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짧은 칭찬 한 마디에도 90도 인사와 "감사합니다"가 돌아온다. 목소리엔 쑥스러움이 가득하다. 분명 얼마 전까지 소름 끼치는 악역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감탄을 자아냈던 배우인데, 언제 그랬냐는 듯 순둥미를 한껏 뽐낸다. 이준영과 인터뷰를 여러 차례 했지만, 한결같이 겸손하고 예의 바르다. 주변을 밝게 해주는 기분 좋은 웃음도 여전하다.
반면 연기에 대한 열정은 더욱 커졌다. "연기가 더 재미있어졌다"는 그는 지치지 않는 에너지를 뿜어내며 '낭만 있게' 살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그 이상으로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이준영이다. 탄탄한 연기력과 성실함은 기본이고 스태프까지 챙길 줄 아는 배려심, 현장에 임하는 자세와 마인드까지 훌륭한 이준영을 누가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되는 순간이다.
![배우 이준영이 넷플릭스 시리즈 '황야'(감독 허명행)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2d5b3d703e0b11.jpg)
지난 26일 전 세계에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황야'(감독 허명행)는 폐허가 된 세상, 오직 힘이 지배하는 무법천지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종말 이후의 세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다룬 '황야'는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 'D.P.',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 등의 무술감독으로 인상적인 액션 장면을 다수 탄생시킨 허명행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남산 역으로 돌아온 마동석은 파워 넘치는 핵주먹 뿐만 아니라 총과 칼을 이용한 액션까지 보여주며 신선한 재미와 쾌감을 안긴다. 마동석 특유의 말맛과 유머도 살아있다. 폐허 속 유일하게 살아남은 의사 양기수 역을 맡은 이희준은 강렬한 악역 연기를 완성했다.
이준영은 남산의 든든한 파트너 지완 역을, 노정의는 사건의 중심에 선 수나 역을, 안지혜는 특수부대 소속 중사 은호 역을 맡아 존재감을 뽐냈다. 특히 이준영은 마동석과 합을 맞추며 생동감 넘치는 티키타카와 액션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미 다양한 작품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과 성장 가능성을 입증한 이준영은 '황야'를 통해 다시 한번 글로벌 파워를 과시했다.
이에 '황야'는 공개 이후 3일 만에 1,430만 시청 수를 기록하며 글로벌 톱 10 영화 비영어 부문 1위, 전체 부문 2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다음은 이준영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영화 '용감한 시민' 개봉 당시 스태프가 이준영 배우에 대해 스태프들과 밥을 같이 먹고 잘 지낸다는 내용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스태프들의 고마움을 얘기하는 배우들은 많지만 실제로 그들 속에 녹아 들어가는 배우는 많지 않다. 그런 계기가 따로 있나?
"단순히 정말 고마웠다. 저희는 주어진 시간에 일하고 쉴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신에 걸리지 않으면 대기 시간이 있지만, 스태프들은 저희의 몇 배를 일한다. 그들이 없으면 제가 하는 연기는 독백일 뿐이다. 연기를 생동감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고마웠다. 저도 어려서 백업 댄서 알바를 하다가 데뷔를 했다 보니 진짜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백업 댄서 할 당시 주차장에서 밥을 먹곤 했다. 그래서 그런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다.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
![배우 이준영이 넷플릭스 시리즈 '황야'(감독 허명행)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c6a98cc67317fe.jpg)
- 최근에 팬들과 취중 라이브 방송을 한 것이 화제가 됐다. 다음 날 회사에 혼나는 거 아니냐고 하기도 했는데 혼나지는 않았나?
"혼나기 전에 제가 먼저 '다음부터 맨정신에 하겠다'라고 했다. 회식하고 돌아오는데 어려서부터 꿈꾼 것이 이뤄졌다는 생각이 드니 고마운 사람들이 떠오르더라. 제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감사합니다' 이런 말을 SNS에 올려도 100% 전달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팬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자 취중 고백을 하게 됐다."
- 기분이 좋은 것이 느껴졌다. 시기적으로 '황야'가 글로벌 1위를 하기도 했고.(웃음) 좋고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오롯이 전해지는 한편, 워낙 출연작도 많고 바쁘기도 하다 보니 힘이 든다거나 부담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저는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부담감은 사실 크게 없다. 라이브 때 '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지칠 시간, 여유가 없다'라는 말씀을 드렸다. 제가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이 팬들, 식구들, 회사 사람들이다. 관심과 응원을 주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저조차도 관심사가 생겨서 취미가 되거나 좋아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시간도 할애를 많이 해야 한다. 그래서 절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 감사하다. 그러다 보니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어야겠다'라고 다짐하게 된다. 대단하지는 않아도 살면서 이분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도 반은 성공한 거라고 생각해서 이걸 유지하고 살려고 한다. 그래서 지칠 여유가 없다. 물론 체력적으로 데미지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힘들 때도 있지만, 너무나 사랑하는 일이다. 지금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와 '약한영웅 class2'를 촬영하고 있는데, 요새 연기가 더 재미있어졌다. 복합적으로 감사한 일투성이다. 그래서 신명 나게 지내고 있다."
- 요즘 연기가 더 재미있어졌다고 했는데, 최근 연기를 하면서 시야가 달라졌다 하는 부분이 있나?
"'황야'에서 동석 형과 호흡을 맞추며 '이렇게 해석할 수 있구나', '이렇게 꺾을 수도 있구나'를 배웠다. 'D.P.' 통해 깨우치고 성장했었는데 이번에도 제 틀을 깨본 것 같다. 그리고 이걸 다른 작품에도 투영을 시키고 있다."
![배우 이준영이 넷플릭스 시리즈 '황야'(감독 허명행)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0dad8f002dc6af.jpg)
- '용감한 시민' 박진표 감독이 인터뷰에서 "송강호, 황정민, 전도연도 어려서부터 잘했다. 배우의 감, 괴물 같은 본능이 있다"라고 비유하며 이준영 배우가 가진 본능적인 연기 감을 극찬했다. 그리고 반드시 대성할 것이라고 했다. 이뿐만 아니라 같이 작업한 이들이 입을 모아 칭찬을 하는 것에 대해 배우로서 어떻게 느끼고, 또 영향을 받는지 궁금하다.
"연기력을 떠나서 저의 연기에 대한 애티튜드를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게 봐주신 것 같다. 저는 저에 대한 기준이 높다. 그래서 저를 많이 혼내고 모질게 굴고 조금이라도 삐뚤어지면 괴롭히는 편이다. 그런 저의 태도에 대한 피드백을 듣게 된 것이라, 제가 맞게 가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걸 잘 유지해서 말씀해주신 선배님들처럼 될 수 있도록 이뤄내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 본인에게 모질고 괴롭히는 편이라고 하면 심적으로 굉장히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 어떤가?
"그래서 현장에 나가 해소를 한다. 출연하는 배우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 해소가 된다. 또 제가 춤을 좋아해서 춤을 추면서 푸는 것 같다."
- 가수 활동에 대한 의지도 계속 피력해왔는데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다 열려있다. 저는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하고 춤추는 것도 좋아한다. 연기한다고 해서 이 둘을 놓기보다는 셋을 같이 가져가고 싶다. 지금도 앨범에 관해서 얘기하고 틈날 때마다 춤을 춘다."
![배우 이준영이 넷플릭스 시리즈 '황야'(감독 허명행)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c90f9aa3be7122.jpg)
- '황야' 시사회에 신혜선 배우가 응원을 와서 함께 찍은 인증샷도 팬들이 좋아하더라. 영화에서는 죽일 듯이 싸웠는데 너무 다정하게 찍었던데,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잘 봤다. 안 힘드냐. 좀 쉬어라. 근데 니가 자초한 거잖아'라고 하더라. 그래서 '누나도 안 쉬던데? 사돈 남 말 한다'라고 틱틱거리면서 장난을 쳤다. '누가 더 많이 하냐'며 서로 시합하는 것 같다. 지지 않겠다고 하는, 성향이 많이 닮았다. 작업을 같이한 동료로서 또 언제 만날지 모르다 보니 만나면 응원해준다."
- 앞서 '용감한 시민' 인터뷰 때 이준영 배우가 2층, 신혜선 배우가 3층에서 했는데 밑에서 웃음소리가 크게 들리니까 신혜선 배우가 "지지 말아야겠다. 더 재미있게 해야겠다"라며 승부욕을 불태웠다.
"안 그래도 그 얘기를 누나가 하더라. 우리가 승부욕이 진짜 강하다. 그래서 영화에서 액션 시너지가 잘 나온 것 같다."
- 'D.P.', '마스크걸', '황야'까지, 이준영이 나오는 넷플릭스 작품은 다 잘 됐다. 앞으로 '폭싹 속았수다'도 공개가 될 예정이라 '넷플릭스의 아들'이 확실한 거 같은데 소감이 어떤가?
"제 별명을 그렇게 부르더라. 더 잘해서 넷플릭스에서 인정해주는 아들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달엔 디즈니+ 시리즈(로얄로더)도 나오는데, 모든 OTT에서 인정받고 활약하고 싶다.(웃음)"
![배우 이준영이 넷플릭스 시리즈 '황야'(감독 허명행)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84e2aad2692926.jpg)
- 해왔던 것도 그렇고 앞으로 나올 작품까지, 작품 복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이준영 배우에게 이렇게 작품이 쏠리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소비성이 덜 했던 것 같다. 예능을 거의 안 했는데,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반면 무서움도 있다. 그래서 작품을 통해 새로운 면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들 감사한 것이 앞으로 나올 것까지 하면 16개 정도의 작품을 찍었더라. 같이 작품을 한 스태프들이 많다. 연달아서 같이 찍기도 하고. 이런 것이 되게 신나고 좋은 것 같다. 따뜻한 마음, 아이 같은 마음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 여기에 더해서, 장르나 선악 캐릭터, 분량 상관없이 작품을 선택한다는 것도 이준영 배우의 대단함 중 하나인 것 같다. 소위 잘 나간다고 하면 반드시 주인공을 하고 싶어 하고 이미지를 고려해서 캐릭터를 고르기 마련인데 이준영 배우는 그런 것이 없다. 그것이 대단한 결단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저는 구분할 생각이 없다. 시간이 지나도 작업 그 자체가 좋은 거다. 스코어나 그런 것에 대한 생각은 없다. 이 일을 하는 것이 재미있고, 선역이나 악역이나 어떤 역할을 하든 배우는 것이 굉장히 많다. 여러 가지 부분에서 성장하고 싶다."
- 그런 점에서 '약한영웅 class2' 캐스팅에 깜짝 놀랐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출연인데, 온전히 작품 때문에 선택한 건가?
"대본이 재미있었다. 전 낭만 있게 살고 싶다."
- 이제 곧 설 연휴인데 인사를 전한다면?
"2024년은 저도 기대가 되는 한해다. 저의 모든 기운을 가져가셔서 올 한해 다들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본인의 힘든 것, 아픈 부분을 잘 보듬으면서 잘 지냈으면 좋겠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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