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송강호, 이병헌, 이영애, 김태우가 박찬욱 감독과 함께 다시 뭉쳤다. 막내 신하균은 아쉽게 불참했지만, 25년 만에 다시 뭉친 이들은 '공동경비구역 JSA'에 대한 애정과 의미를 전했다. 특히 이병헌의 아내인 이민정과 아들까지 함께 해 뜻깊은 시간을 완성했다.
4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CJ ENM 30주년 기념 비저너리(Visionary) 선정작인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 GV(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박찬욱 감독과 배우 송강호, 이병헌, 이영애, 김태우가 참석했다.

CJ ENM은 '30주년 기념 비저너리(Visionary) 선정작'을 발표하며 대중문화산업을 선도해 온 지난 30년은 물론 앞으로도 K-컬처를 선도하며 새로운 챕터를 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CJ ENM은 2020년부터 방송, 영화, 음악, 예능 등 한국 대중문화 전 분야에서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토대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대체 불가의 인물들을 '비저너리(Visionary)'로 선정해 왔다.
올해는 30주년을 기념하며 업계에서 No.1 임팩트를 창출하고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었던 '비저너리 선정작'을 조명했으며 영화 부문에서는 '공동경비구역 JSA'가 이름을 올렸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감독 박찬욱 감독의 연출작 '공동경비구역 JSA'는 분단 현실을 인간적인 시선으로 풀어내 남북 관계에 대한 대중 인식 변화에 기여하며 한국 영화사의 전환점으로 평가받았다.
2000년 개봉 후 25년 만에 박찬욱 감독과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번 GV는 CGV용산아이파크 박찬욱관에서 열려 더욱 의미를 더했다.

이날 송강호는 "오붓하게 저녁 식사를 했다. 25년 만에 밥을 먹는 것이 기분이 이상했다"라며 "이렇게 말이 많으셨나 할 정도로 지나온 세월이 가진 그리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짧은 시간이지만 소통하고 얘기 나누는 것이 오늘 이 자리의 의미이자 좋은 기회가 아닌가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이병헌은 "영화가 개봉된 지 25년이나 됐더라"라며 "처음 이 영화를 접하는 분들도 있었을 텐데 그분들이 어떤 감상일지 궁금하다. 그래서 오늘 GV가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오늘 가족들을 다 불렀다고 하더라. 저는 깜빡해서 뒤늦게 전화해서 우리 가족들도 같이 감상한 거로 알고 있다. 알차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이병헌이 언급한대로 이날 배우이자 아내인 이민정과 아들이 영화 관람 후 GV까지 함께 해 눈길을 끌었다.
이영애는 "여기 오기 전에 떨렸다. 망설이기도 했다. 촬영할 때 여자 배우가 저 한 명이라 외로운 감이 있었다"라며 "신하균 배우가 없어서 아쉽지만 여러분 덕분에 25년 만에 완전체가 된 건 처음이라 떨리고 부끄럽기도 하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 같이 식사하면서 얘기를 하니까 너무 편안하고 이런 모임에 자주 올 걸 생각했다"라며 "따뜻하고 고마운 시간이다. GV도 그런 시간이면 좋겠다"라고 남다른 의미를 설명했다.
"참여한 배우로서 감동적"이라고 운을 뗀 김태우는 "나이가 들어 이제 50대 중반이 됐다"라며 "51살 막내 신하균이 안 와서 제가 귀한 막내가 됐다. 웬만한 현장 가면 큰 형인데"라고 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박찬욱 감독은 "개인으로도 의미 있지만 작품으로 이 영광을 얻어 좋은 건 참여한 배우들이 다 모일 수 있다는 것"이라며 "하균이는 못 왔다. 놀러 갔다고 하더라. 재미있게 노는지 모르겠지만"이라고 신하균의 불참 이유를 밝혔다. 또 그는 "스태프들도 와 있다. 이렇게 다 모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셔서 고마운 마음이다"라고 덧붙였다.
'공동경비구역 JSA' 이전 두 영화의 흥행 실패를 언급한 박찬욱 감독은 "이 작품이 유작이 될 거라는 절박함이 있었다"라며 "저뿐만 아니라 이병헌도 하는 영화마다 족족 안됐다"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에 "97년도에 '인샬라'를 말아먹었다. 저도 좋은 조건은 아니"라고 셀프디스한 이영애는 "좋은 작품이 되려니까 좋은 분들이 모였다. 타이밍이 좋고 대본이 좋았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병헌은 "그 당시엔 감독님에 대한 기대감은 없었다. 그런데 영화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주는 상을 전하는 시상자로 제가 나서고 감독님이 수상자로 왔다. 묘한 만남이었다"라며 "두 개의 작품을 완벽하게 망한 분과 세 개의 작품을 완벽하게 말아먹은 저와의 조합인데, 이보다 더 좋은 조합이 있을까 하는 얘기를 농담처럼 하면서 얘기를 꺼냈다"라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또 이병헌은 "마지막 장면을 시사회에서 보면서 너무나 감동했던 25년 전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게 난다"라며 "이 영화로 처음 시상식에서 "흥행 배우 이병헌"이라고 인사했다. 신나서 하는 기분 좋은 인사이자 농담이지만 너무 숫자에 연연하기 시작하는 영화인들의 풍토에 반항하는 느낌도 있었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너무 망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숫자로만 명명이 되는 것이 싫었던 기억이 어린 마음에 있었다"라며 "저에게 흥행배우라는 수식어를 안겨준 의미 있는 영화다"라고 덧붙였다.
"한번 거절했던 작품"이라고 고백한 송강호는 "시나리오가 완벽을 추구하더라. 너무 촘촘하고 밀도감이 꽉 짜인, 그때까지 볼 수 없던 시나리오다. 그래서 믿음이 안 가더라"라며 "'한국영화가 이런 걸 구현할 수 있다고? 이렇게 써놓고 이상한 영화가 될 거야, 더군다나 두 편의 영화를 말아먹어서 믿을 수가 없는데 이 시나리오를 구현한다고?'라는 생각에 거절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밝혔다.
이어 송강호는 "첫 만남에 신뢰가 생겼다.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걸어오는데 정말 지울 수 없는 품격과 기품에 압도당했다. 믿음이 갔다. 이건 팩트"라고 출연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설명했다.
또 그는 3일 전에 영화 채널에서 우연히 이 작품을 20년 만에 다시 봤다며 "나도 이병헌 부럽지 않은 시절이 있었다는 걸 느꼈다. 또 작품의 깊이와 기품을 지울 수가 없다. 어쩔 수가 없다. 그 기품을 느끼면서 '이분은 두 작품 운이 없어서 그렇지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김태우 역시 "너무 하고 싶었다. 기술 시사 보고 종교는 없지만 '이런 영화에 출연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했다"라며 "이런 자리가 있어서 감동이다. 저에게는 천운 같은 작품이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박찬욱 감독은 "감독이 한 번 실패하고 두 번째 기회를 얻기 어렵고, 두 번째 실패하면 세 번째 기회를 얻는 건 드물다"라며 "그런데 좋은 작품을 만났고 전폭적인 지원까지 얻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저를 살려준 작품"이라고 남다른 의미를 전했다.
이어 "바로 전에 단편영화를 하면서 배우들과 어떻게 소통할지 생각하는 계기가 있었다. 그 깨달음을 기초로 이 영화를 만들 때는 배우들 의견도 많이 듣고 대화도 많이 시도했다"라며 "연출자로서 사건이었다. 그 이후 제 작품은 여기서 시작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태우는 "저라는 배우에 관해 설명하다 안 되면 '공동경비구역' 봤냐고 하면 정리가 되는 영화다. 그만큼 전 국민에게 다 알려진 영화다", 이영애는 "20대 말에 이 영화를 만나서 30대에 좋은 작품을 할 수 있었고 감독님과 다시 '친절한 금자씨'를 할 수 있는 계기였다. 화창한 30대를 보낼 수 있었던 기적 같은 작품"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병헌은 "흥행 배우라고 인사할 수 있던 영화이자 흥행의 맛을 알게 됐다. 자본주의의 맛을 알게 된 것이 있다. 반 농담이다"라며 "저 또한 외국에 가서 저를 설명할 때 가장 먼저 얘기하게 되는 대표작이다"라고 전했다.
송강호는 "딱 30년 전인 95년도에 홍상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촬영을 했다. 3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숱한 굴곡도 있었지만, 잊히지 않는 첫 번째 화양연화였다. 그 중심에 'JSA'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감독님과 20년 동안 작품을 못 하고 있지만 훌륭한 인생의 선배이자 훌륭한 거장 감독과 같이 호흡하며 살아왔고, 이병헌, 이영애, 김태우, 신하균 같은 너무나 사랑하고 가족 같은 배우들과의 첫 만남이기도 하다"라며 "수많은 일을 겪으면서 배우 생활을 하는데 가장 그리워할 만한 첫 번째 화양연화라는 생각을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병헌은 개봉 당시 극장에서 40번 가까이 봤을 정도라고. 그는 "흥행의 맛을 처음 알아서 모자, 안경도 쓰고 가서 봤다. 관객들이 함께 웃고 울고 하는 것을 마음껏 누리고 싶었다. 되도록 많이 갔다"라며 "그렇게 많이 간 경험은 없다. 신기해서 몰래 극장 찾아가서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즐겼던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얼마 전 찍은 영화도 낯뜨거워지고 아쉬운 것이 항상 있다. 25년 전 영화니까 당연히 아쉬움이 많이 보이지만 어떤 면에서 생각하면 20대 연기를 지금 내가 할 수 있나 싶다. 모자라도 그때는 적합했을 거라고 위로하면서 무안함을 넘어간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로 베를린영화제도 가고 외국에서 상영하면 꼭 나오는 질문이 저로서는 당황하는데 '판문점에서 촬영했느냐'였다. 제 대답은 "실제 판문점에서 찍을 수 있었다면 이런 영화가 필요하지도 않았을 거다"였다"라며 "아직도 변함없이 영화 내용이 우리 젊은 세대에게 감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50주년에는 옛날이야기처럼 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다. 그때 행사를 하면 70대 신하균을 꼭 데리고 오겠다"라고 약속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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