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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소설] 고해 <4> - 정찬주


조이뉴스24는 지난해 9월 23일 정찬주 작가의 단편소설 '그림자와 칼'로 인터넷 신문 최초의 소설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조이뉴스24는 애독자들께서 출근길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브런치가 있는 카페에서 깊이와 재미를 더한 소설을 즐기며 하루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그 동안 정찬주 작가의 작품들은 애독자들의 고급스런 취향에 걸맞은 '아침소설'로 부족함이 없었으리라 믿습니다. 정 작가는 맑고 선명한 언어로 우리에게 인간의 내면 이야기를 즐겨 들려주는 한편 집요하고도 진득한 문장으로 지나간 시대의 아픔을 말해 주기도 하였습니다. 소설에 담긴 비극은 분명 과거에 속한 것이지만 새로운 모습과 형태로, 아니 더욱 강고하게 현재를 지배하고 있기에 바로 오늘의 이야기 우리의 고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정찬주 작가는 '고해'를 마지막으로 애독자들께 작별을 고합니다. 장기간 연재를 허락해준 정찬주 작가께 감사드립니다.[편집자]

"하지만 김형, 우리가 낸 사직서엔 단서가 있어요."

사직서는 어디까지나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타의에 의한 것인 셈이었다. 물론 사직서에는 '회사 내부 사정으로 기자직의 신임을 묻고자 사직서를 제출합니다'라고 적어내긴 했지만.

"일단 박 주간한테 전화나 해봅시다."

"학교 나갔을 텐데요."

박 주간은 강의 나가는 대학이 Y시에 있어서 통근하고 있는 처지였다.

"대부분 아침나절엔 강의가 없다고 했어요."

동호가 전화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어쩌면 박 주간은 사태의 전말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또한 이 마당에서 두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박 주간 뿐이었다. 물론 자신의 손익계산을 척척 잘해내는 그의 처세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동호의 입장을 철저하게 옹호해 주었던 것이다.

여태까지 종교생활사를 떠나지 못하게끔 붙잡아둔 것도 박 주간이었다. 사장을 어떻게 구슬려 놓았는지 숫제 사장이 직접 가로 막고 나섰었다. 그 바람에 동호는 이곳보다 더 나은 일터를 두 군데나 놓쳐 버렸다. 그러나 동호는 윗사람으로부터의 인간다운 대접을 소중하게 생각해 왔다. 이 점에 있어서는 철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동호와 철민은 사장의 말만 믿고서 여기까지 어정쩡한 상태로 남아버린 셈이었다.

다행히 박 주간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예측한 대로였다. 박 주간은 사장으로부터 미리 통고를 받은 듯 놀라지 않고 있었다. 대본대로 말하는 연극배우처럼 사장이 말한 것과 엇비슷한 얘기들을 늘어놓았다. 다만 자신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문을 잠가버린 처사에 대해서 불쾌하다는 감정을 첨가하고 있는 것이 조금 다를 뿐이었다.

"장 기자도 알겠지만 말이지. 난 그래도 사장과 친분 하나로 종교 생활의 창간을 위해 내 돈 써가면서 뛰어왔어요. 그런데 그에 대한 대접이 이래요."

박 주간의 표현은 더욱 거칠어지고 있었다. 무보수로 봉사한 것에 대한 뉘우침과 화풀이가 뒤죽박죽 섞여 나왔다. 말대가리 같은 자식, 마침내는 경영주로서 새로 참여하게 될 부사장을 가리켜 말대가리로 호칭하고 있었다.

동호는 아직 한 번도 부사장을 자세히 본 적이 없으므로, 말과 부 사장의 두상이 어떤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박 주간의 배설하는 듯한 말투에 일말의 쾌감을 받았다. 교수라는 신분에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말투였지만 바로 그 거리낌 없는 태도가 진솔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부사장과 말대가리. 어쩌면 잘 어울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박 주간의 작품은 이미 사직서를 쓰고 나가버린 배 국장을 '배불알'이라고 부른 데 있었다. 주먹만 한 코를 가진 배 국장과 배불알이란 호칭은 감탄을 자아내리만큼 들어맞는 것이었다. '배불알'하고 중얼거리기만 해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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