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는 슈퍼히어로는 아니지만, 든든함에 믿고 의지하고 싶어진다. 내 주변에 이런 오지랖 히어로 한 명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대리만족으로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영화 '백수아파트'다.
영화 '백수아파트'는 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정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백수 거울(경수진 분)이 새벽 4시마다 아파트에 울려 퍼지는 층간 소음의 정체를 찾기 위해 이웃들을 조사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미스터리 코믹 추적극이다.
![배우 고규필, 배재영, 경수진, 최유정, 김주령 등이 영화 '백수아파트'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4c2f6848c5ce01.jpg)
아침부터 저녁까지 조카와 함께 동네의 모든 민원을 나서서 처리하는 '오지라퍼 백수' 거울은 동생 두온(이지훈 분)과 다투고 반강제적으로 독립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입주한 백세아파트에서의 첫날 밤 새벽 4시, 알 수 없는 소리에 잠을 설친 거울은 아파트 주민인 경석(고규필 분)과 지원(김주령 분), 샛별(최유정 분)을 만나게 된다. 이들은 6개월째 하루도 빠짐없이 쿵쿵거린다는 층간 소음의 근원을 둘러싼 비밀을 파헤치게 된다. "나 안거울, 정의의 이름으로 끝까지 간다!"
'백수아파트'는 일상적인 공간인 아파트를 배경으로 누구나 들어본 층간 소음이라는 소재를 다룬 현실 공감 영화로, 2020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 수상작으로 탄탄한 짜임새를 인정받은 작품이다. 마동석이 제작자로 나섰으며, 이루다 감독의 데뷔작이자 경수진의 영화 첫 주연작이다.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다뤄졌던 층간 소음이 메인 소재이다 보니 신선함이나 특별함이 느껴지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백수아파트'는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디테일하게 다루면서 관객의 공감대를 이끈다. '백수아파트'의 가장 큰 매력은 러닝타임 내내 지루함 하나 없이 시종일관 유쾌하다는 점이다. 코믹과 휴먼 코드를 적절하게 섞어낸 이루다 감독의 연출력이 상당히 좋다.
![배우 고규필, 배재영, 경수진, 최유정, 김주령 등이 영화 '백수아파트'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bf8cc99f8f43aa.jpg)
![배우 고규필, 배재영, 경수진, 최유정, 김주령 등이 영화 '백수아파트'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89fa10977b1547.jpg)
캐릭터도 개성이 강하다 보니 이들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누구 하나 허투루 사용되지 않고 조화를 잘 이룬다. 영화 톤은 밝지만 극 속에 담긴 메시지는 묵직하다. 부당함을 참지 않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기본이고 내 주변 인물들의 상처 입은 마음을 어루만지는 거울을 통해 다시 한번 나를, 그리고 내 주위를 돌아보게 된다.
극 중반 드러나는 거울의 가슴 아픈 사연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이는 캐릭터의 방향성을 잡아주는 '키' 역할을 하는 동시에 작품에 깊이를 더하는 '킥'이다. 이를 자극성 하나 없이, 과하지 않게 화면에 담아낸 이루다 감독의 섬세함과 배려가 돋보인다.
이번 '백수아파트'를 통해 타이틀롤을 맡은 경수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 해결을 위해 열정적으로 뛰고 또 뛰는 거울을 안정적인 연기력을 바탕으로 제 옷 입은 듯 표현해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경수진의 진심과 노력이 가득 담겼다. 이 덕분에 러닝타임 내내 슈퍼히어로 못지않은 '오지라퍼 풀파워'를 자랑하는 거울을 마음 다해 응원하게 된다. 타인에게 무관심하고 각박하기만 한 요즘 세상에 이렇게 불의에 맞서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가득 차오른다.
![배우 고규필, 배재영, 경수진, 최유정, 김주령 등이 영화 '백수아파트'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5acd642dd48d5d.jpg)
영화 자체의 체급은 작지만, 작품이 가진 메시지와 재미는 그 어떤 슈퍼히어로물과 비교해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할 수 있다. 참 잘 만든, 알짜배기 영화 '백수아파트'다.
2월 26일 개봉. 러닝타임 97분. 12세 이상 관람가.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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