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까지 철민의 얘기는 조금도 과장이 없는 사실이었다. 철민이 다시 말했다.
"그런데 전주인 부사장이 등장함으로 해서 사장의 위치는 흔들린 겁니다. 아니, 흔들릴 정도가 아니라 부사장에게 아부를 해서 그나마 발행인의 자리를 지키려고 했는지도 모르죠. 그것만으로도 자신의 사회적 공명심을 채울 수 있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치부를 우리에게까지 보이고 싶었겠소? 허세로 한몫 보려하는 사장이 말입니다. 어쩌면 일괄사표란 사장의 아부용 작품이란 거죠. 얼마나 교활한 음모입니까? 책임은 모두 다 부사장이 지게 되는 거구요?"
철민은 아무도 믿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동호는 철민과 반대로 생각했다.
"그럴 가능성도 있겠지만 말이죠. 사장은 우리가 남아 있어주길 바라는 눈치에요. 그런 심사를 뭐라 합니까? 뭐 잃어버린 것에 대한 보상심리라고 하나요? 비록 실권은 사라졌지만 자신이 뽑아놓은 우리에게서 위안을 얻는다는 겁니다. 어쩌면 사장은 우리가 그 자신의 정예한 충견이 돼주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죠."
"그렇다면 부사장을 누가 조종하고 있다는 겁니까? 장형 생각으론."
"우리 회사와 전혀 무관한 삼자가 아닐까요?"
회사 내의 인물로서는 아무도 없었다. 영업부의 장 차장이 그랬을 리도 없을 것이고, 더구나 점잖은 편집위원 중에서 누군가가 그랬을 까닭도 없었다.
또한 전 편집국장이었던 배 국장이 장난을 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배 국장이 부사장을 만난 것이라곤 부사장이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몇 번 나타났을 때 굽실거리며 차를 나눈 정도에 불과했고, 더욱이 그는 부사장이 취임하기 전에 벌써 회사를 그만 두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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