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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소설] 고해 <3> - 정찬주


조이뉴스24는 지난해 9월 23일 정찬주 작가의 단편소설 '그림자와 칼'로 인터넷 신문 최초의 소설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조이뉴스24는 애독자들께서 출근길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브런치가 있는 카페에서 깊이와 재미를 더한 소설을 즐기며 하루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그 동안 정찬주 작가의 작품들은 애독자들의 고급스런 취향에 걸맞은 '아침소설'로 부족함이 없었으리라 믿습니다. 정 작가는 맑고 선명한 언어로 우리에게 인간의 내면 이야기를 즐겨 들려주는 한편 집요하고도 진득한 문장으로 지나간 시대의 아픔을 말해 주기도 하였습니다. 소설에 담긴 비극은 분명 과거에 속한 것이지만 새로운 모습과 형태로, 아니 더욱 강고하게 현재를 지배하고 있기에 바로 오늘의 이야기 우리의 고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정찬주 작가는 '고해'를 마지막으로 애독자들께 작별을 고합니다. 장기간 연재를 허락해준 정찬주 작가께 감사드립니다.[편집자]

동호는 철민의 얘기를 건성으로 듣고 있다 문득 귀를 세웠다. 철민은 엽차를 두 잔째나 비운 다음 정색을 하고 있었다.

"장형 말입니다."

"……?"

"아무래도 그게 실수였던 것 같아요."

"실수라니요?"

동호는 비로소 담뱃불을 비벼 껐다. 그러나 담뱃불은 단번에 꺼지지는 않았다. 불안과 의혹처럼 한 가닥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동호는 일그러진 모습의 꽁초를 마저 눌러버렸다.

"사표를 낸 거 말입니다. 일전에……."

"그게 어쨌다는 겁니까? 김형."

"실수라 그거죠."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사장의 공언이었는데."

동호는 조금 큰소리로 반박했다. 갑자기 톤이 높아진 스피커의 외침 때문만은 아니었다. 일종의 놀람이었고, 그 표현이었다. 철민의 말대로 사표를 낸 것이 크나큰 약점이 될 수도 있었다. 그냥 처리해 버리면 그만일 것이었다. 다시 긴장이 된 동호는 고개를 돌렸다. 밖은 흐릿했다. 하늘엔 구름이 몇 점 더러운 얼룩처럼 널려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안개는 이제 보이지 않았다. 허공엔 이 도회지가 토해내고 있는 매연이 안개의 잔해처럼 떠돌고 있었다.

"육감이 좋지 않아요."

"김형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군요."

그러나 사직서를 냈다 하더라도 함부로 처리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것은 그들의 양심 문제라고 동호는 생각했다. 엊그제 분명 철민과 동호를 불러 모은 자리에서 그 배불뚝이 사장은, "종교생활사를 위해서 사표를 냅시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 신임을 묻는 형식으로 말입니다. 또한 이번에 새로 모시게 될 경영주에 대한 예우로 말입니다."라고 멋쩍게 말머리를 꺼냈다가는 얼른 노골적으로, "이번에 교체될 영업부나 일부 편집부 직원의 눈치도 봐야할 거 아닙니까? 그래 일괄 사표형식을 취하기로 결정된 겝니다."라고 동호와 철민에게 설득 반 동의 반 조로 둘러댔던 것이었다.

하지만 선뜻 사직서를 쓸 것 같지 않자 사장은, "비록 운영권이 부사장이란 직책을 만들어 취임하는 새로 오는 경영주에게 있다 하지만 그래도 편집권은 내게 남을 것이오. 잡지 성격 상 발행인은 변경하기가 불가능할 것이오. 어쨌든 두 분의 사표는 반려될 겝니다. 이 점은 사장인 내가 보장한 거요. 지금 밝히기는 뭐하지만 이미 경영주인 부사장과 약조가 돼 있어요."라고 공언(公言)을 했던 것이었다.

이번에는 철민이 담배만 빨아대며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제법 썰렁한 바람이 창을 타고 넘어왔다. 잠시 후에는 불자동차의 다급한 사이렌 소리가 다방 안을 술렁이게 하고는 사라지고 있었다. 손님들이 일제히 얘기를 멈추면서 고개를 비틀고 있었다. 하지만 불자동차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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