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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치유에서 경험하는 치유로 - 이중자화상이 남긴 변화


[조이뉴스24 유지혜 기자] 미디어아트테라피랩이 운영한 '이중자화상 Double Self-Portrait' 전시는 마지막까지 뜨거운 관심 속에서 마무리 됐다.

전시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지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두 개의 자아’라는 심리적 구조를 미디어아트를 통해 해부하고 재구성함으로써, 예술이 치유의 기제로 작동할 수 있는 지점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본 프로젝트는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통합치유학과의 이현정 교수가 사업총괄로 기획을 총괄하며 진행됐고 문화체육관광부 주최·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관 예술치유 사업의 확장선 위에서 완성됐다.

전시에는 다양한 참여자의 자아 서사가 연결되었다. 미술치료사, 중·고등학생, 외국인 유학생, 이주 경험 청년, 지역 간호사 등 서로 다른 배경과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작업이 한 공간에 나란히 배치되면서, 개인적·사회적 맥락 속에서 경험되는 치유의 흔적이 미디어아트라는 언어로 번역되었다. 정체성의 층위가 복잡하게 교차하는 사람들의 경험은 작품으로 실체화되었고, 관람자들은 그 다층적인 자아를 직면하게 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겪게 되었다.

전시는 기술 기반의 조형 실험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아크릴 3중 레이어 구조, 반전 커팅과 다층 콜라주, AI 이미지 변환 기법, LED 백라이트와 조도 반응형 장치 등이 활용되었으며, 특히 관람자가 리모컨으로 빛의 색과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시스템은 전시의 핵심 메시지를 체감하도록 설계되었다. 작품의 모습이 관람자의 조작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것은 단순한 시각적 변화가 아니라, “정체성은 고정된 단일한 실체가 아니라 관계·상황·시선에 따라 변주되는 구조”라는 전시의 주제를 경험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였다.

전시 동선 또한 치밀하게 설계되었다. 정면에서 본 이미지가 측면에서 전혀 다른 형상으로 바뀌고, 사선이나 그림자의 방향에 따라 감춰진 이미지가 드러나는 방식으로 관람자의 시선이 이동할 때마다 작품이 다른 얼굴을 나타내도록 구성되었다. 이를 통해 자아를 고정된 이미지로 이해하는 기존 관념에서 벗어나도록 유도했고, 시선의 각도가 달라지는 것만으로도 자아의 해석과 감정의 층위가 달라진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전시를 공동 기획한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통합치유학과 서자현 교수는 이러한 설계에 대해 “정체성을 변화 가능한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통합치유학과 서자현 교수 [사진=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전시장 내부에 마련된 ‘Audience Atelier’는 관객 참여를 유도하는 중요한 공간이었다. 관람객들은 엽서형 액자에 드로잉·문장·색·기호를 남기며 전시에 함께 전시될 자신의 ‘자화상 단편’을 완성했다. 스스로 만들어낸 작은 결과물이 기존 작품들 사이에 배치되는 경험은, 치유라는 행위가 감상자의 외부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가 되어보는 순간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전시는 참여가 누적될수록 확장되는 구조였고, 관람이 아닌 ‘경험’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현정 교수는 이번 전시에 담긴 의도를 “미술치료 현장에서 마주하는 전문적 자아와 사적 자아의 간극을 미디어아트 언어로 풀어내려는 시도였다”고 설명하며, “참여자와 관람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자아의 층위를 다시 경험하는 과정 자체가 치유의 원리”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예술치료의 단순한 ‘기법 적용’이 아니라, 예술 그 자체가 치유의 매커니즘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 실험이기도 했다.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통합치유학과 이현정 교수 [사진=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전시는 막을 내렸지만 미디어아트테라피랩의 움직임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연구팀은 디지털 기술 기반 예술치유 프로그램, 경험디자인 기반 치료 모델, 지역 커뮤니티 참여형 치유 프로젝트 등 후속 연구와 실험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의 성과를 실질적인 치유 실천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또 이번 전시는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통합치유학과가 지향하는 융합적 치유 교육 철학을 사회에 직접 보여준 기회로도 기록됐다. 예술·심리·기술·인지과학을 통합한 미래형 치유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는 학과 교육이 현장에서 실천적 형태로 구현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교육과 연구가 분리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증명한 전시였으며, 치유의 언어를 예술로 확장하는 가능성이 사회에 다시 한 번 증명된 순간이었다.

/평택=유지혜 기자(yoojihy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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