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씩씩한 척, 아픔을 극복했다며 스스로 최면을 걸어요. 다들 '쟤는 캔디잖아'라고 할만큼. 마음이 힘들지만 아닌 척 했던 과거의 제 모습이 보였어요."
'미지의 서울'엔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들이 있다. 밭일, 청소 등 가리지 않고 일하지만 정작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모르는 노란 머리 미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퇴사도 쉽지 않았던 미래. 다른 듯 닮은, 쌍둥이 자매들은 지금 이 시대 청춘의 자화상을 그려내며 MZ세대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이들을 연기한 배우 박보영도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고, 위로 받았다.
![박보영이 '미지의 서울' 종영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BH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008fa83b9fdb03.jpg)
지난 29일 막내린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은 얼굴 빼고 모든 게 다른 쌍둥이 자매, 미지와 미래가 인생을 맞바꾸는 거짓말로 진짜 사랑과 인생을 찾아가는 로맨틱 성장 드라마다.
드라마 종영을 앞두고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박보영은 "TV로 방영되는 드라마에 출연한 건 오랜만이다. 매주 방송을 보면서 반응을 얻는 것도 오랜만이라 '이런 재미가 있었구나' 싶다. 다행히 드라마를 좋아해주고 반응이 좋아서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활짝 웃었다.
'미지의 서울' 시청률로 드라마의 인기를 체감할 수 있다. 첫화 3.6%로 출발한 드라마는 10화 7.7%까지,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박보영은 "시청률이 잘 오르니깐 너무 기쁘고 다행이다"면서 "드라마에 대해선 자신감이 너무 있었다. 이 좋은 드라마를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것만큼 좋은 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드라마 인기 주축엔 박보영이 있다. 박보영은 쌍둥이 자매인 유미지와 유미래, 1인 2역을 맡아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들었다. 유미래인 척하는 유미지와 유미지인 척하는 유미래까지 사실상 총 4명의 인물을 연기하는 셈이다. 혼동이 올 수도 있을 법한 상황들을, 박보영은 디테일한 캐릭터 분석과 자연스러운 연기로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유발했다.
20년 내공을 가진 박보영에게도 도전이자 숙제였던 연기였다. 박보영은 "전 계획형이 아니라, 일단 저지르고 후회가 됐다"고 고백했다.
"너무 하고 싶고 다른 사람에게 기회가 가면 어떡하나, 줄서야겠다 싶었어요. 일단 '너무 하고 싶어요'라고 한 다음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웠어요. '이런 1인 2역을 내가 무슨 자신감으로 했지' 괴로운시간도 보냈어요. 대본과 대사가 너무 좋아서 하겠다고 한 다음에서야 1인2역에 대한 부담감이 물밀듯이 왔죠. 촬영 전날까지도 도망가고 싶었어요."
![박보영이 '미지의 서울' 종영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BH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78b1f2781caac0.jpg)
쌍둥이 중 동생인 유미지는 육상 유망주로 이름을 날리던 짧은 전성기를 마감하고 시골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유분방한 삶을 살고 있다. 털털하고 씩씩하지만, 내면의 상처로 은둔형 외톨이로 지낸 과거사가 밝혀지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유미래는 학창 시절부터 쭉 엘리트의 길을 걸어와 현재 공기업에 재직 중인 완벽주의자다. 시니컬하고 차가워 보이지만, 내부 고발로 괴로워하는 직장 동료를 지나치지 못할 만큼 내면의 따스함을 지녔다.
드라마에서 미지는 쌍둥이 언니 유미래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자 인생을 대신 살아주겠다는 비밀 약속을 제안하고, 두 사람은 잠시 서로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
박보영이 1인 2역 연기를 얼마나 잘 소화하느냐가 드라마의 관건이었다. 비주얼부터 성격 표현까지, 박보영은 '디테일의 끝'을 보여줬다.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 중 사회 생활하고 밝은 모습을 미지에게 쓰고, 저 혼자 있을 때 텐션은 미래에게 쓰려고 했죠. 미래는 절제하고 표현을 안하는 친구라 그런 고민을 했어요. 초반에는 탈색한 미지와 회사에서 미래의 모습이 너무 다른 느낌이어서 덜 걱정이 됐는데, 서로 바꿨을 때는 외형도 따라하는 거라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했어요. 상황적으로 미래는 미지를 잘 따라하지 못하고, 미래는 그런 상황도 아니고 그럴 에너지도 없었어요. 세진이는 미지를 한 번도 본적이 없기 때문에 굳이 미래인 척 하지 않아도 되겠다 생각했죠.
나름대로 메이크업나 헤어스타일도 미세하고 차이를 뒀어요. 미지는 점막을 채우고, 미래는 눈꼬리만 그리는 거죠. 헤어스타일도 똑같이 머리를 묶어도 미래는 깔끔하게 넘기고, 미지는 항상 꼬리가 남겨요. 저희끼리만 아는 디테일이었는데, 눈치를 채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서울로 돌아온 미래가) 지문 인식할 때 눈치 챈 분들이 많더라고요."
![박보영이 '미지의 서울' 종영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BH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6af26f96cdd367.jpg)
자매가 삶을 바꿔치기 한다는 설정은 '판타지'에 가깝지만, 이들이 그리는 이야기는 '현실'과 닮아있었다. 꿈이 없는 청춘이 있는가 하면, 직장 내 괴롭힘과 상사 성추행 등의 소재는 공감을 이끌어냈다. 은둔형 외톨이 등 저마다 갖고 있는 상처들은 아팠다. 상황은 다르지만, 각자 현실의 벽에 부딪힌 청춘들의 고민과 선택이 몰입감 있게 그려지며 'MZ세대의 인생작'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많은 분들이 사회 초년생인 미래에 공감을 해주는 것 같아요. 조용히 넘어가려고 했던 마음들은 초년생이라 할 수 있었던 선택이었고 버티는 것도 그들이 견딜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직장생활을 해본 적이 없는데, 댓글을을 보면 그걸 경험한 사람들이 많았어요. 댓글 중에 '이직과 퇴사가 두려워 이걸 견디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마냥 버티는 것이 답이 아니더라'라는 조언도 기억에 남아요. 미지가 호수에게 '무얼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것도 공감을 많이 해줬어요. 저는 모녀의 관계성, 엄마와 싸우는 대사도 현실 같아서 좋았어요. 내가 울 때 무너지는 엄마의 마음도 이해가 갔고, 딸들은 더 공감을 해주는 것 같았어요. 우리 드라마에는 핸디캡을 가진 캐릭터들이 많은데, 그 중 누구 한 명은 자기를 투영해서 보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시청자로서 캐릭터들에 공감했다는 박보영. 미지와 미래 중 어느 캐릭터에 더 마음이 투영됐을까.
"제가 더 공감을 많이 했던 것은 미지였어요. 에너지도 밝고, 아픔이 있지만 스스로 극복했다고 최면을 걸어요. 사회생활을 열심히 할 때, 마음이 힘들지만 아닌 척 하는 제 모습이 보였어요. '이 일을 안 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건 뭘까' 하는 경험도 했었고요. 미지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미래는 아픈 손가락이에요. 제가 직장 생활을 안해봐서 이 친구가 하는 건 상상에 의존해서 할 수 밖에 없었어요. 미래를 이해하고 좀 더 잘 표현했었어야 하는건 아닌가. 싶어요. 미지와 차이를 두고 연기를 하다보니 제가 하면서도 '미래 너무 싸가지 없어 보이면 어쩌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러자 감독님이 '네가 미래를 그렇게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미래 얼마나 열심히 살려고 하는데'라고 하더라고요. 감독님이 미래를 참 사랑해줬어요. 미래는 표현을 이렇게 할 뿐이지 이런 친구가 아니라고. 그래서 제겐 미래가 조금 더 아픈 손가락인 것 같아요."
드라마에는 수많은 공감 대사들이 나온다. 미지의 대사 중 '지금 자리는 내 자리가 아니라서, 미래꺼라서 빨리 두손리로 가고 싶다'는 것이 있다. 누구나가 한 번쯤 의심해 봤을 법한 '자리'에 대한 이야기들에, 박보영도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다.
"자기 자리에 대한 생각을 안해본 사람들이 있을까 싶어요. 저도 이 일을 시작할 때 '집에 가라'고 혼나기도 했어요. '이게 내 일이 아닌가' '내 자리가 여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신인 때는 무수히 많이 했어요. 한참 연기를 하고 주연을 할 때도 '내 자리를 감당하기엔 부족한 건가' 하는 생각도 했어요. 결국 지나고 보면 호수 말대로 제가 있는 자리가 제 자리였던 것 같아요."
![박보영이 '미지의 서울' 종영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BH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ae520c8d856f7a.jpg)
인터뷰 말미에 박보영은 미지와 미래처럼, 힘든 시간 자신의 곁을 지켜줬던 팬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저에게도 미지와 미래 같은 존재가 있어요. 일을 하면서 '이 자리가 내 자리가 아닌가 보다' 생각했을 때 팬들이 응원을 해주고 마음을 표현줬어요. 당연히 가족들도 있지만 저희 일은 누군가가 봐줘야 다음 스텝을 갈 수 있고 의미가 있잖아요. '다음 스텝을 갈 수 있을까' 생각할 때 귀신같이 알고 그런 말을 보내줬어요. 너무 위로를 받았던 편지는 따로 보관해놓고 한 번씩 꺼내서 읽고 있습니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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