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얼마 전 첫눈까지 내리며 본격적인 추위가 다가오고 있다. 따뜻한 날씨 속에서 3R(러닝, 라이딩, 라운딩)을 즐기던 운동 마니아와 다이어터들도 이제 옷깃을 여미며 시즌 오프를 아쉬워하고 있다.
소설가인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은 "What good is the warmth of summer, without the cold of winter to give it sweetness.(겨울의 추위가 없다면 여름의 따스함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 달콤함을 어떻게 알겠는가)"라고 했다. 추위가 있어야 따뜻함이 소중하듯, 힘든 시기가 있어야 성공이 빛난다는 의미를 지닌다. 즉, 매서운 겨울바람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입는 옷의 따스함을 가장 달콤하게 느끼게 해주는 계절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신호인 것이다.
![윌슨 화보 [사진=윌슨 ]](https://image.inews24.com/v1/360ae849e635bf.jpg)
추워진 날씨와 함께 옷은 무거워지고 옷장은 가득 차지만, 또 찾아올 따뜻한 날씨의 소중함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혹한의 겨울을 온전히 견뎌내는 시간 또한 필요하다. 겹겹이 두꺼워지는 옷차림만큼이나, 잡지와 SNS에도 생소한 용어들이 하나씩 늘어나고 있다. 영어 표현이든 패션 용어든 부지런히 익혀 두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패션 리더가 되는 길이다.
올겨울 패션 신조어로는 '코어(core)'와 '리즈(rizz)'를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core'는 이미 고프코어(Gorpcore)라는 말로 익숙하다. 'Good Ol' Raisins and Peanuts'의 머리글자를 딴 고프코어는 원래 등산 때 먹는 견과류 간식 이름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기능성 아웃도어 웨어를 일상복처럼 입는 스타일을 가리킨다. 고프코어 열풍으로 등산복의 평상복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고, 고어텍스(Gore-Tex), 바람막이(windbreaker), 카고팬츠(cargos) 등이 일상복으로 자리 잡으면서 관련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매출도 크게 성장했다.
![윌슨 화보 [사진=윌슨 ]](https://image.inews24.com/v1/deb0f800ccba6c.jpg)
발레코어(Balletcore)는 마치 발레리나가 무대 밖 일상으로 걸어나온 듯한 느낌의 스타일로, 발레 플랫슈즈(ballet flats), 튤 스커트(tulle skirt), 볼레로 가디건(bolero cardigan), 레오타드(leotard), 레그 워머(leg warmers) 같은 발레 아이템들을 데일리룩으로 유행시킨 패션 장르다.
코티지코어(Cottagecore)는 시골 코티지에서 휴가를 보내는 듯한 감성을 담은 스타일로, 꽃무늬 원피스(floral dress), 린넨 블라우스(linen blouse), 니트 가디건(knit cardigan) 등 내추럴하고 로맨틱한 아이템이 특징인 룩이다.
이와는 상대적으로 모든 스타일을 관통하는 요즘 키워드는 '리즈(Rizz)'이다. 옥스퍼드 사전이 2023년 당시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기도 했던 이 단어는 '카리스마(Charisma)'의 중간 부분을 따서 만든 신조어다. 단순히 외모가 잘생기고 예쁜 것을 넘어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 '스타일의 자신감', '저항할 수 없는 분위기'를 뜻한다.
![윌슨 화보 [사진=윌슨 ]](https://image.inews24.com/v1/6ddc8a9c5c81d6.jpg)
"Your outfit has rizz. (너 옷차림 매력 쩐다.)", "You know how to rizz up a simple coat. (너는 평범한 코트 하나로도 어떻게 매력을 발산해야 하는지 안다.)"와 같이 명사, 동사 모두 사용가능 하다. 과거에는 '패완얼(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 했지만 요즘은 외모보다 풍겨 나오는 분위기와 자신감이 스타일을 완성한다. 즉 옷이 사람을 입는 게 아니라, 사람이 옷을 압도하는 힘으로 비싼 옷에 끌려다지지 않고 주체적으로 스타일링하는 자신감이 이번 겨울의 핵심 트랜드이다. 패션계에서 'Core'가 '장르(무슨 룩)'를 뜻한다면, 'Rizz'는 그 장르를 완성시키는 '개인의 매력(태도/자신감)'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rizz와는 상대적인 의미를 지닌 dupe(듀프) 또한 흔하게 접하는 단어이다. duplicate(복제하다)의 줄임말로 독창성이 없어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지만, 고가의 명품이나 하이엔트 브랜드 제품과 매우 흡사하여 저렴한 대체품을 뜻하는 긍정적인 의미로도 사용된다. 이는 경기 침체와 맞물려 'dupe'문화가 현명한 소비처럼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무슨 무슨 코어(-core)'를 무작정 따라 하기보다, 내가 입었을 때 가장 나답고 자신감이 생기는 옷을 선택 할 때 나만의 '리즈'가 완성된다.
물론 현명한 소비를 위해 '듀프(Dupe)'를 찾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유행을 쫓기 위해 매번 옷을 사고 쉽게 버리는 소비 패턴에 우리가 너무 익숙해진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진정한 스타일의 가치는 남을 ‘얼마나 똑같이 흉내 냈는가’가 아니라, 내 옷장에서 ‘얼마나 가치 있게 오래 머무는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결국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는 가장 좋은 외투는 수탉 로고가 들어간 고가의 패딩이 아니라, 스스로를 아끼고 가꾸는 마음의 온도일지도 모른다. 스타인벡의 말처럼 겨울의 추위가 있어야 따뜻함의 가치를 알 수 있듯, 진짜 나다운 스타일을 찾는 과정 또한 시행착오라는 추위를 거쳐야 비로소 완성되므로, 이번 겨울에는 트렌드에 휩쓸리기보다 나만의 '리즈'를 발견하는 시간으로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윌슨 화보 [사진=윌슨 ]](https://image.inews24.com/v1/1d33d3860ea3e4.jpg)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와 스톡홀름 경제대학교(SSE) MBA 출신으로 (주)일미푸드의 대표이사와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