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프로보노' 성여진이 절제된 연기 속 묵직한 존재감을 각인시키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tvN 토일드라마 '프로보노'는 출세에 목맨 속물 판사가 본의 아니게 공익변호사가 되어 초대형 로펌 구석방, 매출 제로 공익팀에 갇히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휴먼 법정물 드라마다. 성여진은 구지원 판사 역을 맡아 단단한 카리스마로 극의 무게 중심을 단단히 붙들며 활약했다.
![배우 성여진이 tvN 드라마 '프로보노'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https://image.inews24.com/v1/dffbdcc91e76a6.jpg)
지난 20, 21일 방송된 5, 6회에서는 국제 결혼 여성 카야(정회린 분)의 이혼 소송을 맡은 프로보노 팀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남편의 의처증과 폭력, 반복된 외도 의심으로 이혼을 결심한 카야는 사실 시아버지의 성폭행으로 깊은 트라우마를 안고 있던 인물이었다. 해당 사실이 드러나며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으나, 시아버지가 과거 카야의 출산 전력을 문제 삼아 혼인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재판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어 카야가 어린 시절 고향에서 납치·감금·성폭행을 당한 뒤 원치 않는 출산을 겪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큰 충격을 안겼다. 강다윗(정경호 분)을 비롯한 프로보노 팀은 카야가 과거의 상처를 결혼 전 고지할 수 없었던 사정을 헤아려 달라고 법정에서 호소했다.
법과 원칙, 부부 간의 신의를 중시해온 구지원 판사는 원칙주의적 성향으로 인해 프로보노 팀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그는 범죄 피해자인 원고에게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고지할 의무를 지우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이혼을 인정하고 체류 자격 유지가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려 깊은 울림을 전했다.
특히 원고의 승소를 선고하는 마지막 순간, 시종일관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구지원 판사가 처음으로 미소를 보이는 장면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법의 이름으로 누군가의 삶을 지켜냈다는 확신의 순간, 그 미소는 구지원 판사가 오랜 시간 법정에 서 온 이유이자 그가 품고 있던 따뜻한 심성과 판사로서의 신념을 응축해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이 과정에서 성여진은 구지원 판사를 과장 없이,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게 그려내며 극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불필요한 제스처를 최소화한 채 시선의 방향과 눈빛의 깊이만으로 법정의 긴장감을 형성하며, 판결을 내리는 자의 무게를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특히 정확한 딕션, 나긋하지만 단단한 어투, 절제된 제스처로 법정의 공기를 장악하며 판사 캐릭터에 최적화된 연기를 보여줬다.
감정적 호소가 오가는 장면에서도 흔들림 없는 자세와 호흡으로 인물의 중심을 단단히 지켜낸 성여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시선을 끌어당기는 차분한 카리스마는 그의 깊은 연기 내공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시청자들의 신뢰를 이끌어냈다.
감정이 과열될 수 있는 서사 속에서 법정의 중심을 지키며 이야기의 설득력을 끌어올린 성여진은 묵직하지만 과하지 않고 단단하지만 날카롭지 않은 연기로 작품 전체의 완성도를 높였다. 구지원 판사를 통해 다시 한번 존재감을 입증한 그가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시청자와 만날지 기대가 모인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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