬영하면서 원했던 그림대로 나온 순간이 있었나?
'궤도의 공리주의'도 게임 흐름과 반대로 갔던 건 사실 동물원 게임 밖에 없었다. 그게 오히려 궤도가 게임 플랜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고, 서바이벌 속 공리주의에 대한 질문과 답이 다 나왔다. 그게 오히려 새로운 스토리가 됐다. 또 하석진의 변화도 흥미로웠다. 김동재 탈락, 동물원 게임, 피스의 비밀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승부욕 스위치가 눌렸다는 느낌이었다. 초반엔 하석진이 게임에 확 빠져들지 않는 느낌이었고, 김동재가 하자는 대로 들어주는 듯 했다. 굉장한 '리스크 매니지먼트' 스타일이었다. 플레이어 사이에서도 '굳이?'라는 말로 하석진을 표현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앞선 과정을 통해 게임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고, 감옥에서 드라마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하석진의 그 드라마틱한 변화가 좋았다.
!['데블스 플랜' 정종연 PD 프로필 사진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38fb3ce6752bce.jpg)
◇출연자를 고려한 게임을 설정한 경우도 있었나.
'이건 얘가 잘 하겠다'라는 생각으로 게임을 구성하진 않는다. 특별한 감정을 싣진 않았다. 그건 시청자의 몫이다.
◇유한 타입의 출연진들이 많았다. 출연진 밸런스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캐스팅에 있어서 공격적 플레이어가 별로 없었고, 그럴 플레이어가 빨리 떨어져서 균형이 쏠렸다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추후 (유한 캐릭터들이) 각성하고 발현될 수 있다고 기대했던 게 못 미쳤던 건 있다. 결과적으로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건 인정한다.
◇데스매치가 없어서 머리 싸움 할 시간 없이 정치 싸움만으로 탈락한 사람도 있다. 왜 데스매치를 없앴나.
내 자랑은 아니지만 데스매치는 굉장히 잘 만든 좋은 포맷이라 생각했다. 강자든 약자든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뿐만 아니라 균형점을 주는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더 지니어스' 핵심 IP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걸 '데블스 플랜'에 가져오면 그건 그냥 '더 지니어스'라 생각했다. 데스매치 뿐만 아니라 꼴찌가 지목하는 형식, 생명의 징표로 보호되는 모든 규칙 패키지 IP는 안 건드리고 싶었다. 그걸 하면 너무 '더 지니어스'와 유사해서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상금 매치도 강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거였다. 어쨌든 이것에 대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좋은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데블스 플랜'을 통해 전작과 좀 다르게 만들고 싶었던 부분이 있다면?
경쟁적 마인드 게임에서 캐릭터의 성장과 변화를 보여줘야 하는게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경쟁적 합숙으로 시작했지만 부수적인 딜레마를 던지는 부분도 그렇다. 나도 이걸 하며 철학이 만들어졌다.
◇곽준빈이 높이 올라간 게 의외였다는 평도 있었다.
예상할 순 없었지만 이상할 건 없다. 곽준빈은 그 누구보다 '더 지니어스'를 여러 번 봤던 사람이고 흐름을 잘 알고 있다. 두뇌 능력도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한다. 규칙 레이스에서 결정적 개인 규칙을 만들어 서동주에게 준 사람이고, 하석진이 반전을 일으킬 수 있게 플랜을 짜 줬다. 주어진 건 다 잘 해냈다. '감호동' 이런 것도 잘 외우지 않았나. 본인은 산수에 자신 없다고 했지만 준결승 마지막까지 잘 해냈다. 그 정도는 기대했다.
◇일반인 출연자에게 어떤 걸 기대했나. 또 뽑는 기준은 어땠나.
지원자 수는 기억 안 나지만 면접은 300여 명 본 것 같다. 일반인 참가자는 좀 더 공격적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겠다 생각했고, 두뇌 서바이벌을 잘 이해하는 출연자를 찾았다. 그런 플레이어 위주로 서치했다. 우승자가 아니더라도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는 플레이어를 뽑았다. 면접자 대부분은 '초반엔 암약하다가 나중에 반전을 주고 싶다'는 식으로 말을 했었거든.
!['데블스 플랜' 정종연 PD 프로필 사진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89743cae0e6595.jpg)
◇첫 합숙을 통해 느낀 점은?
합숙을 안 하는 프로그램을 찾는 게 어려울 정도로 이젠 기본이 됐다. 합숙의 목적은 게임 이외의 부분을 다 담기 위해서다. 그게 경쟁의 절반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생활동에 피스의 비밀을 넣고 게임을 깔아놓았는데, 생각보다 게임 복기에 많은 시간을 쏟더라. 그 시간을 다른 걸로 더 채워놔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룻밤만 자도 쌓이는 게 감정이고, 싸우고 나면 더 친해지지 않나. 그게 참 인상적이었다. 다들 울더라. 난 서동주가 말했던 '내 세계가 무너지는 것 같다'는 인터뷰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정말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다. 1년치 감정 소모를 일주일에 한달까. 제작진도 많이 울었다.
◇햇빛을 보지 못해 힘들어 했던 참가자도 있었다. 다음엔 햇빛 보여줄 것인가.
햇빛 보여주겠다. 미치면 안 된다. 해를 한 번 보여주는 것 왜 못하겠냐. 몰입도는 좀 낮아지겠지만 메인 게임 전에 바람 쐐도 된다. 앞으로 더 출연자 정신건강에 신경쓰도록 하겠다.넷플릭스 가이드에 따라 출연자 보호를 위해 정신과 의사를 다 상주시켰다. 또 참가 전에 이 프로그램을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해 정신과 진단서를 내도록 했었다.
◇룸메이트를 나이순으로 선정한 이유는?
그게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실제로 룸메이트끼리 100% 연합이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성격이 다르면 다른 플레이어 찾아가기도 했다. 또 여러 차원에서 미리 룸메이트 정해주는게 편할거라 생각했다. 40대 이상의 무릎 건강을 위해 1층에 방을 배치한 건 있었다. 탈락자 생기면 방 옮기는 것도 염두에 뒀는데 짐 싸기 귀찮았는지 잘 안하더라.
◇타 서바이벌의 감옥은 척박한데 여긴 상대적으로 호화스럽다는 평이 있더라.
건강에 위협이 되는 감옥은 내가 원하는 바 아니었다. 정치적 고립이 내가 원하는 감옥 테마였다. 그게 중요했다. 감옥에서 나눠준 빵과 죽도 건강을 고려해서 영양소를 골고루 넣은 메뉴다. 컨펌하는데 오래 걸렸다.
◇하석진 이시원의 멜로 관계성에 대한 호평도 있었다.
멜로 냄새를 살짝 주긴 했지만 둘이 다시 만났을 때 회상신도 그 텐션을 자제하느라 힘들었다. 김동재가 이탈하면서 이시원이 하석진을 서포트해주는 마음이 더 강해진 게 있었다. 그게 우리 인생사 같아 흥미롭게 봤다. 둘이 하필 배우라서 그런가. 이시원은 드라마보다 리얼리티에서 더 드라마처럼 말하더라. 명언집을 들고 다니나 싶었다. 또 승부욕 있고 끈질겨서 좋았다. 떨어질 때까지 최선을 다 하고 가지 않았나. 탁 놓는 순간이 없어서 너무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이시원과 세븐틴 승관의 감옥에서의 밤이 참 좋았다. 못생겨지는 안경 끼고 퍼즐을 푸는 게 참 이시원다웠고, 종이를 찢어서 가짜 피스 만들어 꽂아보는 모습 역시 만든 사람 입장에서 참 좋고 흐뭇했다. 감옥 속 캐스트 퍼즐은 정말 어려웠다. 박경림이 어떻게 풀었나 의문일 정도로 어려운 것이었는데, 박경림이 푼 것이 가장 어려운 퍼즐이었고 그 뒤로 피스 하나의 가치가 낮아지는만큼 퍼즐의 난이도도 낮아졌다.
!['데블스 플랜' 정종연 PD 프로필 사진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dd0f0c80c92441.jpg)
◇서동주가 상금 매치에서 기억력을 이용해 10문제 다 푸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걸 한 명이 다 할거라 생각 못했다. 기억력 게임이기도 하지만 단체 추리 미션이기도 했다. 이야기 흐름을 알아내는 게임인데 답이 나오는 그 과정도 좋았다. 그 매치가 아름다웠다. 이시원이 착각한 부분이 아쉽긴 했다. 그것만 빼면 (그 상금 매치는) 다 예뻐보였다.
◇'데블스 플랜' 게임 개발 과정은 어땠나.
이번엔 우리 제작팀이 개발했다. 그동안 쌓인 노하우도 있지만 게임 제작이 정말 힘들다. 우리끼리 테스트하고, 테스터 고용해서 테스트 돌리곤 했다. 너무 쉬워도 안 되고 어려워도 안 되니 난이도 밸런스 맞추기가 어렵다. 앞으로는 외주를 좀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게임을 만드는 게 제작진 갈려 나가는 부분인데 이번엔 '더 지니어스' 때만큼 게임 종류가 많진 않았다. 다음 시즌을 한다면 아이디어 측면에서 외부 도움이 필요할 것 같긴 하다.
◇계속 다음 시즌을 언급하는데 다음 시즌을 염두에 두고 있나.
이 결정은 넷플릭스가 하는 거다. 안 하기엔 이미 너무 많이 생각해 둔 게 있다. 순위가 매일 매일 나오는게 지옥이긴 한데, 그 때문에 '데블스 플랜' 생각을 오래 하게 되더라. 생각해 둔 게 아깝긴 하다. 현재 (넷플릭스 의향을) 기다리고 있다.
◇해외에서는 '데블스 플랜'을 어떻게 받아들이던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외국엔 이런 프로그램을 처음 접하는 분들이 많아서 평이 좋았다. 이런 프로그램이 어려운 사람은 애초부터 평을 안 남기고 안 본다. '어려울 줄 알았는데 이걸 견디고 보는 사람이 있네' 싶었다. 레딧을 보니 초창기 '더 지니어스' 때처럼 게임 분석하고, 궤도의 공리주의가 옳냐 그르냐로 얘기하고 있더라. 그게 너무 신기하다. 베트남 싱가포르도 오래 1위를 하던데 그게 너무 신기하다. 해외 반응은 좋았던 것 같다.
◇그동안은 CJ ENM의 돈을 썼다면 이번엔 넷플릭스의 돈을 썼다. 다른 자본의 맛을 느껴보니 어땠나.
어느 쪽이든 많이 쓰면 마음이 무겁다. 돈은 효율성을 고려하며 사용한다. 돈이 많이 들 수 있는 부분을 흔쾌히 오케이 해주는 게 이 플랫폼(넷플릭스)의 결정이었다. 넷플릭스는 합리적이라 생각하면 돈을 아끼는 스타일은 아니더라. 고맙게 생각한다.
◇연합 결성이 삐끗하는 듯 하면서도 끝까지 쭉 이어지더라. 제작진이 이들 연합을 파괴하도록 판 깔아준 전제가 있었나.
연합이 찢어졌지만 마음은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곽준빈과 하석진이 그것에 불만을 가진 경우였다. 하석진이 '데블스 플랜'에서 한 일침들은 대부분 곽준빈에게 한 말이다. 그게 연합을 파괴하기 위한 일침이었다고 생각한다. 보통 내 의견을 동의해 줄 것 같은 사람에게 그런 얘기 하기 마련 아니냐. 하석진은 궤도 연합의 가장 '약한 고리'였던 곽준빈에게 그런 말을 했고, 그게 먹혀들었다고 본다.
/정지원 기자(jeewonje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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