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유지혜 기자] 미디어아트테라피랩이 주관한 '1st 미디어아트테라피 컨퍼런스'가 세종문화회관 북서울아트센터에서 마무리됐다.
이번 행사는 예술치유, 심리치료, 그리고 AI·인터랙티브 미디어 기술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 치유가 작동하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해 보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전통적인 예술치료의 영역에 기술과 감각 디자인을 대입하려는 국내 사례가 아직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컨퍼런스는 “예술·심리·기술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직접 체험하고 논의할 수 있는 자리였다.
컨퍼런스를 총괄한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통합치유학과 이현정 교수는 예술치유의 확장 가능성을 “트렌드”가 아닌 “치료 방식의 진화”로 바라보았다. 그는 예술·심리·기술의 융합을 통해 내담자의 감정과 정체성 탐색을 디지털 환경 속에서 확장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임상 현장의 예술치료사와 예술가가 직접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경험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의 의미를 짚었다.
컨퍼런스는 단순한 발표와 청취가 아니라, 참여자 스스로가 치유 프로그램 속으로 들어가 보는 흐름으로 구성됐다. 발표된 프로그램은 대상자 특성에 따라 매체가 변주되는 과정, AI·디지털 이미지·인터랙션 기술을 활용한 예술치유 프로토타입, 참여형 워크숍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여기서 치유는 설명을 듣는 것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경험하는 것”으로 제시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은 프로그램은 '두 개의 숨'이었다. 현대인의 과부하된 감정과 소진을 겨냥해 설계된 단회기 예술치유 세션으로, 이 교수의 지속적인 연구 주제인 자화상 기반 치료를 미디어아트로 확장한 최신 버전이다. 작품 속 이미지의 중첩, 빛의 반응, 투명도와 그림자의 변화 등이 두 개의 자아를 마주하게 하는 장치로 작동하며, 참여자들은 정서적 긴장과 방어가 서서히 풀리고 자기 인식이 선명해지는 심리적 흐름을 체험했다.
행사에 참여한 미술치료사 김경지 박사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치료사가 매체 실험을 계속해 왔다는 시간의 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며, 단순히 좋은 강의를 들은 경험이 아니라 “높은 몰입 속에서 치유의 흐름을 경험한 자리”였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번 컨퍼런스는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예술치료사가 매체 연구를 공개적으로 공유하는 정례 행사로 발전할 예정이다.
또 올해 발표된 미디어아트 치료 프로토타입은 학교, 복지관, 병원 등 다양한 기관과의 협력 모델로 확장될 계획이다. 내년에는 AI 감정 분석, 인터랙션 코딩을 이용한 감정 반응형 콘텐츠, VR·AR 기반 몰입형 정서 프로그램 등 한층 진화된 형태의 예술치유 콘텐츠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 교수는 이번 행사의 본질을 기술적 실험에 두지 않았다. 그는 “기술을 활용했다는 사실보다, 예술치유의 핵심 가치인 회복·관계·정체성 탐색을 시대의 감수성에 맞게 재구성하고자 한 시도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술이 치유를 담는 도구가 아닌, 치유의 기제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이번 컨퍼런스를 관통했다.
행사가 마무리된 지금도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미디어아트테라피랩은 2026년 1월 서울문화단 서울예술인지원센터에서 후속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치유의 영역을 기술과 예술로 확장하려는 흐름이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하나의 체계로 자리잡을지, 업계의 관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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