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2회보다 3회가 더, 3회보다 4회가 더 재미있다. 회가 갈수록 훨씬 더 재미있을 거다." 영화 '하이파이브' 인터뷰 당시 "'미지의 서울' 2회까지 봤는데 너무 재미있더라"라고 말하자 나온 박진영의 대답이다. 당시엔 너무 확신에 찬 눈빛과 표정, 목소리에 크게 웃었는데, 이유 있는 자신감이었다. 매회 캐릭터의 대사 한 마디, 손짓 하나에도 웃고 우는 걸 반복했고, 보고 싶지만 끝나는 것도 싫어서 어떻게든 아끼고 아끼며 봤던 드라마가 바로 '미지의 서울'이다. 그 중심에는 박보영과 완벽한 합을 완성하며 무게 중심을 꽉 잡아준 박진영이 있다. 연기 잘하는 건 기본이고, 이렇게 묵직한 힘이 있는 배우였나 새삼 감탄하게 됐다.
지난 29일 종영된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극본 이강, 연출 박신우 남건)은 얼굴 빼고 모든 게 다른 쌍둥이 자매가 인생을 맞바꾸는 거짓말로 진짜 사랑과 인생을 찾아가는 로맨틱 성장 드라마다. 박보영이 유미지, 유미래 역을 맡아 1인 2역을 넘어 1인 4역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 극찬을 얻었다.
![갓세븐 멤버이자 배우 박진영이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BH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2751a50594e837.jpg)
박진영은 미지, 미래의 고교 동창이자 변호사 이호수 역을 맡아 박보영과 설렘 가득한 로맨스를 형성했다. 호수는 훤칠한 외모에 흐트러지는 법이 없는 꼿꼿한 자세, 급한 일에도 절대 뛰는 법이 없는 여유로움까지, 겉보기엔 단점 하나 없는 고고한 백조처럼 보이지만, 10대 시절 목숨을 잃을 뻔한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청력을 반쯤 잃었고, '평범'을 위해 수면 아래 미친 듯이 물갈퀴 질 중인 인물이다.
그는 다시 만난 첫사랑 미지와 연애를 하고, 다니던 로펌을 나와 조금 더 넓게 세상을 바라보면서 한 단계 더 성장해나간다. 장애로 인해 좌절하기도 하지만, 엄마 분홍(김선영 분)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동시에 미지와 함께 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와 힘차게 앞으로 나아간다. 박진영은 상처를 드러내는 방법을 배우며 더욱 단단해진 나를 마주한 호수를 안정적이면서도 깊이 있게 그려내 수많은 시청자의 마음을 울렸다.
"누군가를 조용히 바라보고 기다려주는 호수의 다정한 시선이 저를 오래 붙잡았고 진심을 담아 연기하고 싶었다"라고 말한 박진영은 '미지의 서울'과 호수를 통해 자신 역시 성장하고 위로를 받았다고 전하며 특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다음은 박진영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종영 소감 부탁한다.
"현장에서부터 따뜻하고 위로가 된 이야기가 이렇게 큰 사랑을 받아서 종영할 수 있어서 시청자분들께 너무 감사드린다. 우리가 진심으로 느끼면서 촬영했던 것을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해서 빨리 보여드리고 싶었다. 너무 좋았다."
![갓세븐 멤버이자 배우 박진영이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BH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4b730ac5c8ad96.jpg)
-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거라 예상했나?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저는 글이 좋아서 선택하게 됐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느끼지만, 잘 될지 안 될지는 사랑해주시는 분들의 몫이다. 저는 잘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라 그런 생각을 못 했지만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요즘 젊은 친구들도 그렇고 많이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는 얘기를 저희끼리 많이 했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도 글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많은 분이 좋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 가장 공감이 된 포인트는 무엇인가?
"SNS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수도 그렇고 겉으로 보기엔 잘 산다. 대형 로펌에 너무 잘 살고 능력도 있고 돈도 많이 버는 것 같다. 그런데 본인만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려고 고군분투한다. 소셜미디어를 보면 남들은 잘사는 것 같은데 그 속내를 알 수 없고, 각자 아픔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걸 드라마에서 보여주면 '아, 그럴 수 있겠다', '나도 저런데'라고 공감하는 부분이 있겠다 싶었다. 저는 호수이다 보니 호수 입장에서 '이런 부분이 있겠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또 매 캐릭터가 사람을 통해 위로받고 이겨낸다. 혼자 극복할 수도 있지만, 내 옆 사람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을 글로 봤을 때 좋았다."
- 마지막 회 시청률은 전국 8.4%로 꽤 좋았다. 이런 성적을 얻은 것에 대한 소감도 궁금하다.
"이렇게 높은 시청률로 종영했다는 건 그만큼 사랑을 많이 받았다는 것이니까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 또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글도 있어서 좋았다. 내가 연기한 작품, 캐릭터를 누군가가 공감하고 '나도 저랬는데'라고 했을 때 너무 좋다."
- 호수는 굉장히 사려 깊고 차분한 성정의 소유자다. 요즘 보기 드문 청년인데 연기하면서 어땠나? 싱크로율이 어떤가?
"그래서 참 미안했다. 그 친구는 글만 봐도 너무 괜찮은 사람이다. 저랑 닮은 점이 있나 체크해보면 닮은 점이 많이 없더라. 반성하면서 작품을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이라도 비슷한 점이 있다면 인내한다는 거? 그 부분이 그래도 좀 비슷한 부분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갓세븐 멤버이자 배우 박진영이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BH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556c8a47c97ebb.jpg)
- 이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이 캐릭터의 큰 매력으로 다가왔던 것 중 하나는 이 친구가 청력이 좋지 않다는 핸디캡이 있다. 누구보다 약자의 말을 듣는다. 듣는다는 것이 육체적인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마음으로 듣는다는 것이더라. 이것이 작가님이 호수를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 아닌가 혼자 조심스럽게 생각했었다. 연기하면서도 내 대사만이 아니라 상대 대사를 들어야 한다. 내 얘기도 중요하지만 듣는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더라. 알고 있었지만, 이 캐릭터를 통해 더 들으려고 했다. 제가 호수를 연기하며 잡은 디테일한 설정이 있는데, 이 친구는 청력을 반 잃었다. 들을 수는 있지만, 남들보다 못 듣고 있는 부분이 있다. 그걸 10년 동안 행했을 때 버릇처럼 축적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이를 들키지 않으려 '나는 잘 듣고 있어요'라면서 더 잘 들으려 했을 것 같았다. 상대는 모르지만, 내가 알기 때문에 '나는 말을 잘해요'를 표현하고 싶었을 것 같다. 그래서 상대의 입 모양을 보려고 했다. 힘들 때 더 웃으려고 하는 것처럼 핸디캡을 감추려고 잘 듣고 잘 말하려고 노력한 부분이 있다. 호수의 말 템포가 느려진 것도 말을 더 잘하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 결혼식 장면에서도 그렇고 옆에 있는 사람의 입 모양을 보는 디테일이 돋보였는데 이런 부분이 대본에 없었다는 것인가?
"첫 등장 때 말고는 없었다. 첫 등장 때가 멀리 있는 사람의 얘기를 듣고 추리해서 "우리 재판 미뤄질 것 같다"라고 하는 장면인데, 저에겐 입 모양을 본다는 설정이 굉장히 컸다. 그래서 제가 잡고 싶었던 설정이라고 한다면, 공간에 따라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이 노력이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이어플러그를 한쪽만 끼고 마트나 광장처럼 넓은 곳을 가봤는데 생각보다 사람의 말이 잘 안 들린다. 그래서 예를 들어 결혼식장에서 얘기할 때 한 템포 늦게 입 모양을 바라본다거나 했다. 못 들었다는 건 표현하기 싫어서 "어, 왜?"라면서 입 모양을 본다는 식으로 표현해보려고 했다. 대본에 힌트가 있기는 했지만, 그 부분은 제가 욕심을 좀 더 냈다."
- 실제 갓세븐 활동 시절에 이명 증상이 있었던 거로 기억한다. 지금은 어떤가?
"지금은 괜찮아졌다. 그 당시엔 제가 공연장 경험이 많이 없다 보니 공연장에 가면 잘 들으려고 소리를 엄청 키우고 노래를 했다. 내 목소리를 잘 들으려고 한쪽 인이어를 빼는데, 버릇처럼 오른쪽만 계속 빼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왼쪽이 너무 아프더라. 지금은 그런 것이 없는데, 그 당시에는 녹음하다가 저도 놀랄 정도로 찌르는 듯한 아픔이 있었다."
- 캐스팅 과정도 궁금한데, 박진영 배우를 호수 역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들은 것이 있나?
"전역 전에 대본을 받고 휴가 나왔을 때 감독님과 미팅을 했다. 감사하게도 저를 캐스팅해주셨는데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제가 알기로는 감독님들은 이미지를 보고 캐스팅을 해주시는데, 감독님께서 그려내고 싶은 머릿속의 호수와 제가 비슷하다는 생각으로 캐스팅하신 것이 아닐까 싶다."
![갓세븐 멤버이자 배우 박진영이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BH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97cb779f138197.jpg)
![갓세븐 멤버이자 배우 박진영이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BH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69db129833eb64.jpg)
- 따로 물어보지는 않았나? 궁금하지 않나?
"여쭤보지 않았는데, 사실 그 이유를 듣고 싶지 않다.(웃음) 여쭤봤을 때 "진영아, 안 맞는 것 같다. 미안하다"라고 하실 수도 있지 않나.(웃음)"
- 그렇게 반듯하고 남들 배려 많이 하던 호수가 11회에서 엄마에게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이 화제가 많이 됐다. 그 장면에서 울었다고 하는 시청자도 정말 많았고, 연기할 때도 눈물 흘리고 감정을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땠나?
"그 장면은 비하인드가 많은데, 선영 선배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다른 촬영을 하면서 그 대본을 먼저 받아보는데, "진영아, 그 신 좋더라", "기대된다"라고 하면 굉장히 중요한 신인 거다. 그래서 부담을 많이 가졌나보다. 떨쳐내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촬영할 때 2~3 테이크는 정말 못 했다. 호수처럼 저도 모르게 현장에서 땅굴을 파고 있더라. 선영 선배님이 저에게 오셔서 "괜찮아. 너 나만 봐. 내가 다 줄 테니까 느끼기만 해. 괜찮아"라고 하고 가셨다. 진짜 분홍인 줄 알았다. 그때부터 가슴이 너무 아팠고, 오케이를 받았다. 그게 정말 감사했다. 내가 너무 큰 도움을 받으면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딱 호수의 상황 같았다. 제가 부담 때문에 제대로 못 했는데 선배님이 잘 이끌어주셔서 큰 도움을 받아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 정말 눈물 연기를 잘하고, 예쁘게 우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나올 수 있는 표정이 아닌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이 작품을 하면서 모니터를 거의 한 번도 안 했다. 원래도 모니터를 많이 하는 성향은 아닌데 이렇게 안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감독님 디렉션을 처음부터 믿었기 때문이다. '난 안 봐도 돼. 그냥 감독님 말만 듣고 가도 돼'라는 믿음이 컸다. 또 가끔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감독님이 카메라 옆에 계신다. 컷하면 대화하고 하다 보니 모니터할 시간도 없었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나왔는지 몰랐다. 여담으로, 엄마와 제가 본가에서 대화하는 신이 있다. 엄마가 퇴원하고 장판 깔아주면서 이제 엄마만 신경 쓰시라고 하는 신이다. 그때부터 선배님이 저를 보면 웃으신다. 마지못해 웃는 엄마의 얼굴이다. 이 신에서도 엄마가 저를 계속 보시면서 대사를 한다. 내가 눈을 피했다가 다시 봐도 저를 보고 계신다. 내가 괜찮은지, 내가 잘 듣고 있는지 살피고 또박또박 말씀하신다. 그걸 보면서 너무 슬펐던 것 같다.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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