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메, 뒷심도 좋소잉."
현소의 아내는 예전의 불륜 사건이 생각난 듯 불쾌한 얼굴을 하며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속 긁지 말고 얼릉 가시죠."
그래도 봉옥은 물러서지 않았다. 홀대를 받더라도 꼭 현소를 만나서 장지를 해결하고 싶었다. 이번에는 노망 든 현소의 노모가 괴성을 지르며 눈을 부라렸다.
"음마! 저년이 왜 온 것이여."
"현소 씨를……."
"저 뻔뻔한 낯짝 좀 보소, 동네 사람덜. 또 서방질 헐라고 온 것이여, 우리 영감 죽어서까지 괴롭힐라고 온 것이여. 시방."
봉옥은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 터무니없는 악담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튀어나오려고 하는 상소리를 꾹꾹 눌렀다.
그제야 현소의 음성이 들려왔다.
"들어오제. 아니, 내가 나감세."
현소가 밖으로 나오자, 그때부터 걸레쪼가리와 빈 바구니가 방안에서 날아왔다. 현소의 노모가 온갖 욕설을 다 퍼부어대며 그랬다.
"저년 서방질허네. 저 빨갱이년 서방질헐라고 우리 아들 홀려가는 것 보소. 마실 사람덜."
"면목읎네, 봉옥이."
"멀리 갈 거 없이 여기서 얘기해요. 현소 씨, 우리 아부지 소원이 뭔지 아요?"
"봉래한테 들었제."
"진심이그만요. 나 구질구질하게 돈 얘기는 뺄라요."
봉옥은 '진심'이라는 말을 하면서 그만 솟구치려는 눈물을 겨우 참아냈다.
"우리 집안도 잘헌 게 하나도 없구만."
"……."
현소는 비뚤어진 세월을 원망하고 싶었다. 서로가 그 비뚤어진 세월의 허물을 벗지 못한 채 아귀다툼을 해온 것 같았다. 이제 억울하기는 최 노인도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온갖 수모를 다 겪으면서 그래도 참고 살아왔기 때문에 이제는 죗값을 최 노인을 학대해온 자신의 집안이 받아야 할 차례인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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