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 "예쁨받아 자신감↑" 박지현, 전라노출만? 놀랍도록 멋진 열연·존재감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던 박지현이 이번엔 '히든페이스'로 반전의 얼굴을 완성했다. 전라 노출의 베드신 도전도 놀랍지만, 그보다 더 박수를 보내고 싶은 건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낸 감정 연기다. 이런 얼굴과 눈빛을 가진 배우이구나, 새삼 감탄하게 된 '히든페이스'다. 그래서 박지현이 계속해서 만들어갈 배우의 길이 기대되고 궁금해진다.

최근 개봉된 '히든페이스'(감독 김대우)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조여정)의 행방을 쫓던 성진(송승헌)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이 공간에 갇힌 채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색(色)다른 밀실 스릴러다.

박지현은 수연의 후배이자 오케스트라에 새롭게 합류한 첼리스트 미주를 연기했다. 사라진 수연을 찾는 성진을 만난 후 자신도 모르게 점점 성진에게 빠져들게 되는데, 반전의 키를 가진 인물로 마지막까지 시선을 압도한다. 박지현은 전라 노출 베드신은 물론이고 섬세한 감정 열연으로 극의 중심을 꽉 잡아준다. 송승헌과 조여정이라는 베테랑 배우 사이 완벽하게 존재감을 발산한 박지현의 열연이 빛난다는 평가다. 다음은 박지현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원작과 많이 달라지긴 했는데,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어땠나?

"저는 각색이 된다고 하기 전에 원작을 봤다. 대본을 봤는데 원작과 내용이 많이 달라졌다. 되게 재미있게 읽었다. 밀실에서 지켜본다는 설정 외 인물 간의 관계나 주된 갈등이 많이 다르다. 그래서 새롭고 재미있게 봤다."

- 김대우 감독이 박지현 배우를 보는 순간 미주라고 생각했다고 했는데, 처음 만났을 때 어떤 대화를 나눴나?

"미팅 자리에서 만났는데 사사로운 이야기를 했다. 작품,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제가 어떤 취미가 있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를 주로 궁금해했고, 편하게 이야기를 많이 나눴던 것 같다. 그래서 신선했다. 감독님은 제가 궁금하셨던 것 같고, 미팅 후에 제가 캐스팅됐을 때 저의 어떤 모습을 보고 선택하셨는지 저도 궁금했다."

- 현장에서 함께 해본 김대우 감독은 어땠나?

"말하지 않아도 의도를 알 것 같은 감독님이다. 어떤 부분에서 질문하기 전에 먼저 답을 주신다. 저와 사고방식, 의식의 흐름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감독님을 겪지는 못했지만, 김대우 감독님은 정말 좋은 아티스트이자 좋은 리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추상적인데 되게 묘하게 디렉션을 주신다. 촬영 때뿐만 아니라 대화를 할 때도 소름 돋을 정도로 되게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섬세하시다. 설명할 수 없는 유한 카리스마가 있다."

- 수연을 향한 미주의 마음을 어떻게 해석했나?

"의지할 데 없이 성장했다 보니 결핍이 컸을 것 같다. 그러다 수연을 만나 같은 선생님 아래에서 첼로를 배웠고, 굉장히 많은 의지를 했다. 수연과의 관계가 당연했는데 수연이 배신하면서 내제되었던 욕망이 크게 작용했다. 큰 배신감을 느꼈던 거다. 어떻게 보면 미주의 욕망은 사랑이지 않을까 싶다. 부모자식이든, 친구이든 사랑을 받는 것에 대한 결핍으로 인한 욕망인 것 같다."

- 수연과 성진 사이를 오가며 비밀을 감추며 감정 조절을 해야 했기 때문에 연기하면서 어렵지는 않았나?

"미주가 가진 욕망에 초점을 맞췄다. 미주는 공항에서 지나가는 성진을 처음 본다. 수연을 앗아간 존재이다 보니 질투, 분노의 감정이 떠올랐다. 그리고 성진을 대할 때 감정을 철저하게 숨겼다. 미주의 목적은 뚜렷하다. 그래서 얻고자 하는 바에 집중해서 연기해 수월하게 캐릭터가 나왔다."

- "우리 집"이라는 말에 순간적으로 발끈하기도 하고, 거짓말을 하다가도 어느 순간엔 전혀 숨기려 하지 않는다. 그 의도도 궁금하다.

"미주는 날것으로, 의식의 흐름대로 말한다. 철저하게 계획하고 숨겼어야 했는데, 성진이 모든 걸 알았을 때는 다 알아서 후련하다고 한다. 미주는 성진과의 관계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수연을 뺏어간 인물이자 자극하기 위한 도구로만 생각한 거다. 보통 생각해서 말을 하는데, 필터 없이 말하고 잘못된 걸 모른다.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는데 '들켜도 뭐?' 이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연기할 때도 그랬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까 영혼이 없는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성숙하지 못한 화술을 생각했다."

- 뒤에 밀실에서 수연이 베드신을 바라보는 신이 나오는데 두 베드신은 어떻게 촬영했는지 궁금하다.

"따로따로 촬영했다. 그 신이 가지고 있는 목적이 다르다. 수연이 밀실에서 바라볼 때 미주는 알고 있어서 의식한다. 하지만 처음 베드신은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앵글과 각도가 다르다. 수연에게 보여주려는 의도된 행동이라, 수연을 응시하는 듯한 컷을 위한 빌드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힘들지는 않았나?

"힘든 건 없다. 저에겐 정교한 액션신이었다. 연기엔 액션과 리액션이 있고, 액션도 실제로 때리는 것이 아니다. 합을 맞추는 거다. 이토록 정교한 신이 있을까 할 정도로 생각할 게 너무 많았다. 똑똑하게 잘해야 하는 액션신이다. 카메라 앵글도 그렇고, 그 신에서 얼굴뿐만 아니라 온몸으로 정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상대 배우에게 호흡을 잘 줘야 하고, 또 상대 배우가 준 호흡을 잘 받아야 한다. 머리를 어떻게 푸는지, 그 각도까지 계산하고 촬영하다 보니 외워야 하는 것이 많았는데 선배님이 잘 이끌어주셔서 잘 따라갔다. 머리로는 어려웠지만, 연기할 때는 어렵지 않았다."

- 송승헌 배우가 아재 개그를 하는데, 유머 코드가 잘 맞았나?

"재미있다. 무궁무진한 유머 감각을 가진 선배님이다. 개그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아도, 에피소드를 정말 재미있게 설명한다. 얘기만 들어도 재미있고 현장 분위기가 따뜻해진다. 허공에 대고 아무 개그나 날리는 분이 아니다."

- 조여정 배우와의 호흡이 돋보였다. 인상 깊게 배운 것이 있다면?

"여정 선배는 우러러볼 수밖에 없는 선배님이다. 위화감이 없다. 저는 낯을 가리는데 선배님은 첫 만남부터 안 그러시나 할 정도로, 마치 수연처럼 저에게 다가와 주셨다. 아마도 저에게 편안함 주려고 일부러 그렇게 해주신 것이 아닌가 싶다. 연기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평소 만들어내는 둘만의 분위기로 연기를 편안하게 이끌어주는 분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진짜 대단하다. 계속 수연으로 있어 주셨다. 저는 온·오프가 크다. 연기를 안 할 때는 낯을 가리고 잘 어울리지 못한다. 혹여나 방해가 될까 봐 먼저 인사도 못 하고 친근하게 다가가지 못하는데, 선배님은 노력하거나 억지로 그러는 게 아니라고 느꼈다. 당연히 그렇게 하는 거라고. 그런데 나중에 그게 다 노력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감사했고 좋았다."

- 조여정 배우는 카페 신에서 박지현 배우 덕분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

"그렇게 저를 만들어준 것이 여정 선배다. 저는 미주로서 수연을 사랑하고 좋아해야 하는데 그럴 수밖에 없게 만들어주셨다. 저도 모르게 여정 선배를 존경하고 사랑하고 있더라. 그래서 전사를 생각할 필요 없이 수연에게 몰입했다."

- 공항 신에선 식물 같았다고도 했다. 그런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낸 것인지, 어떻게 그리려 했는지 궁금하다.

"수연의 첫 등장이고, 그때 오랜만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기대감으로 앉아 있었다. 그런데 수연이 낯선 사람과 왔다는 배신감이 속으로 사무쳤던 것 같다. 겉으로 드러낼 수도 없다. 그런 나에게도 화가 난 거다. 나는 왜 아무것도 못 할까. 그런 배신감과 분노가 수연을 향한 복수의 불씨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 파격 결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처음 대본과 지금 영화 결말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첫 대본 결말은 이렇지 않았는데, 감독님이 계속 고민하고 수정하셨다. 저는 결말이 만족스럽다. 세 인물이 다 이해가 됐고, 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 순간엔 극이 마무리됐지만, 셋이서 그렇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주어졌고 더 상상할 수 있게 마무리가 되어 좋았다."

- 배우 박지현에게 '히든페이스'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은가? 의미가 궁금하다.

"감독님, 촬영 감독님, 조명 감독님 등 모든 분이 저를 아름답게 담아주려고 노력하셨다. 그게 배우에게 자신감을 부여해준다고 생각한다. 예쁘고 잘생긴 것이 중요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보여지는 직업이기 때문에 저를 예뻐하는 사람들이 저를 담아냈을 때와 아닐 때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건 당연하다. 예뻐해 주시는 분들이 더 예쁘고 사랑스럽게 저를 담아주려고 하니 결과에 대해서는 신경 안 써도 되겠다, 모니터 안 하고 연기에만 집중해도 되겠다 하는 믿음이 생겼다. 저보다 저를 더 걱정해주신다. 그래서 현장에서 복 받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바쁜 현장 속에서도 모든 스태프가 수십 번씩 조명 수정하면서 공을 많이 들였다. 저를 좋아해 주신다는 걸 저도 느낀다. 그래서 자신감을 얻었고 그래서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