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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① '선산' 박희순 "박병은과 '연애하냐'고…덤덤·건조하게 연기"


(인터뷰)배우 박희순,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 형사 최성준 役 열연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인물 "감정에 매몰되지 않으려 노력"
"미움 바탕엔 愛의 감정 있어…공유·박병은과 낚시, 한 번으로 충분해"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중년 섹시'의 정석을 보여준 배우 박희순이 이번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형사로 돌아왔다. 겉으론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베테랑 형사이지만, 언뜻 얼굴이나 눈빛에 담기는 슬픔과 헛헛함이 마음을 계속 붙잡는다. 이는 박희순 특유의 분위기와 깊은 연기 내공과 맞물려 또 한번 강렬한 시너지를 낸다. 특히 박병은과 완성한 애증의 관계성은 '선산'의 한 축을 담당하며 또 다른 재미를 안겼다.

지난 달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은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부산행', '지옥' 등의 연상호 감독이 기획과 각본에 참여하고, 영화 '부산행', '염력', '반도'의 조감독으로 연상호 감독과 손발을 맞췄던 민홍남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배우 박희순이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박희순이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우리의 뿌리에 닿아 있는 선산을 소재로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가족의 민낯을 제대로 파고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기획됐다는 '선산'은 각 인물이 가진 욕망에 집중하며 기이하고 다소 섬뜩하기도 한 이야기를 완성했다. 캐릭터의 관계성에서 오는 긴장감과 살인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재미는 무난하게 6회까지 완주할 힘이 된다.

박희순은 마을의 살인사건이 선산과 연관되었다고 직감하는 형사 최성준 역을 맡아 윤서하 역 김현주, 형사반장 박상민 역 박병은, 서하의 이복동생 김영호 역 류경수와 연기 호흡을 맞췄다. 특히 박희순과 김현주는 SBS 드라마 '트롤리'에 이어 연달아 '선산'에 함께 출연해 남다른 연기 호흡을 과시했다. '마이네임', '모범가족'에 이어 '선산'으로 세 번째 넷플릭스와 함께 하게 된 박희순은 묵직하고 탄탄한 연기력으로 최성준 캐릭터를 깊이 있게 표현해냈다. 다음은 박희순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완성본을 본 느낌은 어떤가? 반응을 챙겨본 것이 있나?

"공개 전 음악이 안 깔린 편집본을 보긴 했는데 역시 음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음악 덕분에 긴장감이나 속도가 더 좋아진 것 같다. 생각했던 지점과 가까운 것 같다. 리뷰도 정말 다양하고 다르더라. 호불호 갈린다고 하면 좋은 쪽이 7, 나쁜 쪽이 3 혹은 그 반대인데 이 작품은 각자 좋아하는 부분도 다르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 같아서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 어떤 점이 좋았나?

"차곡차곡 서사가 쌓이면서 의문에 한발 다가간다. 그 방식이 재미있었다. 그런 과정이 영화에는 쓰였지만 드라마 6개로 빌드업이 되긴 쉽지 않은데, 그렇게 가니까 몰입감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만족감이 크다."

- 오컬트 장르를 기대한 이들은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제작발표회에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 오컬트 요소가 가미가 된 것이라고 했었다. 포스터를 보고 오컬트라고 생각한 분들이 그것과 달라서 그런 반응을 보여주시는 것 같은데 전혀 아니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이기 때문에 그 계단을 밟아가는 재미로 봐주시면 좋겠다."

배우 박희순이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박희순이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 캐릭터에서 느낀 매력은 무엇인가?

"사건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개인 서사가 있어서 완전히 나올 수는 없겠지만, 시청자들을 인도해가는 길라잡이로서 그 과정을 같이 밟아가면서 소개와 설명을 해준다. 힌트를 주기도 한다. 연극으로 치자면 사회자 느낌으로 연기를 했던 것 같다. 개인적인 서사 부분은 주로 박상민 반장과 부딪히는데, 그 서사는 극적으로 그려진 것 같다."

- 그동안 다양한 형사 역할을 많이 맡았는데 이번 역할은 어떤 차별점을 주려고 했나?

"그간 비리 형사, 열혈 형사 다 많이 했는데 극 속에 빠져들어서 사건을 해결하고 부딪히고 싸우는 인물이었다. 이번엔 객관적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찾아내면서 자기 모습을 투영하는 것이 달랐던 것 같다. 감정에 매몰되지 않으려 했다. 길라잡이인데 사적 감정이 들어가면 흐름에 방해가 되니까 건조하게, 편안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 연상호 감독에게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고 들었다. 전반적인 극 구성 능력이 좋은 편인 것 같은데 연출에 대한 생각도 있는 건가?

"그런 건 아니다. 그 정도까지 깊숙하게 들어가지는 못한다. 작품 선택할 때 내가 왜 이걸 선택해야 하는지 의문이나 퀘스천 마크가 붙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하겠다고 정하기 전 미팅할 때 감독님과 얘기를 하기 위해 미리 분석하고 나간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에 대해선 '이렇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할 수 있는 걸 가지고 간다. 그리고 그것이 받아들여지고 커뮤니케이션이 된다고 할 때, 좀 부족하거나 고칠 지점이 있어도 생각이 공유된다면 결정을 하는 편이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원래 대본에 인원 감축이 있었다. 최성준은 가장 유능하고 일 처리가 명확한 친구인데 인원 감축의 대상이라는 설정은 말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했다. 과거 아들 사건이 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흘렀고, 박상민에게 최성준이 도움을 줬다는 것을 다들 눈치채고 있다. 그런데 최성준이 지목된다는 것이 의아했다. 반면 박상민이 감축 대상에 오르면, 지금까지 최성준이 박상민에게 죄책감 때문에 계속 일을 해결하고 공을 넘겼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여겼다. 공을 넘기면 넘길수록 열등감을 가지고 마음에도 없는 나쁜 소리를 하고 행동을 하게 되지 않을까. 감독님도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하시고 고치신 거다."

- 다른 작품도 그렇게 하는 편인가?

"그렇다. 제가 분석한 한도 내에서 그렇게 하는 편이다. 만약 의견을 냈지만 그쪽에서 바꿀 생각이 없다고 하면 장고에 들어간다. 어떤 쪽으로 내가 부족하다고 하는 걸 채울 것인지 생각하기도 하고, 감독님의 말을 수용해서 다른 쪽으로 매진하는 걸 선택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수용할 수 없다고 하면 안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배우 박희순이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박희순이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 박병은 배우와의 관계 설정이 흥미로웠다. 주고받는 연기 호흡도 좋았다. 어떻게 연기했나?

"'둘이 연애하냐'라는 말도 있더라. 감독님과 저희는 브로맨스를 얘기했는데 '사랑', '연애' 얘기가 많더라. 박병은이 하루는 둘 관계가 인상적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메시지로 보내더니 '우리 연애한 거냐'라고 하더라.(웃음) 둘의 관계는 서로 좋아하고 절친했던 선후배 사이다. 과거 사건에 대한 죄책감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주위를 맴돌면서 도움을 준다. 상의해도 될 텐데 자기 혼자 서성이고 쭈뼛거린다. 일을 처리한 후 박상민의 공인 것처럼 넘겨준다. 최성준 입장에선 죄책감의 표현인데 박상민은 '내가 바보 같아서 나를 돕는 거냐'며 열등감이 쌓여가는 거다. 그래서 마음에도 없는 말이 나간다.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려면 바탕에 애(愛)가 있어야 한다. 서로에 대한 애정은 크고 넘칠 거라 생각했다. 관계들이 쌓이면 쌓일수록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극에 달했을 때 감정이 터지는 싸움이 일어난다. 혹자는 '그렇게 쉽게 풀린다고?'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사소한 것 때문에 쌓인 오해가 커져서 풀지 못하는 실타래가 되는데, 하나를 쑥 빼면 엉킨 것이 한 번에 풀린다. 사과나 솔직한 표현 한 마디에 눈 녹듯이 사그라드는 경험을 저도 해본 적이 있다. 남녀든 남남이든 다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애(愛)가 기본에 있기 때문에 금세 풀릴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 박병은 배우와는 첫 호흡이었는데, 워낙 농담도 많이 하고 장난도 많이 치는 배우라 현장에서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연기할 때는 자기 것이 확실해서 플랜이 다 있더라. 프로라는 생각을 했다. 자기 신이 끝나면 박병은으로 돌아와 혼자 말을 그렇게 많이 한다. 자기 플랜을 자꾸 얘기한다. 모니터 보면서 집중하고 있는데 자기 연기 끝났다고 '반신욕 할까'라며 혼자 떠든다. 중얼중얼 '나 혼자 산다'를 찍고 있다. 그러면 저는 집에 가라고 한다.(웃음) 장난도 많이 치는데 연기 얘기할 때는 자기 것이 확실히 있고 카메라 움직임까지 고민해서 얘기한다."

- 낚시는 또 같이 갔나?

"공유, 박병은과 딱 한 번 갔다. 둘은 낚시에 완전 미쳐 있어서 저에게 자꾸 오라고 하더라. 민물낚시를 한 번 갔는데 모기를 백방 물리기도 하고 쥐도 나왔다. 그래서 안 간다고 했는데 방 잡아놓고 바다낚시를 갈거니까 한 번만 오라고 하더라. 촬영 마치고 합류했는데 해뜨기 전에 나가야 한다고 새벽 5시에 일어나더라. 배 타고 30분 갔는데 눈 떠보니 다들 낚시를 하러 갔더라. 저는 시키는 대로 낚싯바늘을 집어넣고 있었는데 넣자마자 엄청나게 큰 것이 잡혔다. 이렇게 빨리 잡히는 건가 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못 잡았다. 저보고 어복이 있다고 하더라. 욕심이 없어서 그런지 또 잡혔다. 둘 못 잡을 때 저는 두 마리를 잡았다. 재미있었지만 저는 한번으로 족하다."

- 박병은 배우가 질투를 좀 했을 것 같다.

"박병은보다 공유가 더 그랬다. 승부욕이 더 강하다."

배우 박희순이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박희순이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 '가족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인데 어떤 생각을 했나?

"한번 돌아보게 되더라. 애증이라는 얘기를 했다시피 사랑과 미움이 뭉쳐있는 것 같다. 가족에겐 사랑에 대한 표현은 인색한 반면, 화나고 미운 표현은 더 많이 하게 된다. 그래서 저도 돌아보며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됐다."

- 후반부 아들 만나는 장면에서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말이 안 떨어지지만, 농담을 더 하고 싶었다. '아빠, 백수 됐어'로 풀고 싶어서 애드리브를 했다. 더 풀어지고 싶었는데, 혹시나 그 친구의 감정이 흐트러질까 봐 집중할 수 있게 맞췄던 것 같다. 좀 덤덤하게 보이려고 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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