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상욱 기자] ◆ 싱어게인 시즌3 파이널리스트, 밴드 악퉁의 보컬, 그리고 대학 강단에 선 교수.
이 세 단어만으로는 뮤지션 추승엽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그는 어릴 적, 피아노를 잘 치던 누나 곁에서 자연스레 음악에 빠져들었다. 교회에서 기타를 치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이글스와 부활을 들으며 자란, 말 그대로 음악 속에서 살다시피한 청춘이었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가수가 되겠다”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중학교 때 부터 무대에 서긴 했지만, 음악을 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당연히 제가 뮤지션이 될 줄 알더라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음악의 길에 들어선 그는, 음악이 있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든 상관없이 찾아다녔다고 한다. 음악 스튜디오에서, 공연장에서 때로는 길거리에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음악을 찾아다녔고, 장르에 구분 없이 가요, 팝, 재즈 등을 찾아서 들었고, 음악 작업 역시 광고 음악이던, 세션 연주던 가리지 않고, 아주 작고 사소한 일이라고 해도 음악을 접하고 들을 수 있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일하면서 그 속에서 자신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한다.

◆ “장르? 그냥 좋은 음악이면 되는 거죠.”
추승엽은 특정 장르에 갇히지 않는 뮤지션이다. 비틀스, 시나위, 정태춘·박은옥, 한대수, 박학기, 심지어 스페니시 탱고까지! 그가 들어온 음악의 폭만큼이나, 그가 추구하는 음악의 색도 유동적이다. “록을 베이스로 하고 있지만, 그 위에 어떤 장르가 얹힐지는 그때그때 달라요. 팝, 힙합, 그리스 음악도 좋아해요. 그냥,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저는 그게 가장 중요한 거예요.” 그에게 음악은 감동을 전하는 도구이자, 자기 자신을 투영하는 거울이다. 또 정제된 메시지보다, 음악 그 자체의 선율과 리듬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기를 원한다는 아티스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 “제 마음이 가장 많이 들어간 곡이에요.”
최근 발표한 솔로곡 〈먼지〉는 그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싱어게인을 통해 새로운 청중과 마주하게 된 그는, 이번에는 평상시보다 더 정성스럽게 가사를 써 내려갔다고 한다. “예전에는 이 정도면 되겠지 싶었지만, 이제는 더 개연성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어졌어요. 〈먼지〉는 진실과 거짓을 반어법적으로 풀어낸 곡이에요. 인간의 깊은 내면을 꺼내놓은 곡이죠.”
그는 이 곡이 ‘대중적’이라는 잣대로는 히트하지 못할지라도, 자신에게는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오히려 솔직하고 깊이 있는 음악이 더 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걸, 그는 체감하고 있는 것 같았다.

◆ “음악이 전부였을 때, 저는 너무 괴로웠어요.”
코로나 시기, 그는 자전거에 빠졌다고 한다. 간헐적 금주를 실천하며, 체력과 멘탈을 다잡았고 땀 흘리는 시간 속에서 그는 깨달았다고 한다. “하루 종일 음악만 생각하고, 음악이 제 삶의 전부였을 때, 너무 우울했어요. 내 삶이 건강해야 음악도 살아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렇기에 음악이 삶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 “풍경이 펼쳐지는 음악. 그게 제가 바라는 이미지예요.”
그는 ‘풍경이 떠오르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노래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듣는 이들의 마음에 하나의 장면을 떠오르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그 장면이 꼭 화려하거나 특별할 필요는 없다면서, 햇살이 스며드는 창가, 혼자 앉아 있던 골목길, 혹은 지나간 사랑의 흔적 같은, 작지만 마음 깊은 곳에 남는 풍경이면 충분하다고 말하면서, 추승엽은 그런 일상의 찰나를 음악으로 기록하고 싶다고 말했다.”

◆ “학생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조금 더 꿈을 크게 가져라’예요.”
추승엽은 현재 대학과 자신의 이름은 건 음악원에서 강의하며 예비 뮤지션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요즘 학생들이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발전 가능성이 충분히 많은 학생들이 많은데, 정작 본인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너무 일찍 규정짓고, 그 이상을 꿈꾸지 않거나 아예 포기해버리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정말 안타까워요. 가르치는 일 속에서 그는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면서, 틀에 갇혀 있던 학생이 일상의 자유를 느끼고, 음악에 다시금 생기를 불어넣는 모습을 보면, 노래하는 것 이상으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언젠가 구순 디너쇼를 팬들과 함께.”
그의 팬층은 놀랍게도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하다. 누군가는 그림을 선물하고, 누군가는 먼 지방에서 콘서트를 보러 온다. 그렇기에 그의 마지막 꿈은 ‘90세에도 팬들과 함께 디너쇼를 열며 노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저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라는 그의 바람이 인터뷰의 끝에서 묵직하게 남는다. “음악을 같이 시작했던 친구들 중에 지금도 음악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거의 없어요. 다들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죠. 그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저는 오래 하고 싶어요. 즐겁게, 진심으로...”
◆ 뮤지션 추승엽은 말한다.
음악은 감동이 되어야 하고, 삶은 음악만으로 채워져서는 안 된다고. 그렇게 추승엽은, 음악을 통해 자신을 치유하고, 누군가의 마음에도 조용한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음악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었다.
/수원=박상욱 기자(sangwook@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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