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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소설] 북으로 흐르는 강 <8> - 정찬주


조이뉴스24가 단편소설을 연재합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브런치가 있는 카페에서 깊이와 재미를 더한 소설을 즐기며 하루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언제나 맑고 선명한 언어로 인간의 내면 이야기를 즐겨 들려주는 정찬주 작가가 이번에는 집요하고도 진득한 문장으로 지나간 시대의 아픔을 말해 줍니다. 소설에 담긴 비극은 분명 과거에 속한 것이지만 새로운 모습과 형태로, 아니 더욱 강고하게 현재를 지배하고 있기에 바로 오늘의 이야기 우리의 고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편집자]

"아무래도 화장을 하는 것이 무난헐랑갑다. 그것이 우리헌테나 안골사람덜헌테나 모두 좋응께."

"언니는요?"

"내가 뭐 아냐."

봉순은 갑자기 굵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꼭이 슬퍼서라기보다는 난처한 자신의 입장이 한심해서 흘리는 눈물인지도 모를 일이 다. 봉옥은 봉순이 우는 꼴이 그렇게 보였다.

"오빠, 아부지 말대로 허지요."

"봉옥아."

봉옥은 오래간만에 만난 오빠와 다투기 뭐했지만 이 일만은 양보 할 수 없다고 결심했다. 생각했던 대로 봉래의 눈이 대뜸 충혈되었다.

"사실, 아부지 의사는 말도 안 된다. 넌 지겹지도 않냐? 아부지나 이 안골사람덜이 말이여."

"오빠, 그래도 난 허고 말겄소. 돈을 주고 현소 산을 사서라도 말이요."

"돈 좀 있다고 돈, 돈 허지 말라. 머리 아픈께."

봉순은 여전히 봉옥을 쳐다보며 소리 없이 흐느끼기만 하였다. 하긴 봉순의 능력으로써 할 수 있는 것은 노동일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봉옥처럼 돈이 있어 든든한 것도 아니고, 봉래처럼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는 처지도 아니었다. 아버지의 장례가 끝나면 다시 남의 집 품팔이를 다녀야 하는 어찌 보면 봉래의 처나 집안 친지들한테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는 무지렁이였다. 그래도 봉순은 봉래의 처, 올케가 일을 잘못한다고 시끄럽게 꽥꽥거릴 때는 몹시 섭섭해서 오빠인 봉래가 더 원망스러웠다.

"거긴 아부지 집이 될 수 없는 고약헌 곳이여. 현소 아부지가 누워 있는데다가 노망탱이 현소 엄니가 아직 살아 있지 않냔 말이다."

"그래도 아부지는 옆에 누워서라도 속죄 허시겠다는 거 아니요."

"아부지 고집일 뿐이제. 누가 아부지를 받아줘야 말이제. 그러니께 사람의 도리가 아니란 말까정 나오는 거여. 사실 아부지야 당신 고집대로 사셨지만 우리야 다르지 않냐. 난 이 마실에서 크는 자식도 있어. 그렁께 아부지 일은 아부지 대에서 끝나게 허잔 말이다. 또 너도 아부지 허면 고개를 내둘렀지 않았냐."

"그래요. 아부지를 우리 모두 따르지 않은 건 사실이지라. 허지만 아부지 마지막 부탁은 꼭 지켜 드릴라요."

봉래는 고개를 흔들어버리고 말았다. 봉옥을 더 달래볼 도리가 없었다. 봉옥의 성깔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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