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② "극진히 아껴" 박지훈이 말하는 '약한영웅2' 액션·낭만파 이준영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영화 '세상 참 예쁜 오드리' 이후 인터뷰로 다시 만난 배우 박지훈에게선 조금 더 편안하고 안정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여전히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지만, '클래스 1' 때 인터뷰를 떠올린다면 인터뷰 스킬까지 성장했다고 생각되는 지점이 여럿 있었다. 특히 연시은뿐만 아니라 '약한영웅' 시리즈를 함께 한 스태프들에 대한 고마움이나 특별한 마음을 표현할 때는 주연배우로서의 듬직함이 크게 다가오기도 했다. 촬영하는 동안 힘든 내색 한번 한 적 없다는 박지훈이 얼마나 피땀눈물 흘려 연시은을 완성하고 '약한영웅'을 이끌었을지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참 많이 단단하고 깊은 사람이자 배우임을 느끼게 된다. 결국 '연시은=박지훈'임을 스스로 입증해낸 박지훈이다.

지난 4월 25일 전 세계에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약한영웅 Class 2'(연출 유수민/이하 '클래스 2')​는 친구를 위해 폭력에 맞섰으나 끝내 지키지 못한 트라우마를 안고 은장고로 전학 간 모범생 연시은(박지훈)이 다시는 친구를 잃을 수 없기에 더 큰 폭력과 맞서면서 벌어지는 처절한 생존기이자 찬란한 성장담을 그린다.

'클래스 1'에 이어 다시 연시은 역을 맡은 박지훈을 비롯해 려운, 최민영, 유수빈, 배나라, 이민재, 그리고 이준영이 출연해 열연했다. 조정석, 최현욱, 홍경 등 반가운 얼굴도 볼 수 있다.

탄탄한 서사와 관계성, 개성 넘치는 캐릭터,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클래스 2'는 공개 3일 만에 6,100,000 시청수(시청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에 올랐다. 브라질, 멕시코, 벨기에, 프랑스, 모로코, 그리스,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태국, 뉴칼레도니아 등 전 세계 63개국 TOP 10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클래스 1' 역시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8위에 오르며 넷플릭스 공개 후 5주 연속 글로벌 TOP 10 리스트에 진입했다.

박지훈은 더는 친구를 잃을 수 없기에 다시 폭력에 맞설 수밖에 없었던 연시은의 복잡한 감정선, 온몸 내던진 처절한 액션을 세밀하게 그려내며 진가를 발휘했다. 연시은 그 자체가 되어 극을 제대로 장악한 박지훈은 한층 성장한 연기와 더욱 깊어진 눈빛으로 극찬을 얻고 있다. 다음은 박지훈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클래스 2'엔 연시은이 맞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전투력에서는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준태(최민영)를 구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은장고에 와서 '왜 액션을 안 하지?'라는 의구심이 들 수 있는데, 시은이는 싸움을 좋아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친구를 위해 싸웠던 거다. 피치 못하게 싸우는 캐릭터라 아쉬울 수 있는데, 액션보다는 친구를 위한 스토리에 집중해서 봐주셨으면 한다."

- 때리는 것과 맞는 것 중 어떤 연기가 조금 더 편한가?

"개인적으로는 맞는 것이 더 편한 것 같다. 맞는 것도 잘해야 때리는 것이 잘 표현이 된다. '클래스 1'에서 영빈(김수겸)이를 커튼으로 씌워서 폭력을 가하는 장면이 있는데, 마네킹을 세워서 때릴 수 없으니 안전 가면을 씌운 채로 때려야 했다. 때리는 것보다 마음 편하게 맞는 것이 더 좋다."

- 이번엔 맞는 장면이 꽤 많았다. 좀 다르다 느낀 부분이 있나?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교묘하게 안 때린다. 피치 못하게 각도가 보이는 경우엔 배우들이 보호대를 다 차고 액션신을 찍어서 큰 부상은 없었다. 미안하다고 약하게 하면 다시 가야 한다. 그러면 안 되고, 보호대를 차고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때리고 했던 것 같다."

- 시은이가 준태와 가까워진 것이 급작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어떻게 해석하고 접근했나?

"시은이는 준태와 친해지려고 구해준 것은 아니다. 준태가 맞는 모습을 보면서 트라우마가 주마등처럼 지나갔고, 자기도 모르게 나선 것 같다. 감독님도 그런 디렉팅을 해주셨다. 저 친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클래스 1' 때의 폭력이 떠올라 피가 차가워진 거다. 그리고 선 넘지 말라는 수호(최현욱)의 대사를 한다. 준태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위해서 그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가까워진 건 준태가 새벽에 와서 휴대폰을 나눠주고 복도에서의 말을 들으면서 어쩌면 달라질 수 있는 친구고, 강한 친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때 눈이 돌아간다. 그런 달라진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 바쿠팸과 연시은이 친해지는 서사가 다소 짧게 느껴지기도 했다.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시은이가 결국 얘네들과 붙어있으면 친해질 거라는 생각에 아는 척하지 말자고 선을 긋는다. 트라우마가 남아있고, 이 친구들과 엮이면 다른 폭력에도 얽힌다는 생각에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남자들이 축구하면서 친해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얼음공주 같은 도도한 연시은의 마음도 열린다. 또 수호 병원에 가는 것을 알게 된 친구들 또한 약해져서 마음을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 앞서 홍보 콘텐츠에서 이준영 배우가 굉장히 위협적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극중에서 가장 위협적으로 느껴졌던 캐릭터와 그 이유를 꼽아준다면?

"준영이 형이다. 준영이 형이랑 화장실 신에서 찍을 때 긴장한 건, 형의 주먹이 굉장히 빠르다. 바람 소리가 들렸다. 현장에서 서로 긴장하면서 찍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제가 집중을 안 해서 잘못하면 큰일 나겠다, 맞겠구나 하면서 긴장하면서 찍었다. 첫 촬영이었는데 손 넣고 바람막이 소리를 내면서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금성제다'라고 생각했다. 현장에서도 "형, 진짜 금성제네요"라는 말을 했다. '무섭다. 칼 같다'라는 느낌을 현장에서 느꼈다."

- 성격적으로는 어떤가?

"금성제와 정말 비슷한 것 같다. 낭만을 좋아하고 자유를 좋아하는 형이라서 그런 모습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 이준영 배우와는 촬영이 없을 때는 따로 만나 같이 춤을 출 정도로 돈독한 것 같다. 제작발표회에서는 눈 마주 보는 모습이 화제가 됐는데, 지훈 배우가 예쁨을 많이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다. 저도 좋아하는 형이고, 형도 저를 극진히 아껴주고 응원을 해준다. 촬영 없는 날엔 연습실 하나 잡고 정해진 시간 없이 음악 틀어놓고 춤추면서 자유를 표현하려고 했다. 형은 취미가 스트릿 댄스고, 저는 팝핀을 좋아하다 보니 사적으로 만나 수다 떨고 노래 틀고 춤을 춘다. 좋은 노래에 영감을 받아서 표현하고 싶은 걸 추고 그걸 영상으로 찍고 모니터링하고 코멘트하는 시간이 좋았다. 그런 부분이 잘 맞아서 서로를 아끼게 됐다."

- 가수 선후배 사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의 공감대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선배님이어서 친하지 않았을 때는 제가 너무 깍듯하게 선배님이라고 했다. 형이 "그렇게 하지 말아라. 편하게 생각해줘"라고 하더라. 그래서 빠르게 가깝게 친해졌던 것 같다. "형~"하면서 애교도 부린다."

- 가벼운 질문으로, 황민현 배우가 '스터디그룹'에서 강력한 액션을 했었는데, 만약 '스터디그룹'의 윤가민(황민현)과 연시은이 싸운다면 누가 이길 것 같은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질문이다.(웃음) 저도 '스터디그룹'을 봤는데 두 캐릭터는 싸움 스타일이 다르다. 만약 '클래스 2'를 기준으로 한다면 저는 연시은이라고 생각한다. 스타일도 달라지고 맷집도 커졌다. 또 변칙적인 수를 쓰는 친구다. 그런 면에서 한 방을 노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시은이는 상대의 약점을 캐내고 정보를 얻고 연합을 와해시키고 인원을 빼내는 등 싸움의 변수를 생각하는 친구라 그런 면을 생각했을 때, 시은이가 조금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