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추자현은 참 밝고 솔직하다. 주변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고 활력이 넘친다. 절친한 배우 한지민, 한효주가 '추 회장'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가 갈 정도로, 마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가득하다. 이에 인터뷰 말미 기자들 사이에서 "인터뷰 자주 했으면 좋겠다"라는 요청이 쏟아지기도 했다. 남편 우효광에 대한 깨알 자랑도 잊지 않으며 유쾌함을 전한 추자현, 정말 '볼매'(볼수록 매력적) 그 자체다.
지난달 개봉된 '당신이 잠든 사이'(감독 장윤현)는 교통사고로 선택적 기억 상실을 앓게 된 덕희(추자현 분)로 인해 행복했던 부부에게 불행이 닥치고, 남편 준석(이무생 분)의 알 수 없는 행적들이 발견되면서 진실을 추적해가는 미스터리 로맨스다.
1997년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 '접속', 독특한 구성과 파격적인 스토리텔링의 하드코어 스릴러 '텔 미 썸딩'을 비롯 '썸', '황진이', '가비'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새로운 소재와 섬세한 연출로 관객을 사로잡은 장윤현 감독의 차기작이다.
추자현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중 교통사고로 인해 선택적 기억 상실을 경험하는 덕희 역을, 이무생은 한없이 자상한 남편이자 비밀을 지닌 준석 역을 맡아 부부 호흡을 맞췄다. 특히 추자현은 2010년 개봉된 영화 ‘참을 수 없는.’ 이후 14년 만에 국내 영화로 복귀해 주목받았다. 팬데믹 기간 촬영을 끝낸 후 오랜 기다림 끝에 스크린을 통해 자신의 연기를 본 추자현은 “신인의 마음”이라며 쑥스럽지만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다음은 추자현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남편(우효광)은 영화를 봤나? 어떤 반응을 해줬나?
"시사회에서 봤다. 저희가 코로나로 1년 반 동안 떨어져 있었다. 못 볼 때 촬영을 했는데, 저는 원래 드라마를 하든 주변 사람들에게 안 알린다. 걱정이 많으니까 볼 때 좋게 봐주시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그래서 남편은 그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몰랐다. 멜로 장르에 대해 설명을 안 했다. 지금 연애하는 때도 아니고, 중국에서도 함께 한 시간이 많아서 특별히 얘기하지는 않는다. 남편 키스신을 보면 오히려 "각도를 더 틀어야지"라고 하는 성격이다. 이번에 "시사회 하니까 봐"라고 했는데, 지인분들이 다들 "효광이 울음소리만 들렸다"라고 하더라. 많이 울었다더라."
- 한국 복귀를 하고 나서 선택한 작품을 보면, 감정적으로 쉽지 않은 캐릭터가 많았다. 작품 선택 기준이 어떻게 되나?
"'아름다운 세상'을 시작으로 이 작품까지 6작품을 했다. 캐릭터가 다 힘들고 어둡다. 예전에 비애 요즘은 배우들이 자기 색깔을 색다르게 보여주는 플랫폼이 많다. SNS도 많고. 저 때는 그런 것이 없어서 이미지가 굳어진다. 고생도 많이 하고 어둡다 보니까 어두운 연기에 호평을 받았다. 중국 가서 연기를 잘하고 왔지만, 저를 임팩트 있고 강인하고 키를 잡고 있는 실마리의 이미지로 관계자들이 봐주시는 것 같다. 친한 분들은 코미디를 해야 한다고 한다. '동상이몽' 때도 다른 예능 섭외가 들어와도 안했다. SNS도 많이 안 했다. 하지만 이젠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말할 때가 된 것 같다. 유튜브 촬영도 두 번 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제가 고생도 안 하고 승승장구했다고 생각하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중국에서 잘 된 것만 봐서 그런 것 같다. 저를 많이 안 보여준 것 같다. 예전엔 밝고 센 이미지가 싫었는데 이제는 제대로 센 것도 해보고 싶다."
- 공백기 이후 연기적으로 폭이 넓어졌다고 느끼나?
"40대 중반이 됐다. 그러다 보니 경험치도 많고 30대보다는 깊이감이 생긴 것 같다. 30대엔 중국에서 활동하다 보니 한국분들은 저의 30대를 모르신다. 20대의 저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다 보니 다시 와서 연기했을 때 톤 같은 것이 많이 성숙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영화도 그렇고 톤을 잡는 것에 많이 노력했다. 잔잔하지만 묵직한 톤에 힘을 넣어 표현하고 싶었다."
- 혹시 남편도 한국 활동에 대한 의지가 있나? 향후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효광이가 한국에서 중국인이 주인공인 저예산 영화를 하나 찍기는 했다. 하지만 제가 봤을 때 효광이가 한국에서 배우로 활동하기는 힘들 거다. 중국은 더빙 시스템이 있어서 외국 배우가 할 수 있지만, 한국은 동시녹음이라 중국 사람 역할이면 모르겠지만 진지하게 활동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한국에서는 '추자현 남편'으로 더 많이 생각되지만, 그 친구(우효광)가 진지하다. 유머 감각이 있는데 말하다가 툭 내뱉는 말이 진짜 재미있다. 그거에 반했다. 저도 그렇고 둘 다 진지해서 인생 얘기를 많이 한다. 한국 예능도 안 맞고 추천하고 싶지도 않다. 주어진 곳에서 본인의 직업과 가정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저는 작년 초에 중국에서 예능을 하나 했다. 걸그룹 서바이벌이라고 알려졌지만, 30대 이상 왕년에 잘 나갔던 여자 연예인들을 모아서 무대 만드는 과정을 찍은 버라이어티다. 합숙도 하고 무대도 하면서 여러 가지를 접목했다. 중국에서는 핫한 사람들만 모았다.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예능이 아니다.(웃음) 제가 중국어도 하고 유머 코드가 있으니까 중국 팬들이 응원을 해주셨다. 연기도 중국에서 좋은 기회가 되고 대본이 좋으면 하고 싶다."
- 대중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었으면 하나?
"저는 늘 비슷하다. 관계자든, 팬들이든 보여주고 싶은 것에 대해 노력하면 된다. 데뷔 때도 그렇고 중국에 가서도 그렇고, 다시 한국에 와서도 그렇고 배우는 연기적인 면에서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예쁘게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안 했다. 외모에 대한 생각은 많이 안 해봤다. 일에 충실했고 도전했고, 타국 활동도 용기 있게 했다. 중국에서 더빙할 거지만 제 대사를 열심히 감정 잡고 했다. 그래서 중국 제작자들이 더빙하는 것에 아쉬워했다. 열심히 하는 모습 때문에 계속 찾아주셨고 그렇게 중국에서 활동했다. 한국도 비슷할 것 같다."
- 연기를 대하는 마음가짐에서의 변화도 있나?
"어려서는 어떤 역할이든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되게 열심히 한다. 저만의 연기관은 '역할이 매력 있으려면 연기를 매력 있게 하면 된다'다. 매력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내가 매력 있게 소화하면 대본에 안 보여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배우의 힘이다. 그래서 어떤 역할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 캐릭터를 내 것으로 해서 내가 가진 능력치, 태도로 매력 있게 보여주는 것이 가치고 제 몫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좀 바뀐 건, 해보고 싶은 캐릭터들이 생겨나더라. 구체적으로는 없지만, 이번 덕희처럼 나만의 해석으로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 생겼다. 그래서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 소속사 BH 배우들 사이가 굉장히 돈독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여자 배우들의 우정이 남다른데, 그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한지민이 지어준 별명이 있다. 한효주도 그렇고 다들 '추회장'이라고 부른다. 모임의 주도를 잘한다. 이병헌 선배님이 계시지만, 여자들이 꼼꼼하게 잘한다. 날짜 조율해서 소집하는 역할이다. 그 소집은 밀당을 잘해야 한다. 자주 봐도 안 된다. 저는 지민이, 효주는 자주 보긴 하는데, 스케줄을 잘 맞춰서 소집한다. 분기별로, 그리울 때 분배를 잘해서 만나면 좋다. 그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 국제결혼을 추천하나?
"완전 추천한다. 국제결혼이야말로 운명이라는 단어가 내포되지 않으면 진짜 힘들다. 국내에서도 장거리 연애가 힘들다고 하는데 나라와 나라가 다르면 서로 운명이라고 느껴지는 것이 있다. 서로 확신이 없으면 국제결혼은 쉽지 않다. 확신과 믿음이 있어야 결혼 생활을 하는 것이고 거기서 주는 것이 크다. 유학을 가든, 해외에 여행을 가서 만나 상대를 사랑하게 되면, 그걸 운명이라고 생각해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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