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소의 숙부 음성이 답답하다는 듯 좀 더 크게 들려왔다. 어쩌면 그는 모질지 못한 현소가 아무런 조건 없이 봉옥이에게 묏자리를 허락해줄 것 같자 미리서 쐐기를 쳐대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묘안을 짜낸 게 산을 봉옥이에게 시세보다 턱없이 비싸게 팔아 그 돈으로 재산을 불리고, 명분 삼아 묏자리도 햇볕이 잘 드는 남향으로 이장하자고 주장하는 것 같았다.
"거, 뭐시냐? 증권을 사두면 금방 부자가 된다고 그러드라."
"숙부님 그런 소리 마시오. 죄 받소."
"머리 좀 써보라니께. 산이 팔려 봤자 내사 얼마를 받겠냐. 다 니몫이제. 성님도 좋아하실 거다. 혹시나 최가가 거기 묻혀 봐라. 성님도 최가를 끌어안고 있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씀허실 것이다."
"숙부님……."
"넌 모를 거여. 최가가 헌 짓거리를.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왜 사람덜이 치를 떨겠느냐. 여길 봐라. 내 팔뚝을."
또 그 상처를 보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봉옥은 언젠가 6·25때 찍혔다는, 총알이 살갗을 뜯어낸 자국을 본 기억이 났다. 현소의 숙부는 걸핏하면 그 상처를 훈장처럼 내보이며 북쪽 사람들을 저주하곤 했었다.
"니 아내도 증권을 사 돈을 불리자고 허면 반대는 안헐팅께."
그래도 현소는 증권 투자라는 말이 생경했고, 화투판을 벌이자는 제의 같아서 선뜻 내키지 않았다. 무엇이 마땅찮을 때 침을 뱉는 현소의 버릇은 여전했다. 침을 퉤퉤 뱉는 소리가 담 너머로 들려왔다. 잠시 후 봉옥은 현소 집으로 들어갔다.
"계신가요?"
"누구신디요."
봉옥을 보자마자, 현소의 아내는 냉소를 머금었다. 입가를 실룩거리며 눈을 가늘게 뜨기도 하였다. 이 정도의 박대를 각오하고 온 봉옥은 꼿꼿이 선채로 용건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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