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유지혜 기자] 색을 미학의 영역에서 윤리의 문제로 확장해 온 전설(Jeon Sur) 박사가 오는 24일부터 28일까지, 홍익대학교에서 디자인공예 색채전공 박사학위 청구전을 연다. 전시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개인전이 아니다. 박사학위 논문을 겸한 연구·작품 발표전으로, 색채 예술을 존재론과 윤리의 차원으로 확장한 실험적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학위전 제목은 혼색의 존재론 – 팔레트와 캔버스 혼색의 물성과 윤리(The Ontology of Color Mixing: Physical and Ethical Differences Between Palette and Canvas Mixing — Color as Human Ethics)'
전 박사는 서울대학교 법대 박사과정 수료, 영국 에식스대학교 언어학,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 박사 등 법·언어·교육을 가로지르는 학문적 배경을 토대로, 색을 단순한 시각 요소가 아닌 존재와 관계, 책임의 문제로 사유해 왔다.
이번 전시는 2024년부터 2025년 제작된 ‘색의 윤리(Color as Human Ethics)’ 시리즈 20점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작가는 팔레트 혼색과 캔버스 혼색이라는 두 방식이 만들어내는 색의 물성 차이가, 곧 존재론적·윤리적 의미의 차이로 이어진다는 점을 작품으로 증명한다. 같은 철학적 주제라도 어디에서, 어떻게 색이 섞였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윤리적 풍경이 펼쳐진다는 것이 핵심이다.
전설의 작업은 메를로-퐁티의 현상학, 데리다의 해체철학, 레비나스의 타자 윤리를 사유의 중심축으로 삼는다. 그는 “색은 지각의 장에서 서로에게 반응하고, 마침내 타자를 인정하고 책임지는 윤리로 작동한다”며 “색은 곧 인간의 윤리”라고 말한다. 그에게 혼색은 기술이 아니라 세계와 관계 맺는 존재의 태도다.
이번 박사청구전은 최근 그가 마이애미 아트페어 초대작가로 참여해 화제를 모은 퍼포먼스와도 맞닿아 있다. 당시 전설 박사는 사자보이즈와 부채춤, 즉흥 회화를 결합한 행위예술로 현지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색은 결과물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사건’이라는 그의 철학을 국제 무대에서 각인시킨 장면이다.
특히 전시 기간 매일 오후 5시, 관람객들은 전설 박사가 마이애미에서 선보였던 것과 동일한 즉흥 퍼포먼스를 전시장 현장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 회화와 신체, 리듬이 결합된 이 퍼포먼스는 박사학위전이라는 학술적 맥락 속에서 예술이 실천하는 윤리를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 될 전망이다.
전 박사는 이미 프랑스 루브르 비평가상을 수상하며 국제 미술계의 공식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색채를 철학과 윤리의 언어로 확장한 그의 작업 세계는 지역적 성취를 넘어 글로벌 미술 담론 속 유효한 질문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중에게 그는 ‘아트테이너’로도 익숙하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입담과 요리, 무대 퍼포먼스로 주목받았지만, 이번 박사청구전은 그러한 행보의 연장이 아니다. 그 모든 활동의 사유적 근간과 철학적 출발점을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자리다.
비평가들은 “전설은 이론과 실천, 회화와 퍼포먼스, 동양적 신체성과 서구 철학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동시대 미술이 나아갈 새로운 윤리적 방향을 제시한다”고 평가한다.
색으로 윤리를 말하고, 윤리를 행위로 증명해 온 작가 전설.
홍대에서 열리는 이번 박사청구전 '혼색의 존재론'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글로벌 아티스트의 사유와 실천이 어디에서 출발하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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