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률 경쟁, 가요순위 프로그램을 닮아가고 있다

90년대 대중가요 붐이 일면서 신세대 문화의 기수로 대중가요와 아이돌 스타가 쏟아졌을 때 TV 가요 순위 프로그램은 아이돌 스타 팬들의 경쟁장이었다.

당시의 음반집계, 전화 설문, 현장 투표 등으로 1위가 탄생하는 과정은 10대 팬들에게 있어 스타와 자신들 팬클럽의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였다.

하지만 이후 음악을 공유하는 하드웨어가 바뀌고 음반시장 자체가 붕괴되면서 음악순위경쟁은 유야무야 되었고, 관련 프로그램들의 시청률도 곤두박질쳤다.

물론 여기에는 음악 프로그램의 고만고만한 순위 경쟁이 오히려 기획사에서 찍어낸 아이돌 음악만을 획일화시킨다는 비판과 비록 1위를 하더라도 그냥 다운만 받으면 되지 그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특별한 경제적 파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냉소적인 현실이 존재했다.

그리고 2005년 현재, 대중문화판의 순위 경쟁은 아이러니컬하게 드라마 시청률에 대한 경쟁으로 이어졌다. 방송 관계자들만 신경쓰던 시청률이 외부로 공개되기 시작하면서 많이 본 드라마가 더 시선을 끈다는 빈익빈 부익부의 논리가 드라마 시장에도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직감적으로 눈치챈 것은 드라마 시청자를 넘어 팬덤 현상을 이루고 있는 팬들이다. 자신이 열광하는 드라마를 안방 극장, 사랑방에서 꽃피우던 과거와 달리 인터넷의 등장은 한 드라마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었다.

한 스타에 집중되는 드라마의 경우 그 스타의 팬들과, 드라마 팬들이 하나로 뒤엉켜 그 팬덤 현상은 적어도 인터넷 상에서는 폭발적이 되었다.

예전 아이돌 스타의 팬들이 서로 세력을 나누며 과시를 했듯이, 일부 포탈 사이트의 드라마 관련 게시판 등에서 이 드라마 팬들의 세력 과시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점은 대중문화는 결국 스타에 열광하면서도, 그 스타가 다른 스타를 제압하고 탑에 서 있기에 더 열광한다는 팬덤현상의 가벼움을 그대로 반영하기도 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이합집산이 뜨거운 인터넷 상에서, 드라마든, 스타든 팬들은 하나로 모이고, 또 그 모인데 그치지 않고 일종의 세력 경쟁을 하며 소위 '대세'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런 식의 '대세'는 대중문화는 많이 퍼지면 이긴다는 의식과, 많이는 퍼지지 않아도 소수가 열광하면 충분히 시장이 된다는 현재 광고 시장의 딜레마를 촉발시키는 결과가 된다.

적어도 스타가 있으면 드라마가 뜨고, 뜨지는 않더라도 팬들은 열광적으로 인터넷 상에서 옹호하게 되는 작금의 현실에서, 스타 없이 드라마를 만들라고 제3자가 이야기 한다해도 어디까지나 힘 없는 목소리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TV 시청률은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40대 이상의 고연령층에 의해 좌우받는다는 것이다.

마니아 드라마, 작품성 있는 드라마가 팬덤의 열광에 의해서만 좌우받는 것이 아니듯이, 드라마를 둘러싼 팬덤의 과열 경쟁도 꼭 바람직한 것만으로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