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첫 영화 주연, 첫 라운드 인터뷰. 배우 노상현은 잔뜩 긴장한 얼굴과 목소리였다. 하지만 대답 하나하나에 진심과 정성을 가득 담았다. 그리고 그 근간에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크게 자리 잡혀 있다. 분명 큰 선택을 해야 할 때는 두려움, 부담이 있겠지만, 그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과정을 즐기려 한다. 고작 1시간 짧은 인터뷰 시간이었지만, 참 단단하고 멋진 사람이라는 확신과 앞으로 더 좋은 배우가 되어 맹활약할 것 같다는 기대가 커지는 순간이었다.
최근 개봉된 '대도시의 사랑법'(감독 이언희)은 눈치 보는 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김고은)와 세상과 거리 두는 법에 익숙한 흥수(노상현)가 동거동락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법을 그린 영화다.
![배우 노상현이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0fc2fd17255100.jpg)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과 국제 더블린 문학상 후보에 오른 박상영 작가의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 속 '재희'를 원작으로 한다. 제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되며 해외에서 먼저 폭발적인 관심과 호평을 얻었다.
노상현은 사랑을 감정 낭비로 여기며 세상과 거리를 두는 흥수 역을 맡아 재희 역 김고은과 지금껏 본 적 없는 특별한 앙상블을 완성했다. 성 정체성으로 인해 자신을 꽁꽁 숨기는 흥수는 세상의 편견과 오해에 맞서 늘 당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재희를 만나 '나다움'을 찾아간다. 노상현은 이런 흥수의 변화와 성장을 탄탄한 연기로 표현해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계속 곱씹고 싶은 대사, 이 시대 청춘을 위로하는 이야기, 배우들의 호연 등으로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 '대도시의 사랑법'은 실관람객들의 극찬을 얻으며 N차 관람을 이끌고 있다. 다음은 노상현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유쾌한 대사가 많았다. 말맛이 살아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비결이 있나?
"대사에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 솔직하고 현실적으로 쓰여 있는 만큼 힘을 줘서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지는 않았다. 툭툭 던지는 느낌이라 오히려 모든 대사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툭툭 쳤던 것 같다."
![배우 노상현이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014716bfdec61f.jpg)
- 가장 좋아하는 대사가 있다면?
"재희와 클럽에서 놀고 나와서 소주 한잔하다가 "네가 너인 게 어떻게 약점일 수 있어?"라고 하는 그 대사가 흥수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전까지는 본인의 특징에 대해 어머니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눌리고 억압된 감정이 많이 쌓여 있었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 그 순간 굉장한 위안을 받았을 것 같다. 그래서 그 라인이 인상적이고, 나중에 응급실에서 재희에게 똑같은 대사를 한다. 그게 상징적으로 나온 것 같다."
- 같은 대사를 다시 내가 할 때의 감정은 어땠나?
"'네가 해준 말을 나 기억하고 있고, 그게 나에게는 굉장히 마음에 와닿았다. 그리고 지금 너에게 필요한 말인 것 같아'라는 마음으로 유쾌하게 던지려고 했던 것 같다. '너 이 말 빨리 너 자신에게도 해줘. 너 아는 거잖아' 그렇게 한 것 같다."
- 흥수는 재희가 위험하면 곧바로 달려간다. 흥수에게 재희는 어떤 의미라고 생각했나?
"굉장히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다. 재희는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소문의 중심이 되기도 하고, 고충을 겪는다. 그게 눈에 보이면서 일종의 동질감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결핍을 어루만져주고 유대감을 쌓아 끈끈한 관계로 발전하지 않았나 싶다.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하면서 많은 것을 겪고 위로하기도 하고 힘이 되기도 한다. 또 어떤 때는 직설적으로 뼈 때리는 말을 하면서 싸운다. 그렇게 특별한 관계가 된 것 같다. 부모 자식보다 더 많은 것을 오픈할 수 있는 관계이기도 하다."
![배우 노상현이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717aa885c38d90.jpg)
- 영화는 원작 소설과 다르게 계속 둘의 관계가 이어질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흥수가 재희와 통화하면서 "잘 갔다 와"라고 하는 것이 신혼여행으로 이해했는데, 이언희 감독님은 신혼여행 갔다가 오라는 말과 결혼했으니 갔다가 오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말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나?
"이렇게까지 생각하면서 대사를 한 건 아닌데 "잘 갔다 와"라는 말이 의미심장하긴 했다.(웃음) 아무래도 씁쓸한 마음이 있기는 했다. 재희와 통화하는데 정말 행복한데 시집 보내는 시원섭섭함, 씁쓸함이 약간 있었다. 친구를 이제 놓아줘야 하고 떠나보내는 느낌이 있으니 아쉬운 감정이 들었다. 그렇지만 아예 안 볼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그 마음을 담아서 결혼식에서 춤을 췄지 않나. 미쓰에이의 '배드 걸 굿 걸'을 준비하고 촬영할 때의 에피소드를 들려달라.
"레슨을 다섯 번 정도 받았는데 어려웠다. 뭔가 자칫 잘못하면 위험할 수 있는 신이라고 생각했다. 특정 제스처나 말투를 성수소자들에게서 가져오지 않기로 처음부터 마음먹었다. 하지만 노래는 굉장히 신나고 여성스러움이 느껴지는 춤이 많다. 그래서 안무를 조금 변경했다. '헬로 헬로'하는 부분에서 포인트를 잡는 것으로 했다. 제가 다 잘 살려서 잘해야지 한다고 해서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최대한 담백하고 정직하게 이 친구에 대한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하면 그 마음이 전달될 거라고 생각했다. 틀리지 않고 최대한 각도를 잘 맞추면서 열심히 했다."
-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를 같이 촬영하고 있는 원곡자 수지 씨가 시사회에 갔었는데, 반응이 있었나?
"재미있다며 많이 웃으셨다. 굉장히 민망했다. 원곡자를 다음 작품에서 만나게 될 줄 누가 상상을 했겠나.(웃음)"
![배우 노상현이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e20d8f0344a12a.jpg)
- 원작 소설 박상영 작가는 어떤 반응이었나?
"작가님이 너무 좋아해주셨다. 좋다고 칭찬을 해주셔서 감사했다. 신기한 건 제 대학 동기 중에 후배 친누나의 친구가 재희의 모티브가 된 분이다. 몇 다리만 거치면 그분이라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다. 시사회에도 오셨다고 하더라. 토론토 영화제에 갔는데, 학교 동기 후배가 뉴욕에 산다. 토론토와 두 시간 거리라 초청을 했다. 그래서 와서 보다가 얘기가 나왔는데, 그런 인연이 있어서 그분을 몇 번 봤다고 하더라."
- 외국에서 좀 오래 살았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 모델을 시작해 지금 배우까지 도전을 계속해오고 있다. 이 일을 하기까지, 변화의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진학할 때, 그러니까 20살 즈음 내가 앞으로 뭐할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찾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그때 못 찾아도 괜찮긴 하지만, 어떻게든 대학을 정해야 하니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시기였다. 관심이 있는 건 다양하게 많았다. 원래는 공대를 가려고 했는데, 마지막에 틀어서 경영을 전공했다. 군대에 가려고 1학년 끝내고 한국에 왔는데, 예술 계통에 관심이 있기도 하고 경험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했던 것이 모델이었다. 연기도 관심이 있어서 연기 수업도 먼저 시작했다. 모델 일이 조금 더 수월하게 진행이 되다 보니 대외적으로 모델로 데뷔를 먼저 했다. 당시엔 호기심을 충족시키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뭔지 찾는 시기였다. 집에서는 '좋은 경험이니까 하고 싶은 걸 어릴 때 해봐'라고 하셨다. 제가 이걸 계속하고 일을 이쪽으로 완전히 정해버릴지 모르셨던 거다. 나중에 여쭤보니까 제가 그냥 하다 말 줄 알았다고 하셨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 졸업하고 와서, 완전히 이 길을 가겠다고 하니 그때 다시 생각해보라고 하시더라. 조금 갈등은 있었지만 결국엔 인정해주시고 지지해주셨다."
- 뭔가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일단 해보는 스타일인가?
"그런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이걸 해야 할 것만 같은, 막연하지만 그런 느낌으로 했던 것 같다. 재미도 있었지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해보고 싶은데, 더 잘하고 싶은데'라는 욕심들이 자꾸 생기더라. 포기할 수 없고 마음의 끌림이 있었다. 그런 큰 결정에서는 직관을 따랐고, 그냥 저 자신을 믿으려고 했다."
![배우 노상현이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97f5a41ac1e3f4.jpg)
- 지금 자신은 나답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나?
"저도 흥수와 마찬가지로 계속 용기를 내려고 한다. 배우의 길에 대해 패턴 같은 거 생각하지 말고 그냥 내가 개척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더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누군가를 모방하고 싶지 않고, 누군가의 길을 따라간다거나 롤모델을 정하기보다는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믿고 해나가려고 한다. 나만의 방식으로 해내려 하는 용기를 계속 내고 있다."
-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굉장히 강해야 가능한 일이지 않나 싶다. 자존감이 높은 편인가?
"당연히 두렵고 무섭기도 하고, 다양한 감정이 든다. 그렇지만 결국 내가 아닌 모습으로 계속한다면 언젠가는 다 들통난다고 생각이 든다. 제가 그걸 못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정면돌파를 하려고 하고 그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시행착오가 있고 실수도 있고 넘어지기도 하고 다치기도 하겠지만, 저는 그것이 빠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겪어야 할 거면 지금 빨리 겪으면서 성장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면서 배우는 것이 너무 많다. 연기하면서 더 느끼는 건 작품마다 저는 굉장히 큰 도전이다. 이 작품 또한 그랬다. 작품을 하면서 제 안의 두려움이나 벽을 깨고 있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최대한 초점을 맞추려고 하는 것 같다. 제가 완벽한 완성본을 보여드릴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인정한다. 저는 굉장히 결과주의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기만의 완벽 기준이 있지 않나. 그걸 쫓다 보면 자기혐오에 빠질 수도 있고, 자책할 수도 있다. 그런 괴로움이 따라오기 때문에 저는 성장주의적인 마인드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완성하는 과정에 의미를 둔다. 그 과정을 통해 배우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가지려 한다."
- 이 작품을 통해 성장한 지점은 무엇인가?
"성소수자 역할을 하는 것이 도전이고 큰 결심이었다. 1년 동안 캐스팅이 안 됐다고 하는데, 꺼려지는 지점이 있었을 거다. 저도 아예 신경이 쓰이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런 지점에서 정말 용기를 냈고, 촬영하면서 용기 내야 하는 부분도 많았다. 결심과 도전을 하는 순간이 많았다. 한 작품을 끝내고 나서 어떤 부분이 성장했는지 객관화하지 못하는데, 제 안에는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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