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를 통해 소개된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12부작을 끝으로 막을 내렸지만, 여전히 비영어권 시리즈 부분 1위 자리를 이어가며 끝임 없는 화제성을 보이고 있다. 흑백요리사는 두 명의 심사위원을 중심으로 100명의 참가자가 팀별, 개인별 경연을 통해 합격자, 탈락자, 추가 합격자를 가리는 빠른 속도의 전개가 한번 보기 시작하면 멈추기 힘들게 만든다.
흑백요리사는 마치 넷플릭스 '넥스트 인 패션(Next in Fashion)'의 요리 버전으로 보는 듯 했다. 대중적인 음식에서부터 고급 요리인 파인 다이닝(fine dining)과 오트 퀴진(Haute Cuisine)까지 익숙한 재료가 다양한 요리로 탄생되는 과정은 마치 평범한 천이 원마일 룩(One Mile Fashion)에서부터 하이패션(High Fashion)인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로 변화를 과정을 속도감 있게 볼 수 있어 몰입감을 더했다.
두부를 가지고 30분마다 여섯 가지의 요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마치 '넥스트 인 패션' 최종 참가자가 여러 벌의 옷을 정해진 시간 안에 디자인해 런웨이에 올리는 장면을 연상시켰다. 눈을 즐겁게 해준 패션 경연대회보다 더욱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시각과 후각의 자극이었다. 작품에 가까운 음식에 화려한 플레이팅까지 볼 수는 있지만 맛은 느낄 수 없기에, 음식의 맛을 평가하는 기준이 다소 대립된 백종원과 안성재 심사위원의 평가로만 그 맛을 상상할 수밖에 없기에 시청자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냈다. 준우승자인 에드워드 리(한국이름 이균)의 음식 해석과 개인적인 스토리텔링이 후반부에 감동을 더하며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세계적인 평가 기관인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는 레스토랑에 별(star)을 수여한다. 미슐랭은 원래 프랑스의 타이어 제조사 이름이었다. 미슐랭은 자동차 관련 정보를 비롯해, 여행정보, 레스토랑 정보까지 제공하다가 가이드북이 인기를 얻자 1926년부터 레스토랑에 스타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해 1931년부터 현재까지 1~ 3개의 미슐랭 스타 시스템을 도입하여 정교한 평가를 이어가고 있다. 3개가 최고이기에 한국 유일의 3 star를 받은 안성재 심사위원의 음식 평가뿐만 아니라 패션까지 화제를 모았다.
그의 버건디(burgundy) 수트는 밈으로 만들어 질 정도로 깊은 인상을 주었다. 은근하면서 잔잔한 레드인 버건디는 레드와인 생산지였던 프랑스의 부르고뉴(Bourgogne)라는 지역 명에서 유래한 단어로 레드 와인보다 다소 깊고 어두은 퍼블 레드색을 띈다. 여러 명의 일반 대중들과 심사하는 회차에서는 토피 컬러의 슈트가 눈에 띄었다. 토피하면 겨울 시즌에만 판매하는 스타벅스의 토피넛 라테가 떠오른다. 토피는 밀크 카라멜보다 약간 짙은 색으로 물, 버터, 설탕을 끓여서 만든 사탕의 이름이 '토피(toffee)'이며 토피 넛 라테는 크림 위에 살짝 토피(toffee) 가루를 뿌려 생긴 음료명으로 우리에게 더욱 친숙하다.
대중의 맛을 대변하는 백종원 심사위원은 주로 스리피스(three-piece) 수트를 입고 그의 구수한 사투리와 억양으로 미슐랭 3스타와 대조적인 이미지와 평가를 보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상하의가 이어진 치마를 우리는 원피스(one-piece)라고 하는데 영어에서는 한 개의 피스로 이어진 수영복을 뜻한다. 재킷(jacket), 바지(trousers), 조끼(waistcoat)로 구성된 스리피스(three-piece)는 정장인 수트(suit)를 말하며 프랑스어인 suite는 following(따르는)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즉 재킷, 바지로 구성된 투피스(two-piece)에 조끼까지 갖추면 스리피스가 되듯, 한 가지만 입는 것이 아니라 다른 옷들이 따라(following) 줘야 된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쉽다.
셰프가 입는 화이트 혹은 블랙 셰프 재킷(chef's jacket)은 셰프 코트(chef's coat)라고도 불리며 더블 브레스티드(double-breasted design)로 요리 중에 바깥쪽이 더러워졌을 때 앞부분을 뒤집어 깔끔한 면으로 바꿔 입도록 되어 있다. 단추는 뜨거운 주방 환경 때문에 열전도가 낮은 천 매듭 버튼(knotted cloth buttons)이 필수다. 전통의 화이트 컬러는 청결함과 전문성을 상징하며 열을 반사하므로 셰프가 더 시원하게 느끼도록 해 준다. 반면, 블랙 컬러는 오염이 덜 보이며 스타일리쉬한 느낌의 현대적인 이미지로 고급 레스트랑의 셰프들이 주로 블랙 컬러를 선호하기도 한다. 흑백요리사의 인기 때문에 화이트 혹은 블랙의 셰프재킷(chef jacket)을 하나 소장하고 싶은 분들도 많을 것 같다.
참가자들의 개인적인 스토리, 식재료가 작품처럼 바뀌는 과정, 상상에 맡겨야 하는 맛의 평가 이 세 가지가 스리피스(three piece)처럼 잘 어우러진 흑백요리사 시즌2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와 스톡홀름 경제대학교(SSE) MBA 출신으로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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