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사기꾼들-10] 백억대 피라미드식 사기의 전모


 

평범한 주부 회사원 이정숙씨(39세·가명). 생각해보니, 결혼하여 10년 동안 남편과 함께 쓸 데 안 쓰고, 먹을 것 안 먹고 부지런히 모았지만 전세 평수 늘여간 것 외 해 놓은 것이 없다. 그렇게 아등바등 살았지만, 마흔이 다 되도록 자기 집도 한 칸 없는 자기의 처지가 너무 한심하게 생각된다.

정숙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오늘 저녁, 예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친구들 모임에 나갔는데, 나이가 그래서 그런지 온통 재테크에 관한 이야기뿐이었다. 그 중 돈을 제법 쏠쏠히 모아 집도 마련하고 최근에 차도 바꾼 친구 제연희(39세·가명)가 정숙에게 "우리나라에서 은행에 꼬박꼬박 저축하여 집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집값이 어디 한 두 푼이냐? 투자를 해야 한다. 재테크를 해야 한다"며 열변을 토하는 것이었다.

예전부터 그런 말은 많이 들었지만, 투자했다가 날리면 본전도 못 건질 거라고 생각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데, 10년을 꼬박 모아도 남은 게 하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나이니 만치 노후도 걱정해야 하고, 애들 공부 시키려면 지금처럼 해서는 대책이 안 설 것 같았다. 그래서, 재테크를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나중에 자기와 조용히 이야기하자고 하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정숙은 곧 연희를 만났다. 연희는 자기가 어떻게 돈을 모았는지 설명해 주었다. 연희가 1년전 S여자대학 최고여성경영자대학원 6개월 과정에 등록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이승순(29세·가명)씨를 만났다고 한다. 평범해 보이는 젊은 여자가 고급차를 타고 다니며 쓰는 품이 심상치 않아 재벌 딸쯤 되나 보다하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재벌 딸은커녕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별 볼 일 없는 남자와 결혼하였는데, 워낙 머리가 좋고 재테크에 능해 돈을 떡 주무르듯이 주물러 자수성가한 여자였다 한다.

어떻게 돈을 만지는 지 궁금해 물어 보았더니, 은행에서 법원으로 넘어가는 아파트를 은행직원과 짜고 시세의 1/2로 사서 그 자리에서 팔면 두 배로 남기고, 투자가치가 있으면 좀 묵혔다가 팔아 3-4배의 이익을 챙겼다고 한다. 그리고 부동산, 주식투자,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 등 전방위로 투자를 하는데, 승순이 손대는 것 마다 이익이 많이 남아 단기간에 가지고 있는 부동산만 100억이 넘는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연희는 돈이 달라붙는 승순에게 자신의 돈도 좀 부풀려 달라고 맡겼고, 1년 만에 원금에 상응하는 이자를 받았다고 하였다.

승순은 계산하기 복잡하다며 억단위로만 투자를 받는데, 아무에게나 자기 이야기 하는 걸 몹시 싫어하고 돈을 맡기려는 사람들도 매우 가린다고 하였다. 그래서, 모임에서 공개적으로 그 얘기를 할 수 없었고, 그 중 제일 도와주고 싶은 정숙에게 돈 좀 벌게 해 주고 싶어 이렇게 따로 불렀노라 하였다.

정숙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연희는 굳게 믿는다. 직업도 돈에 대해 잘 아는 펀드매니저인데다, 꼼꼼하고 야무지고 무엇보다 투명한 그 성격이 무척 신뢰가 가는 친구이다. 정숙은 연희와 만난 뒤 온갖 돈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남편 몰래 10년 동안 부어 온 적금에다가 친정 언니, 부모 돈 까지 보태어 겨우 1억을 만들어 연희와 함께 승순을 찾아갔다. 정말 그 많은 돈을 주무른다고 보기에는 너무 평범해 보이는 여자였다. 무척 난색을 표하더니, 재차 연희가 도와달라고 하자 마지못해 최선을 다해 보겠다며 1억을 받아 주었다.

그리고 한 달 뒤, 연희의 말대로라면 최소 500만원이상의 이자가 들어오는 날이다. 아침부터 얼마나 들어왔을까 기대감을 안고 통장확인을 했는데 들어 온 게 없었다. 이자가 들어오는 날 아침 영업시간 시작되자마자 이자가 들어 올 것이라 했는데 약간 찜찜했지만 좀 늦어질 수도 있으므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도록 이자 입금이 되지 않자 연희에게 연락하였다. 연희는 그럴 리가 없다며 자기가 알아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라더니! 이승순은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아무리 수소문해도 이승순의 행적을 알 수가 없었다. 그제야 이상한 조짐을 느낀 연희를 비롯한 S여자대학 최고여성경영자대학원과정에서 함께 수업을 들었던 사람들이 모였다. 적게는 5억 많게는 20억 정도를 투자했다가 한 순간에 날렸다고 하였다.

경찰서에 급히 신고하고, 하루하루를 넋 놓고 살고 있던 어느 날, 연희에게 전화가 왔다. 이승순이 잡혔다고 하였다. 경찰조사결과, 사기전과2범인 이승순은 치밀하게 사기범죄를 구상하고 S여자대학 최고여성경영자대학원에 등록하였다 한다. 6개월 과정인 그 대학원 수강생들은 대부분 4,50대의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자들이고, 또 어느 정도 안정적인 사람들이라 색다른 투자처로 쉽게 포섭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고 한다.

외제 차와 호화 빌라를 렌트하여 부를 과시한 뒤, 하나씩 둘씩 포섭하여 돈을 끌어들였다. 받은 돈은 한 군데도 투자하지 않고 그대로 월 5% - 8%정도 되는 이자로 지급하였고, 1년 동안 이자가 틀림없이 들어오자 예상대로 모두 연희처럼 친구, 친구의 친구, 친인척 그리고 친인척의 친구를 동원하여 투자금을 마련해왔다는 것이다.

이들이 추가로 모집하여 데려온 사람들만 100여명이 되고, 들고 튄 돈만 해도 100억이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돈은 오리무중 어디로 갔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연희는 사기범을 잡았지만 돈을 회수할 수 없다는 경찰의 말에 앞이 아득하였다. 자기도 3억을 투자했지만 이자로 거의 회수하였다. 하지만, 자기로 인해 투자했다가 다 날린 정숙과 친인척들은 어떻게 하냔 말이다!

정말 진심으로 그 사람들을 위해서 한 일이건만! 사람의 진심을 이렇게 이용해 먹다니! 악랄한 피라미드식 사기! 10억이 넘는 돈을 자기가 다 갚을 수도 없고! 이 사람들과 평생 어떻게 이 사건을 풀고 지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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