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요즘은 쉽게 보기 힘든, 참 귀한 멜로다. 극에 담긴 묵직한 메시지, 섬세하면서도 감성을 울리는 연출, 정우성과 신현빈을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 몰입을 극대화하는 OST까지, 무엇 하나 부족함 없이 완벽한 멜로 '사랑한다고 말해줘'다.
지니 TV 오리지널 '사랑한다고 말해줘'(연출 김윤진, 극본 김민정, 원작 일본 TV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각본 키타카와 에리코·제작 TBS 텔레비전))는 손으로 말하는 화가 차진우(정우성 분)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신현빈 분)의 소리 없는 사랑을 다룬 클래식 멜로 드라마다.
어린 시절 원인 모를 열병으로 청력이 손실된 뒤 혼자만의 고요한 세상을 살아가던 차진우와 단역 배우 정모은은 제주에서 우연히 만나 인연을 쌓아가게 된다. 진우를 만난 후 조금씩 수어를 배우기 시작한 모은은 진우에게 천천히 다가서지만, 진우는 "좋은 건 굳이 맞추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사람과 하라"며 선을 긋고 한발 물러섰다. 눈을 깜빡이는 순간에도 세상과 단절된 듯하다는 진우에게 여전히 세상은 오해와 편견, 그리고 차별로 가득했다. 그럼에도 타인을 구하기 위해 몸을 내던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의롭고 다정한 사람이 바로 진우다. 그리고 모은은 이런 진우를 단번에 알아보고 진심 어린 마음을 표현했다.
자신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대에게 미안해서 더 선을 그으려 했던 진우는 이제 먼저 모은을 기다리고 손을 내밀 수 있게 됐다. 사랑이 시작된 것.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진심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편안한 존재'가 된 두 사람이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단순한 멜로를 넘어 우리가 얼마나 많은 편견에 사로잡혀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모은의 말처럼 세상에 당연한 건 없는데도 너무나 당연하게 모두가 말을 하고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를 쉽게 오해하고 또 상처를 준다. 하지만 진우는 이런 세상 속에서도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았다. 소외된 이들의 모습을 벽화로 담아내고, 남을 탓하기보다는 자신을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드러낸다. 청력은 잃었지만 세잎클로버 사이 혼자 다른 네잎클로버를 더 잘 볼 수 있게 된 것처럼, 진우는 상대의 진심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배려하는 사람이다.
이런 진우의 사랑이 된 모은 역시 따뜻한 성정이 강한 인물이다. 여기에 자신의 꿈을 위해 고난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갈 줄 아는 용기와 강단이 있다. 편견 없이 진우를 바라보고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모은은 이 드라마가 진짜 하고 싶은 주제 의식과 닿아있다. 우리가 평소 얼마나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하는지, 말을 하지 않는 조용함이 얼마나 편안하고 좋은지를 모은은 진우를 만나며 깨닫게 된다. 그리고 단어를 선택하고 말을 꺼내고 대답을 기다리고 반응하는 그 모든 과정에 정성이 깃든다. 그렇기에 진우와 모은 사이엔 진심이 아닌 것이 없다.
혹자는 너무 느리고 정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빠름'과 '자극'을 필요로 하는 요즘 세상에서 진우와 모은의 사랑을 밋밋하고 심심하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을 들여 유심히 극을 들여다보면 나도 모르게 저절로 빠져들게 되는 울림과 재미가 분명히 있다. 그만큼 서사와 캐릭터 관계성이 정말 촘촘하게 잘 짜인 극이다. 그리고 진우와 모은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샌가 이들의 연애를 응원하게 된다. 특히 진우와 모은이 글과 문자 메시지로 대화를 나눌 때, 자연스레 이들이 무슨 얘기를 나눌까 지그시 바라보고 기다리게 된다. 정적의 시간까지도 두근거리는 설렘이 가득하다.
진우 역을 맡아 무려 11년 만에 멜로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돌아온 정우성은 '사랑한다고 말해줘'를 통해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며 배우 진가를 입증했다. 표정이 이렇게 많고, 눈빛이 이토록 깊은 배우였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말을 하지 않기에 더 크게 다가오는 진우의 감정선을 절제된 표현력으로 묵직하게 연기해 매 순간 시청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는다. 실제로도 올곧고 다정한 성격의 정우성은 진우 그 자체가 되어 시청자들을 울고 웃게 만든다. 최근 큰 사랑 속에 천만 영화에 등극한 영화 '서울의 봄' 이태신과는 또 다른 정우성의 '인생 연기'를 마주하게 되는 '사랑한다고 말해줘'다.
모은 역의 신현빈은 참 예쁘다. 외모와 분위기는 물론이고 캐릭터를 너무나 사랑스럽게 표현해 극 몰입도를 한층 높여준다. 허투루 내뱉지 않는 대사 한 마디, 짧은 순간 짓는 눈빛과 표정 하나에도 모은이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내 시청자들의 마음을 꽉 붙든다. 신현빈의 반가운 재발견이다.
'사랑한다고 말해줘'의 또 다른 재미를 담당하는 이는 바로 진우의 친구 기현 역 허준석이다. 어린 시절 진우와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기현은 진우가 속내를 드러내며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장난기 가득하지만, 늘 진우를 걱정하고 보호자 역할까지 하는 기현은 든든함 그 자체. 허준석은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극강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기현이 등장할 때면 자연스레 웃게 되고 기분이 좋아지는 마법이 펼쳐지는 것. 이에 허준석을 남은 회차에서 더 많이 볼 수 있길, 그리고 진우와 모은에게 지금까지처럼 큰 힘이 되어주길 간절히 바라게 된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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