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호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철민이 초조하게 물었다.
"뭐라 합니까?"
"사장과 별반 다를 게 없더군요."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 말이죠."
"그래요."
철민의 얼굴이 다시 굳어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사장과 박 주간의 그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부사장이라는 작자가 마음대로 그런 종이쪽을 붙였을 정도라면 이제 사장과 박 주간은 회사 내의 무기력한 존재일 뿐더러 그들의 호언장담은 말짱 헛것이 될 수도 있다고 길게 추측을 하며 걱정했다.
또 다시 불자동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어디론가 질주하고 있었다. 조그만 화재는 아닌 것 같았다. 먼 곳으로부터도 사이렌 소리가 간간이 들려오고 있었다.
"박 주간이 필요 이상으로 얘기를 길게 하더군요. 그것도 우리 입장을 걱정해 주기 보단 자신의 사적인 감정을 내세우면서 말이죠."
"자신도 피해자니 귀찮게 하지 말라는 거 그런 뜻이 아닐까요?"
"뭐 그렇게까지야."
철민은 빈 담뱃갑을 손아귀 속에 넣고서 구겨버렸다.
부사장은 왜 3일 동안이나 사무실을 비워 놓겠다는 것일까. 동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철민의 추측대로 사장은 이미 무기력한 존재일까. 동참할 분들……. 동호는 음절에 힘을 주어 조용히 중얼거려 보았다. 그 음절들은 안개처럼 불투명했다. 적어도 그 말 속에는 세 가지 의미가 숨어 있었다. 동호나 철민을 다 채용할 수도 있고, 또 두 사람 다 채용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더욱이 최악의 경우엔 두 사람 중에 어느 한 사람만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했다.
동호는 철민의 추측이 날카롭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부사장을 조종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글쎄요."
"부사장은 잡지의 생리를 전혀 모르는 작자 아닙니까? 그런데도 그런 자가 이런 식으로 나올 수 있느냐 거죠."
사이렌 소리가 잠시의 침묵을 깨뜨리며 다시 들려왔다. 이번엔 여러 대의 울리는 소리가 한꺼번에 들려오고 있었다.
"사장부터 의심해 볼 수 있겠죠……."
철민은 준비라도 해둔 얘기처럼 빠르게 이어갔다. 사장은 재단으로부터 돈줄이 끊어져 버리자 그때부터 빚을 내야 했다. 그러나 빚은 감당하지 못할 만큼 불어났고 책의 창간은 무작정 지연되었다. 책이 창간된다 해서 빚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애당초 이 작업은 영리와 무관하게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경영주를 물색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또 실재로 경영주가 나타났을 때 그에 대한 예우는 각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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