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주지훈이 '조명가게' 그리고 첫 연출에 나선 김희원 감독에 대한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김희원 감독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숨도 안 쉬고 "최고다"라고 말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음 작품 제안이 온다면 대본도 안 보고 함께 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그 정도로 주지훈에게 '조명가게' 그리고 김희원 감독과의 작업은 '최고'였다는 의미가 된다. 훌륭한 작품성만큼 현장 분위기까지 완벽했던 '조명가게'다.
최근 공개된 디즈니+ 시리즈 '조명가게'(원작·극본 강풀, 연출 김희원)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배우 주지훈이 디즈니+ 시리즈 '조명가게'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https://image.inews24.com/v1/a629b912bfac3d.jpg)
강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며, 배우 김희원이 첫 시리즈 연출을 맡아 기대를 모았다. 주지훈, 박보영, 김설현, 배성우, 엄태구, 이정은, 김민하, 박혁권, 김대명, 신은수 등이 열연했다. 디즈니+ 런칭 이후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두 번째로 최다 시청을 기록한 '조명가게'는 촘촘한 서사 속 눈물과 감동을 더한 캐릭터 관계성으로 호평을 얻었다. 또 쿠키 영상에 등장한 고윤정과 박정민으로 '무빙'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주지훈은 조명가게를 지키는 나이 미상의 미스터리한 사장 원영 역을 맡았다. 조명가게를 찾아오는 이상한 손님들에 퉁명한 질문과 답을 하는 인물. 하지만 후반부 반전 서사와 함께 가슴 절절한 부성애를 보여주며 극의 메시지에 방점을 찍는다. 다음은 주지훈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처음 어떻게 제안을 받았고,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처음 희원 형이 전화로 "추천할 작품이 있다", "내가 하는 거다"라고 하면서 당장 만나자고 하더라. 대본 받아서 금방 본 후 다음 날 바로 만나 얘기를 나눴다."
- 봤을 때 어땠나?
"재미있었다. 원래 강풀 작가의 팬이다. '조명가게'는 원작을 안 봤는데 작가님 작품의 플롯을 좋아한다. '조명가게' 대본은 아무런 선입견 없이 봤다."
![배우 주지훈이 디즈니+ 시리즈 '조명가게'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https://image.inews24.com/v1/7ecfb129fab134.jpg)
- 큰 반전이 후반에 드러난다. 초반엔 이게 감춰져 있는데 캐릭터 설계를 어떻게 했나?
"처음엔 이 캐릭터를 준 것이 아니라 친하니까 반 장난처럼 "하고 싶은 거 골라"라고 했다. 어떤 캐릭터에 집중하지 않았다. 작품 자체가 재미있었다. 특히 원영은 작품 안에서 연출의 시선, 관객의 시선이라고 생각해 재미있었다. 언제부턴가 캐릭터 하나를 막 들고 파지는 않는다. 그럴 시간에 저는 감독님, 작가님과 만나 시간을 보낸다. 리딩은 내 캐릭터 연기를 보여주거나 이걸 가지고 얘기를 하는 건데, 저는 제가 안 나오는 신까지 다 한다. 1부부터 시작한다. 작품 전반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많다. 이 작품이 어떻게 기획이 된 것인지부터 보다 보면 캐릭터는 저절로 나온다."
"특히 이 작품은 더 그렇다. 감독님과 얘기를 했던 것이 미스터리 호러로 시작한다. 4부까지 그런 것이 있다. 제가 호스트고 게스트들이 계속 찾아오는 거다. 어떻게 보면 고객들은 명확하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두리번거리다가 뭘 만지려 하면 "만지지 마라"라고 한다. 시청자들은 '도대체 왜 저러는 거지?'라며 흥미를 잃지 않고 봐야 하는데, 그건 저 혼자 할 수 없다. 원래도 배우는 미장센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이번엔 더욱더 미장센이라고 생각했다. 작품은 땅에 붙어 있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일어나는 얘기처럼 보이지만 결국 판타지다. 원영 캐릭터는 더 기능적일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내추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샷이 됐을 때 나는 경계를 지키는 자이지만 그걸 시청자는 모른다. 시청자는 모르지만 사실 나는 경계를 지키는 자라고 연기를 해버리면 단절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엄청 예민한 존재다. 우리가 태어난 순간부터 기억엔 없지만 말 못 할 때부터 엄마, 아빠의 감정을 느낀다. 그래서 제가 인간을 바라볼 때 일부러 호흡을 줄인다거나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그건 혼자 할 수 없는 작업이다. 그래서 계속 모니터를 봐야 한다. 여기선 이랬으면 좋겠다고 미리 얘기하고 합의해서 연결해보곤 했다."
- 캐릭터 하나하나가 아니라 전체를 보는 이유나 특별한 계기가 있나?
"그동안 쌓여왔던 것 같다. 이게 다는 아니지만 설명하기 편하게 극과 극으로 나누면 메소드형 배우와 프로듀서형 배우가 있다고 얘기한다. 저는 프로듀서형 배우라는 말을 20대부터 들어왔다. 그때는 이게 공감이 안 됐다. 심플하게 얘기하면 카메라 렌즈를 바꾸면 그게 궁금했다. 왜 바꾸냐 물어보면 촬영이나 이름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아수라' 찍을 때, 정우성 형이랑 촬영 후에 얘기하는데, 제가 출연을 했으니까 더욱더 가짜라는 걸 안다. 연기니까. 그런데 모니터하는데 액션을 보고 있으면 내가 아프다. '친구' 보면 장동건 선배가 칼 맞는 걸 보면 내 갈비뼈가 아프다. 왜 이렇게 되는 것인지가 궁금했다. 제작 과정에서 왜 이렇게 만드는 건지에 관심이 많았던 거다. 작업을 하다 보니 희원 형도 그런 타입이다. 그래서 말이 잘 통했다. 제가 좋아하는 강풀 작가의 원작이 있기도 했지만, 우리가 이걸 하기로 정한 건 '무빙' 전이다. '무빙'이 잘 됐기 때문에 하기로 한 것이 아니다. 엄청 열심히 하시고, 그렇게 할 사람이라는 잘 알고 있었다."
![배우 주지훈이 디즈니+ 시리즈 '조명가게'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https://image.inews24.com/v1/0cca0005a82de7.jpg)
- 감독으로서의 김희원은 어떤가?
"최고다. 바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고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너 엄마 사랑해?"라고 물었을 때 당연하니까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과 같다. 모든 감독이 저렇게 해야 한다. 더 훌륭한 분들도 있지만, 요즘은 다들 당연할 걸 안한다. 배우는 월세살이다. 남의 집에 계속 들어간다. 집안 환경, 분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 감독님은 당연하게 할 일을 성실하게 이행한 거다. 그래서 퀄리티 있는 작품을 만들 수밖에 없다."
- 당연하게 할 일이 무엇인가?
"프리 프로덕션 때 정시에 출근해서 정시에 퇴근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거다. 졸지 않고 수업 듣고 예습과 복습 다 하면 전교 1등은 못해도 상위권의 성적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안 한다. 그래서 성적이 안 나온다. 희원 형은 아주 성실히 해냈다. 각자의 자리에서 성공까지는 아니라도 어떻게 해야하는지 정답은 있다. 그런데 안 할 뿐이다. 닭가슴살 먹고 식단 하면서 운동하면 살이 빠진다. 안 할 뿐이다."
- 선글라스를 쓰고 연기해야 했다. 그러면 아무래도 눈빛이 안 보이기 때문에 연기할 때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
"배우들의 감정이 센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배우가 끌고 가는 것이 아니다. 기획 의도, 메시지가 되게 중요하다. 배우 연기의 감정은 후 순위라 하드캐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배우로서의 무기는 일지만 대신 저와 상대 배우, 공간까지 다 미장센이다. 그 정서로 전달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찍고 이렇게 편집할 거다"라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그것을 믿고 갔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배우들이 너무 훌륭하다. 신뢰가 가는 배우들이라 믿고 저를 던질 수 있었다. 불안하기보다는 이 정도 멤버들이 모여서 이렇게 철두철미하게 준비한 감독님, 스태프들이 있다면 할 수 있겠다는 신뢰가 생겼다. '원영의 눈빛이 빛난다'라고 했을 때 CG를 입히냐, 렌즈를 쓰냐 할 수 있는데 그것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신뢰를 하다 보면 두려움이 사라진다."
![배우 주지훈이 디즈니+ 시리즈 '조명가게'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https://image.inews24.com/v1/4d858989cc9a9e.jpg)
- 길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부성애 연기를 해야 했는데 어렵지는 않았나?
"되게 막막했다. 제가 안 한 것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 물론 악인이 아니라도 악인 연기를 할 수 있긴 하지만, 저는 자식이 없다 보니 막막함이 있더라. 사실 배우 일을 오래 하고 작품 수가 많다고 해도 여유롭지 않다. 항상 두렵다. 유사한 캐릭터가 있을 수 있지만, 배우가 각도를 어느 정도 틀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연기하는 사람으로서는 다 다르다. 좋게 말하면 신선하지만, 잘 표현할 수 있을지 불안감이 있다. 감정이 뭔지는 알겠는데 어떻게 하나 싶어서 기억에 많이 의지했다. 또 이 작품 스태프들의 전작을 다 알고 있어서 아이를 구하러 가는 시퀀스 규모가 어떨지 상상이 된다. 미술이 잘 되어있고 실제 상황과 유사하면 가짜임을 알고 해도 몰입할 수 있다. 특히나 가녀리고 어여쁜 아이가 분장하고 누워 있고, 좁은 공간에 기어가야 하니 실제 같은 감정이 느껴졌다. 제가 노력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선물 같은 거다. 동료, 스태프들이 너무 중요하다는 걸 일을 하면서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저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 이정은 배우와 나이 차가 나는데 부녀 연기를 해야 했다. 어려움은 없었나?
"없었다. 작가님의 글이 좋다. 순차적으로 디테일하게 빌드업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런 상황에서 이정은 누나 같은 좋은 동료가 있다면 문제가 전혀 없다. 너무나 훌륭한 배우가 딸로서 연기해준다. 그건 나 혼자 할 수 없는 연기다. 여담으로, 정은 누나가 전구를 달라고 처음 등장했을 때 캐릭터로서는 몰라야 하는 상황이다. 이걸 봤는데 정은 누나 감정이 앞서 있다. 9시쯤 보여 세팅하고 앵글 바꾸고 점심 먹고 하면 두, 세 시가 되겠더라. 그때쯤 내 감정이 다 날아가면 어쩌나 걱정을 한다. 너무 중요한 신인데 그러면 어쩌나 고민을 했는데, 오판이었다. 감정이 안 나오는 게 아니라 참는 싸움이었다. 문을 열고 걸어 들어오는데 무너지는 감정이었다. 그때부터는 감정을 참아야 했다."
- 쉬는 날엔 보통 뭘 하나?
"다 똑같다. 작품을 하면 단톡방이 있다. 보통 감독님, 작가님도 같이 있다. 작품이 마음에 들면 하나둘 자연스럽게 모이게 된다. 그렇게 모여 작품 얘기도 하면서 보낸다. 저는 되게 운이 좋아서 10년째 많이 찾아주셔서 쉴 때 다음 작품 준비하기도 한다. 사생활이 분리되어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제 술친구들이 다 동료 배우, 친한 감독님, 작가님이다. 그들을 만나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그들과 시선이 비슷하니 흥미가 생겨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그들을 만나는 것이 제일 재미있다."
![배우 주지훈이 디즈니+ 시리즈 '조명가게'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https://image.inews24.com/v1/33a53278e6d9fd.jpg)
- 배우 말고 다른 쪽에도 관심이 있는 것이 있나?
"저는 연출에 관심 없고 제작에는 관심이 많다. 소재를 발탁하고, 이 소재에 맞는 감독님, 작가님을 섭외하고 이야기에 살을 붙여나가서 작품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다. 슬프지만 목표대로 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계속 만들고는 있다."
- 제작에 흥미를 느끼게 된 이유, 연출엔 관심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도 이 일을 꽤 오래 했다. 제작 파트에 참여해 아이디어를 내고 방향성에 대해 얘기를 했을 때 꽤 많은 칭찬을 받았다. 같은 동료들에게도 그게 많이 적용됐다. 하지만 연출은 해본 적이 없다. 현장 가서 회의하고 하는 건 누구보다 열심히 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촬영 후 후반 작업을 해야 하는데, 골방에 갇혀 있는 것이 너무 싫다."
- 요즘 고민이 있나?
"별 고민이 없다. 좋게 말하면 안정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재미가 없다. 큰 희로애락이 없다."
- 만약 김희원 감독이 두 번째 작품에 또 같이하자고 한다면 할 의향이 있나?
"있다. 대본도 안 보고 한다. 친해서라기보다는 자기 몫을 얼마나 하는지 저에게 신뢰를 주신다면, 당연히 같이할 수 있다. 흥행과 상관없이 저에게는 되게 소중한 시간이다. 한번 사는 인생이다. 작품 한 번 하면 적어도 6개월을 던져야 하는데, 그 시간 동안 저도 행복하고 재미있게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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