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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소설] 북으로 흐르는 강 <12> - 정찬주


조이뉴스24가 단편소설을 연재합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브런치가 있는 카페에서 깊이와 재미를 더한 소설을 즐기며 하루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언제나 맑고 선명한 언어로 인간의 내면 이야기를 즐겨 들려주는 정찬주 작가가 이번에는 집요하고도 진득한 문장으로 지나간 시대의 아픔을 말해 줍니다. 소설에 담긴 비극은 분명 과거에 속한 것이지만 새로운 모습과 형태로, 아니 더욱 강고하게 현재를 지배하고 있기에 바로 오늘의 이야기 우리의 고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편집자]

현소는 지난날의 허물을 벗기 위해 봉옥 아버지의 유언을 자신이 지켜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도 현소는 봉옥에게 그런 말을 건네지 못하고 말았다. 현소의 노모가 소리를 지르며 뛰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서방질헐 년!"

봉옥은 현소의 노모에게 끌려 대문 밖으로 밀려났다. 현소의 문중 사람들이 모여들면서부터는 우물가로 내팽개쳐졌다. 말리는 척하면서 사람들은 기실 봉옥이만 떠미는 것이었다. 그래도 봉옥은 옛날처럼 싸울 생각을 안했다. 오히려 현소가 걱정되었다.

"저 화냥년헌테 미친 현소 놈도 이 마실을 떠야 헐 것이구만!" 하고 누군가가 현소를 타박하는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었다.

봉옥은 말없이 지푸라기들이 뒹굴고 있는 우물터로 내려섰다. 그리고는 원망으로 고여 있는 우물물에 자신의 얼굴을 띄웠다. 그러나 징그럽게 생긴 검은 빛깔의 고기 한마리가 우물에 내린 봉옥의 얼굴을 마구 일그러뜨렸다. 마마 자국 같은 물풀들을 봉옥의 얼굴에 달라붙게 하여 증오로 가득 찬 괴물의 얼굴로 만들었다.

한참만에야 봉옥은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얼굴에 닥지닥지 달라붙었던 물풀들이 우물가로 밀리면서 둥그런 물거울이 하나 만들어지고 있었다. 봉옥은 비로소 우물물에 눈물 두어 방울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동경(銅鏡)같은 둥그런 물거울에 자신의 얼굴 대신 입을 꼭 다문 현소의 얼굴이 적막하게 떠 있는 것이었다.

최 노인이 운명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봉순이 우물 쪽으로 뛰어오며 울부짖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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