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그대처럼 순결하고 그대처럼 강인하게/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아름답게 살아가리라.'
나즈막히 가곡 '목련화'의 가사 한구절을 읊었다. 33년 동안 법조인의 길을 걷고 있는 김인원 변호사는 생애 첫 독창회를 앞두고 있다. 낮엔 변호사로, 밤엔 성악 연습으로 하루 24시간이 바쁘다. 김인원 변호사는 "도전은 내 생활의 일부"라며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에서, 목련화처럼 강인하게 영원히 아름답게 살아가리라"고 했다. 그는 노래에서 인생을 배우고 있다.
![성악가로 독창회를 앞두고 있는 김인원 변호사가 서울 종로구 적선동에 위치한 법무법인 대륜 사무실에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0a407c23e616fe.jpg)
◇ "인생 시련길에서 만난 성악, 버팀목 됐다"
'서울북부지검 형사3부장 검사, 사법연수원 교수, 법무연수원 교수, 전 대한변협 이사, '눈 크게 떠도 코 베가는 세상!' 저자…'
공연 팸플릿에 빼곡하게 소개된 '테너' 김인원의 이력이 다채롭다. 김인원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로 활동 중으로, 늦깍이 60대 테너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난 김인원 변호사는 "아마추어 파바로티"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도 그럴 것이 멋스럽게 기른 수염이 파바로티를 연상시켰다. 김 변호사는 "코로나 때 마스크를 쓰고 방치하다보니 수염이 자랐다"라며 "'삼손과 데릴라'처럼 중년 파바로티가 노래하는 힘이 수염에 있지 않을까 싶어 계속 길러봤다. 무대에 설 때 더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은 기분인데, 와이프는 지저분하다고 성화다"고 눙을 쳤다.
"제가 아는 한 현직 변호사, 법조인 중에 수염을 기른 사람은 없어요. 법조인은 보수적이고 단정한 집단이니까. 법정에서 수염을 기르고 있으면 괜히 실력이 부족한거 아닌가, 성격이 괴팍스러운거 아닌가 편견이 생길까봐 걱정이긴 해요. 자칫 의뢰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까 그 마음이 가장 크죠."
2010년까지 검사로 재직한 뒤 현재는 변호사로, 33년 법조인의 길을 걸어왔다. 성악가에 도전한 그를 '호사스러운 취미' '괴짜'로 바라보는 주변 시선도 많지만, 그의 인생에서 노래는 늘 함께 였다.
"사실 트로트를 좋아했어요. 어릴 땐 전기가 안 들어와서, 건전지 든 라디오에 귀를 대고 이미자, 패티킴, 문주란 노래를 들었어요. 그 때 '스타킹'이 있었으면 신동 소리를 듣지 않았을까. 공부를 너무 잘하는 바람에 법대를 갔지만요(웃음). 사법연수원 기숙사 생활할 때도 샤워하면서 노래하는 연수생으로 유명했어요. 공용샤워실에서 그렇게 크게 노래를 불렀어요. 검사, 변호사 하면서도 언더그라운드 밤무대, 노래방에서 노래를 참 많이 불렀어요. 제 18번이 '만리포 사랑' '이별의 인천항' '남원의 애수'였는데, 항상 노래가 삶 속에 있었죠."
![성악가로 독창회를 앞두고 있는 김인원 변호사가 서울 종로구 적선동에 위치한 법무법인 대륜 사무실에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50804e2233d49d.jpg)
연령 제한이 있어 '미스터트롯'에 못 나갔다는 김인원 변호사. 그만큼 트로트를 좋아했다는 그는 인생의 시련이 찾아오면서 성악에 입문하게 됐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정치적인 사건으로 재판을 받게 된 것.
"그래도 부장검사 출신인데 재판을 받게 됐으니 밤잠을 못 이뤘어요. 1년 재판을 받으면서 저도 모르게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죠. 사람들의 멸시와 자괴감, 그리고 집사람에 대한 미안함. 그땐 수입원도 없었거든요. 세상 사람들이 나를 비웃고, 제가 검사 출신이라는 것이 부끄러웠어요. 평생 겪어본 가장 힘든 일인데, 가족들이 아니었으면 못 이겨냈을 것 같아요."
그 힘든 시기에 성악을 만났다. "새로운 출구가 필요했다"는 그는 성악을 배우기 시작했고, 노래를 향한 도전은 활력이 됐다. 그렇게 60대 테너, 김인원의 새로운 타이틀이 생겼다.
◇ 생애 첫 독창회 '삶과 노래'…"노래로 느낀 위안·설렘 전달하고파"
김인원 변호사는 내달 4일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서 독창회를 가진다. 독창회의 주제는 '삶과 노래'로, 그의 인생사가 압축됐다.
"삶과 노래'라는 타이틀처럼, 노래는 제 일상에서 같이 버텨왔어요. 그동안 우여곡절도 있고, 친한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심지어 비방하기도 했는데 노래는 그 때마다 저를 지탱해준 버팀목이 됐어요. 가장 가까운 사람도 외면할 때가 있는데 노래는 안 그랬어요. 기쁜 노래를 하면 더욱 기쁘고 슬픈 노래는 또 위로가 되요. 사람들은 취미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저는 목숨 걸고 준비했습니다. 목소리가 더 늙기 전에, 11월 4일에 최선을 다해보자고 하루하루 보내고 있어요."
![성악가로 독창회를 앞두고 있는 김인원 변호사가 서울 종로구 적선동에 위치한 법무법인 대륜 사무실에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9e288640c8a7f3.jpg)
김 변호사는 독창회에서 총 12곡의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가곡 '고향의 노래'를 시작으로 오페라 투란도트에 나오는 아리아 'Nessun dorma'(네순 도르마)까지, 아리아와 이탈리아 깐조네, 한국 가곡 등을 고루 소화한다. 가수 문희옥과 '레떼의 강' 이중창도 준비됐다. '레떼의 강'은 그가 직접 작사한 곡이기도 하다.
"문희옥 씨가 트로트도 잘하지만 아리아도 잘해요. 명성에 누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망각의 강 '레떼'는 그 강을 건널 때 그 강물은 마시면 이승의 기억을 모두 잊어버린답니다. 그런데 그 레떼의 강물을 마셔도 첫사랑의 추억을 잊을 수 없다는 의미로 썼어요. 첫사랑에 대한 풋풋함, 서투르기만 했던 첫 입맞춤을 노래하죠. 물론 제 공식적인 첫사랑은 와이프입니다.(웃음)"
'삶과 노래'는 김인원 변호사의 생애 첫 독창회다. 그는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 독창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프로 성악가도 어렵다는 60대 테너의 독창회. 그는 "실력은 부족하지만 무식하고 용감하게 도전을 했다"고 했다.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올 수록 바짝바짝 마음이 타들어간다.
"시험을 앞둔 수험생처럼 긴장이 되요. '한 달만 더 일찍 할걸, 한달만 시간이 더 생기면 잘할 수 있을텐데' 기대 반 두려움 반이죠. 테너이기 때문에 하이 C(높은 도)에 대한 공포도 있어요. 잘 해내야 할텐데, 마지막 곡 '네순 도르마'를 연주할 때 '빈체로'가 나올지 걱정도 되요. 박수만 나오면 이미 준비해둔 앙코르 곡도 있는데 말입니다."
김인원 변호사는 이번 독창회가 노래의 기술이 아닌, 교감을 주고 싶다고 했다. 자신이 노래로 깊은 위안을 받았던 것처럼, 관객들의 삶을 응원하고 싶다고 했다. 독창회 도전의 진짜 이유다.
"노래를 부르면서 위안을 받고, 또한 어떤 노래는 꼭 들려주고 싶어요. 리골렛토(Rigoletto)' 중 '사랑은 영혼의 태양(E il sol dell'anima)'은 들려주고 싶기도 하고, 내가 이 노래에서 느꼈던 감정을 같이 느끼고 싶어요. 사랑했던 그 시절의 설렘을 잘 전달해주고 싶다, 다시 한 번 그 시절의 감정을 선물해주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이건 콩쿨 대회도 아니고 입시도 아니에요. 저의 새로운 출발, 새로운 도전에 동행해주시고, 부족한게 있으면 박수로 채워주시고, 잘하면 더 격려해주세요.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주시고 응원해주길 바랍니다."
![성악가로 독창회를 앞두고 있는 김인원 변호사가 서울 종로구 적선동에 위치한 법무법인 대륜 사무실에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1ef2080e91849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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