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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② 손석구 "'댓글부대', 현실적 질문 위한 결말…영리한 각색"


(인터뷰)배우 손석구, 영화 '댓글부대' 기자 임상진 役 열연
"김동휘와 만나 대화하던 다방신, 웬만한 액션보다 어려워"
"임상진은 도시 사람의 거울 같은 인물, 밈 대하는 온도 달라져"
"장도연과 만남 화제, 큰 부담 없어…'댓글부대'가 제목으로 더 많이 나왔으면"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온라인에 밀접한 MZ 세대에겐 웃기지만 무서운 엔딩,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디자인이 된 결말" 배우 손석구는 '댓글부대'의 결말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명확하거나 통쾌하진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 더 맞닿아 있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토론을 이어갈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 그리고 온라인 '밈'에 대해서도 각 세대의 시선, 느낌이 존재할 것이고, 자신 역시 '댓글부대' 이후 밈을 대하는 온도가 달라졌다고 밝혔다. 연기적인 고민과 이를 통해 느끼는 재미도 남달랐다. 여러가지 이유로 손석구에겐 큰 의미로 남을 '댓글부대'다.

지난 27일 개봉된 영화 '댓글부대'(감독 안국진)는 대기업에 대한 기사를 쓴 후 정직당한 기자 임상진(손석구 분)에게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익명의 제보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온라인 여론 조작이라는 현실과 맞닿아 있는 소재, 한 번도 다뤄진 적 없는 신선한 스토리와 눈을 뗄 수 없는 연출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배우 손석구가 영화 '댓글부대'(감독 안국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손석구가 영화 '댓글부대'(감독 안국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손석구는 기자 임상진 역을 맡아 '팀알렙'의 실질적 리더인 '찡뻤킹' 김성철, 작가 지망생인 '찻탓캇' 김동휘, 키보드 워리어 '팹택' 홍경과 호흡을 맞췄다. 임상진은 기자로서의 사명보다는 특종을 노리던 기자로, 대기업의 횡포를 고발한 기사가 오보라는 여론에 밀려 정직을 당한다. 14개월 정직 후 온라인 여론을 조작하는 댓글부대에 대해 제보하겠다는 찻탓캇(김동휘 분)을 만난 후 댓글부대의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JTBC '나의 해방일지' 구씨와 영화 '범죄도시2' 빌런 강해상 역으로 '대세 배우' 반열에 오른 손석구는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에 이어 '댓글부대'로 다시 한번 자신의 진가를 뽐냈다. 그는 현실에 있을 법한 기자 캐릭터로 시작해 댓글부대 팀알렙을 파헤치며 변해가는 모습까지, 내면의 감정 변화 폭이 큰 임상진을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뽐내 몰입도를 높였다. 다음은 손석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촬영하면서 가장 표현하기 어려웠거나 고민되던 건 무엇이었나?

"'이런 일을 했고 다음 상황으로 넘어갔다'라고 명확하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실체가 없는 애와 계속 교류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다 보니 섬세하고 예민하게 디자인을 해야 했다. 그래서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하고, 연기했을 때 표현이 됐는지에 시간을 많이 들였다. 하루에 한 신도 못 찍고 넘어갈 때도 많았다. 모여서 5시간 정도 첫 대사만 하고 갈 정도로 많이 어려웠다."

배우 김동휘와 손석구가 영화 '댓글부대'(감독 안국진)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김동휘와 손석구가 영화 '댓글부대'(감독 안국진)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어떤 장면이 그랬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찻탓캇과 처음 만났을 때 왜 만나러 가는지, 어떤 식으로 만날 것인지, 이런 것에 대해 얘기를 했다. 탈고가 됐지만, 막상 가서 연기하려고 하면 또 질문이 많이 생겼다. 대사량이 꽤 되는데 이걸 줄일 건지에 대한 얘기도 했다. 쉽고 직관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저는 액션 영화보다 제일 힘든 건 대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가 감독님들은 간단한 바스트샷만으로도 뭔가 다른 것이 있다. 그게 엄청난 노하우다. 찻탓캇과 마주 앉아서 대화하는 것이 긴데, 그걸 어떻게 재미있게 하느냐가 웬만한 액션보다 어려운 것 같다."

- 찻탓캇과 처음 만난 다방 신에서 대화를 할 때 객석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 장면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었는데 어떻게 촬영했나?

"첫 만남 장면을 여러 버전으로 엄청 많이 찍었다. 동휘, 감독님과 셋이서 만나 대화를 많이 했다. 그 다방은 심지어 감독님이 고생하던 시절에 술 마신 후 걸어가다가 진짜로 들어갔던 다방이다. 그 다방에 갔는데 기운이 달랐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중에 여기서 영화를 한 번 찍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대본에도 그 다방에 대한 분위기가 되게 디테일하게 나온다. 촬영 전날 되게 오랜 시간 앉아서 밥 먹고 영화 보고 노래 듣고 하다가 대사를 했는데 되게 재미있었다. 우리끼리 "넌 어떻게 할 것 같아?", "난 이렇게 할 것 같아"라며 대사를 맞췄다. 그러면서 이 앞에 할아버지가 있는데 "페북 안 하세요?" 이런 대사를 하고선 "죽고 싶냐?"라고 했는데 동휘와 감독님이 너무 웃긴다고 하더라. 다음 날 촬영하러 갔는데 너무 긴장되더라. 스태프들과 촬영 감독님께 숙제 검사를 받으려고 하니까 똑같은 대사를 해도 그 바이브가 안 나오더라. 글 쓰는 사람들이 그러지 않나. 어제 썼던 게 오늘은 이상하다고. 분명 직관적이고 재미있었는데 아닌가 보다 싶어서 버전을 엄청 많이 찍었다. 그중에서 고르고 골라 그걸로 결정했다."

- 최근 '살인자ㅇ난감'도 그렇고 이번 캐릭터도 선악을 나눌 수 없는 것 같다. 작품을 볼 때 이런 복합적인 캐릭터에 흥미가 있는 건가?

"선악을 나누는 건 확실히 재미가 없는 것 같다. 저는 '범죄도시2' 강해상도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저는 그 사람의 전사를 알고 다 나름의 명분을 가지고 한 거다. 그리고 개인의 취향 차이인 것 같다. 저는 선과 악이 명확히 구분될 수밖에 없는 역할도 제가 했을 때 그게 조금 모호해진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같다."

배우 손석구가 영화 '댓글부대'(감독 안국진)에서 임상진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손석구가 영화 '댓글부대'(감독 안국진)에서 임상진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원작 소설에서 임상진은 영화보다는 존재감이 덜 드러나는 편인 것 같다. 어떤 점을 다르게 가져가겠다고 했는지 궁금하다.

"소설은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역할이다. 팀알렙이 적극적으로 문제에 봉착하고 파국에 치닫는다. 영화 속 임상진은 소설보단 능동적이다. 차를 타고 운전을 하는데 알고 보니 이 차가 가고 싶은 데로 가고 있다면, 이건 능동적인 건도 수동적인 것도 아니지 않나. 이런 아이러니가 부여된 인물이라고 봤다. 그런 면에서 임상진은 도시에 사는 사람의 거울 같은 인물이라고 봤다. 이 인물을 통해 사회에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가 박혀 있는 것 같다. 감독님이 각색을 영리하게 했다고 느낀 건 결국 소설과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비슷하다. 웹툰으로 작품을 만들면, 내용은 비슷하지만 주제는 달라졌네가 많은데 이건 적극적으로 다 바꿔놨음에도 전달하는 메시지는 똑같아서 좋은 변화라고 생각했다."

- 결말이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많다. 어떻게 연기했나?

"굉장히 현실적인 질문을 하기 위해 디자인된 결말이라고 본다. 지금 우리가 다루고 있는 '댓글부대'는 거울 같은 이야기다. 실제로 이런 이야기가 나왔었고,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인 만큼 재미있게 보면 '이거 내 얘기'라고 생각할 거다. '영화는 이래야지' 이런 엔딩이 아니라, 내가 임상진에게 이입이 되어 이런 엔딩에 갔을 때 특히 온라인을 접하는 것이 너무 숨 쉬듯이 당연해진 MZ세대들에겐 굉장히 웃기면서도 무서운 엔딩이 될 거라고 본다. 우리는 영화적 지식이 많기 때문에 기대했던 상업적인 엔딩과 다르게 볼 수 있지만, 내 일처럼 다가오는 사람에겐 굉장히 의미 있는 엔딩, 신선하고 재미있는 엔딩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 안국진 감독님이 이 영화는 N차 관람을 해야 가치가 있다고 했다. 배우가 생각할 때의 가치는 무엇인가?

"감독님이 많은 것을 숨겨놨더라. 팀알렙이 이야기하고 있을 때 뒤에 거의 안 보이도록 만전 그룹 빌딩이 숨겨져 있다. 저도 보면서 몰랐다. 또 임상진이 컴퓨터 하는 책상에도 단서가 숨겨져 있다. 감독님은 좀 세련된 분이라 대놓고 표현하는 걸 극도로 꺼리신다. 그래서 감독님은 N차로 보게 되면 재미있게 찾게 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신 거 같다."

- MZ세대는 쉽게 알고 즐길 수 있는 밈이 많았지만, 나이 있는 분들은 접근하기 쉽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저도 밈은 생소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느낌은 남는다. 이렇게 밈이 가득한 세상에 사는 건 10~30대지만, 40~60대도 그 현상을 계속 본다. 그러면서 문제점을 표현할 수도 있고 속으로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런 사회현상을 꼬집거나 비판을 하거나 혹은 찬성을 하는 것까지는 아니라도 그걸 보는 자신의 시선, 느낌은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한다."

배우 손석구가 영화 '댓글부대'(감독 안국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손석구가 영화 '댓글부대'(감독 안국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실제로 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는 편인가?

"저도 밈에 대해 잘 모르고 큰 관심이 없다. 이걸 할 때 담당 연출부에게 그 역사를 듣는다. '이 밈이 이렇게 나오는구나', '이렇게 나에게 벌어졌구나' 했을 때 충격의 정도가 다르다. 제가 그걸 몰랐다면 '사람들이 날 갖고 장난치는 게 뭐 어때'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누군가는 그것 때문에 불행한 일을 겪는다. 그래서 그것을 받아들이는 온도가 달라졌다."

- 건물에 '손석구 해킹 당했다'라는 전광판의 등장하기도 했다. 홍보 방식이 독특하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그걸 보고 제작사 대표님에게 인스타에 올려도 되냐고 물어본 후 올렸다. 정말 힙한 홍보라고 생각했다. 세대를 떠나서 신박하다. 그런 것이 우리 영화에 일조할 수 있는 이유가 지금 사회를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보도 평소 하던 것보다 더 적극적으로 임했다."

- 그래서 '살롱드립2'에도 출연을 한 건가? 장도연과의 만남이 크게 화제가 되는 것에서 부담이 크진 않나?

"하나의 뭔가가 만들어질 때까지 하고 난 다음에는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본다. 그 후의 것은 보는 분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것이다. 제가 부탁 아닌 부탁을 드리는 건, 우리가 오늘 나눈 재미있는 대화 중 '댓글부대'가 제목으로 더 많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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