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분량보다는 작품의 의미를 먼저 생각해서 '전독시'를 선택했다는 이민호는 예전보다 훨씬 깊어진 안목과 편안함이 동반된 여유로 인터뷰를 유연하게 이끌었다. 30대가 되어 배우로서, 또 인간으로서도 많이 성장했다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전독시'에서 안효섭과 만들어낸 시너지가 전 세계적으로 어떤 영향력을 끼칠지도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23일 개봉되는 '전지적 독자 시점'(감독 김병우)은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어 버리고,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안효섭 분)가 소설의 주인공 유중혁(이민호 분)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판타지 액션 영화로, 글로벌 메가 히트를 기록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안효섭과 이민호, 채수빈, 신승호, 나나, 지수, 최영준, 박호산, 정성일 등이 출연했다.
![배우 이민호가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MYM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2d4e8f53063177.jpg)
이민호가 맡은 유중혁은 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의 주인공이다. 죽어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회귀 스킬을 통해 모든 시나리오를 클리어할 수 있을 만큼 압도적인 실력과 강인함을 가지고 있다. 동호대교 위에서 그간 보지 못했던 김독자를 만난 그는 자신이 알던 전개와 다른 상황을 만들어 내는 독자에게 살아서 충무로역까지 오라며 그를 시험에 들게 만든다.
이민호는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등장할 때마다 압도적인 피지컬과 강렬한 액션으로 막강한 존재감을 뽐낸다. 여기에 냉정한 판단력과 고독한 신념을 드러내며 마지막까지 깊은 여운을 남긴다. 다음은 이민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어렸을 때부터 봐온 안효섭 배우와 주연으로 호흡했다. 어땠나? 선배로서 조언을 해주기도 했나?
"제가 어려서 봤던 효섭이 눈빛과 그대로라 선배로서는 굉장히 안심했다. '10년째 그대로구나' 싶었고, 독자 그 자체로 보였다. 제가 조언할 것은 없었다. 인생 선배로서 도움 요청이 오면 "충분히 느끼고 안고 가야 하는 지점이다"라는 정도의 얘기를 해줬다."
- 안효섭 배우가 "이민호 형은 나의 연예인"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하하. 방금처럼 웃었다. 효섭이가 말수가 많지도 않고 진정성 있게 얘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저처럼 되고 싶다고 했을 때 '10년이 넘게 잘 지내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 혹시 본인도 닮고 싶은 배우가 있나?
"닮고 싶은 건 아니지만, 저는 이정재 선배에게 영감을 받는다. 치열한 그분의 삶이 저에게 영감을 준다. 기준이나 만족 없이, 눈에 보이고 해야 하는 걸 절대 놓지 않고 부딪히는 모습이 치열한 것 같다."
- '파친코'도 그렇고 이번 '전독시'도 그렇고, 분량에 개의치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분량, 주인공 이런 점을 내려놓고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되나?
"앞으로도 제 인생에서 뭔가를 내려놓는 건 없을 것 같다. 절대 내려놓거나 해서 결정을 하는 건 아니다. 할리우드 영화 같은 경우 좋은 작품에 여러 배우가 나올 때 저 배우가 왜 저런 선택을 했나 하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그 모습 그대로를 기억하고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 제가 작품을 보면서 그렇게 느꼈다. 20대 때부터 그런 제한을 두지 않았는데, 제안이 아예 없었던 것뿐이다. 그리고 이제 30살이 넘고 나니 그런 작품 매칭이 오는 거다. 그 안에서 좋은 것이 있고 의미가 있으면 하는 거다."
- 그럼 20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서운함이 있기도 했나?
"그런 것은 없었다. 20대 때는 뭔가를 계속 끌고 가야 하고 주축이 되어 에너지를 뿜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커서 당연하게 느꼈던 것 같다."

- 감독님이 "절박하다"라는 말을 했는데, 함께 작업한 배우로서 어떻게 받아들이나?
"감독님이 현장에서 절박하다고 했던 적은 없다. 제가 느끼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감독님이셨다. 덧붙이거나 빼는 거 없이 명확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 입에서 처음 절박하다는 말이 나와서 저도 재미있었다."
- 작품에 임할 때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편인가? 감독님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감독님과 처음 만났을 때 독자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유중혁이라는 인물은 독자에게 이입이 되어야 명확하게 보이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감독님은 유중혁이나 분량에 대해 얘기를 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당황하셨다. 저는 유중혁은 한 신만 나와도 된다고 하면서 독자 얘기를 굉장히 많이 했다."
- 김병우 감독님은 어떤 스타일인가?
"MZ 감독님이다. 준비한 것에 충실하고 깔끔하다. 현장에서 안 뛰어다니실 줄 알았는데 늘 뛰어다녔다. 초반부터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좀 시니컬한 부분이 있다. 대화에서 생략되는 지점이 많다. 굳이 말로 해야 하나라고 하는 걸 굳이 진짜 말로 하지 않는 사람들끼리 대화를 많이 했다."
- 공동제작에도 참여했다. 이 작품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한국의 좋은 IP가 글로벌로 진출하는 것에 대해 당연히 지지하는 입장이다. 요즘은 콘텐츠, 음악은 말할 것도 없고 게임, 푸드, 뷰티 등 여러 분야에서 진출하고 있다. 저도 도약하거나 많은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는 작업은 당연히 사명감을 가지고 참여를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배우 이민호가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MYM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297edb54886c98.jpg)
- 앞으로도 제작에 참여할 계획인 건가?
"콘텐츠 제작에는 많이 참여하고 싶다. 앞으로 점점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것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라 생각해서 여건이 되고 기회가 된다면 콘텐츠 관련된 일은 놓지 않고 싶다. 요즘 영화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안 좋은 상황으로 가고 있다. 전체 자본 크기는 줄어들고 순환되는 돈은 적어지고 있는데, 좋은 콘텐츠가 발전할 수 있으려면 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좋은 콘텐츠는 무언가, 어떤 감정이든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면 더 적극적으로 임할 생각이다."
- 혹시 시나리오 작업이나 연출 의향도 있나?
"글을 끄적일 때가 있는데 이건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반면 연출을 하면 잘하겠다는 말씀을 해주신 분들도 있는데 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글 쓰는 거 빼곤 다 열려 있다."
- '연출 잘하겠다'라는 얘기는 어떤 의미에서인가?
"대본을 보면 캐릭터보다는 전체 얘기를 한다. 시작 자체가 제작자, 감독님, 배우들과 얘기를 하다 보니까 가끔 그런 얘기를 해주셨다. '큰 맥락이 있고 이래야 한다'는 식의 화법을 가진 것 같다."
- '전독시'가 이번 여름 영화의 첫 주자인데, 장점을 어필해준다면?
"여름에 어울릴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더운 날씨에 에어컨 쐬면서 볼 수 있는 영화다. 두 시간 같이 여행 떠나고 모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영화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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