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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소설] 고해 <1> - 정찬주


조이뉴스24는 지난해 9월 23일 정찬주 작가의 단편소설 '그림자와 칼'로 인터넷 신문 최초의 소설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조이뉴스24는 애독자들께서 출근길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브런치가 있는 카페에서 깊이와 재미를 더한 소설을 즐기며 하루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그 동안 정찬주 작가의 작품들은 애독자들의 고급스런 취향에 걸맞은 '아침소설'로 부족함이 없었으리라 믿습니다. 정 작가는 맑고 선명한 언어로 우리에게 인간의 내면 이야기를 즐겨 들려주는 한편 집요하고도 진득한 문장으로 지나간 시대의 아픔을 말해 주기도 하였습니다. 소설에 담긴 비극은 분명 과거에 속한 것이지만 새로운 모습과 형태로, 아니 더욱 강고하게 현재를 지배하고 있기에 바로 오늘의 이야기 우리의 고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정찬주 작가는 '고해'를 마지막으로 애독자들께 작별을 고합니다. 장기간 연재를 허락해준 정찬주 작가께 감사드립니다.[편집자]

동호는 눈을 치뜨며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눈언저리와 목덜미가 굳어짐을 느꼈다.

"아니……."

절로 몇 마디가 입가로 비어져 나왔다.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

사무실 철문은 'U.S'란 영자(英字)가 찍힌 보조 자물쇠까지 걸려 있었다. 평소에 보지 못한 일이었다. 또한 자물쇠 옆에는 혈서(書)같은 붉은 매직 글씨의 종이쪽이 붙어 있었다.

사무실을 3일간 폐쇄함. 동참할 분들은 추후 전화연락 하겠음.

종교생활사 부사장 백 X월 X일.

아니, 이럴 수가……. 동호는 방금 헛것을 보았던 것처럼 다시 한 번 더 종이쪽을 훑어갔다. 하지만 매직 글씨는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이 당당했다. 경고문처럼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동호는 심호흡을 했다. 조금 전 계단을 5층까지나 뛰었던 것이다. 출근시간을 단 일 분이라도 단축하기 위해서 그랬었다. 그런데 이젠 허망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허망한 감정은 잠시 뿐이었다. 허망한 감정은 어느새 불안으로 옮겨가고 그 불안이란 놈은 동호의 뒤통수를 날름날름 핥아대고 있었다. 그런데도 동호는 다음 동작을 생각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냥 멍하니 쳐다보며 서 있기만 했다. 철문과 동호 사이로 늙은 청소부가 다가와서야 동호는 찔끔, 상체를 뒤로 젖혔다.

"무슨 일이어유?"

그녀는 살그머니 틀니를 드러내 놓고 있었다. 대답을 해줘야 쩌억 벌린 입을 다물겠다는 표정이었다. 동호는 종이쪽을 턱으로 가리켜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엉뚱한 소리를 내뱉고 입을 다물었다.

"문 열고 청솔 빨랑 혀야 지도 쉴 게 아니어유. 아참, 내 정신머리 좀 봐."

"네?"

그녀는 문맹인 모양이었다.

"키 큰 분 있지유. 저 길 건너 다방 간다구 갔구만유."

동호는 담배를 뽑아 물고서 등을 돌려버렸다. 건너편 예식장 강당에서는 여태 아침체조가 계속되고 있는 게 보였다. 아가씨들은 마치 지켜보는 눈초리가 있는 것처럼 카세트 구령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건물을 빠져나온 동호는 곧장 다방으로 갔다. 게을러빠진 계집. 다방은 그런 여자를 연상케 하고 있었다. 아직도 졸음의 찌꺼기가 휴지 나부랭이처럼 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막 깨어난 듯한 아가씨가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하품을 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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