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연기력 하나로 시리즈는 물론 영화까지 평정했다. 20대 배우 중 이런 눈빛을 가진 배우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깊이가 다른 눈빛과 출중한 캐릭터 소화력, 다양한 감정 표현력 등을 자랑하는 박지훈이다. 그런 그가 이번엔 단종으로 돌아왔다. 단종이라는 이름과 박지훈의 눈빛, 표정만 떠올려도 울컥하는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 '약한영웅'의 연시은 못지않게 박지훈 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생 캐릭터가 될 '왕과 사는 남자' 단종 이홍위다.
극찬 속 바쁘게 무대인사와 홍보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박지훈은 예전보다 훨씬 여유 가득한 얼굴로 기자들을 반겼다.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는 순간에도, 상대의 눈을 마주 보고 편안하게 말을 이어간다. 특히 박지훈은 '약한영웅2' 당시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볼펜을 손에 꼭 쥐고 기자들의 질문을 잊지 않으려 계속 노트를 했다. 이 역시도 '배우로서 작품에 임하는 태도가 더 깊어졌구나'를 느낄 수 있는 대목. 하지만 성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빈말은 할 줄 모르고, 자기 칭찬은 더더욱 하지 못하는 '묵직한' 배우. '이래서 이 배우를 모두가 좋아하는구나'를 다시 한번 제대로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2월 4일 개봉되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를 그린다. 한국 영화 최초로 단종의 숨겨진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배우 박지훈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https://image.inews24.com/v1/e87db29a13758e.jpg)
탁월한 스토리텔러 장항준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대한민국 영화 누적 관객수 1위 배우인 유해진과 대세 배우 박지훈이 각각 광천골 촌장 엄흥도와 단종 이홍위 역을 맡았다. 여기에 유지태, 전미도, 이준혁, 박지환, 안재홍 등이 함께해 완벽한 앙상블을 선사한다.
박지훈이 연기한 이홍위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세자가 되고 왕의 자리에 올랐으나, 숙부 수양대군에 의해 왕위에서 쫓겨나 강원도 영월 광천골로 유배된 인물. 충신들은 역모죄로 죽임을 당하고, 죄책감과 무력감 속에 살아 있어도 산 것이 아니었던 이홍위는 촌장 엄흥도,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점차 삶의 의지를 되찾는다. 그리고 더는 아끼는 사람들을 잃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약한영웅 Class' 시리즈의 연시은으로 놀라운 존재감과 연기력으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던 박지훈은 '왕과 사는 남자'의 단종을 통해 대체불가의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며 다시 한번 성장을 이뤄냈다. 15kg 체중 감량은 물론이고 장항준 감독과 수없이 많은 리딩을 진행했다는 박지훈은 단종의 비극적인 서사를 온 몸으로 표현해내 극찬을 얻고 있다.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눈빛 연기를 비롯해 왕의 정통성과 기품까지, 탄탄한 연기력으로 새로운 단종을 완성해 더욱 단단해진 배우 저력을 과시했다. 다음은 박지훈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장항준 감독과 일대일 리딩을 했다고 했는데,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부담스럽지 않았다. 리딩이 필요했고, 비운의 왕 단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다. 리딩을 하면서 어떻게 단종을 그릴지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다. 톤부터 어느 시점부터 홍위가 변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서 리딩을 했다. 감독님과는 의견 충돌 한번 없었다. 저는 나서서 말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이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렇게 생각하지도 못했다. 워낙 열려있는 감독님이라 조심스럽게 말씀드렸어도 "배우가 하는 것이 맞지"라며 다 받아주시는 분이기도 하다."
![배우 박지훈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https://image.inews24.com/v1/bec5d622e1a435.jpg)
- 언급한 것처럼 장항준 감독이 열린 마음으로 배우 의견을 수용해주기 때문에 유해진, 전미도 배우는 촬영하면서 의견을 내서 캐릭터를 더 풍부하게 만들기도 했다. 박지훈 배우 역시 그런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감독님이 크게 디렉션을 주지 않으신다. 컷하면 바로 오케이가 나서 크게 바뀐 건 없다. 첫 촬영 때 유지태 선배님을 마주하는 장면이었다. 리허설하고 나서 감독님께 슬쩍 "진짜 못 보겠다. 너무 무섭다"라고 말씀드리니 "너 편한대로 해"라고 하시더라. 이때 감독님이 고집이 있는 분이 아니라고 느낀 순간부터 의지하면서 너무 편하게 연기했던 것 같다."
- 유지태 배우가 무서웠다고 했는데 지금은 좀 친해졌나? 함께 호흡을 해 본 소감이 어떤가?
"선배님과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사소하게 "잘 주무셨어요?"라는 얘기를 하면서 차곡차곡 쌓아갔다. 선배님을 초반에 마주했을 때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있었다. 풍채, 기골이 장대한 것을 보고 무섭다는 생각을 했고, 단종이 변화하는 시점부터 한명회에게 "네가 감히 왕족을 능멸하는가?"라고 소리칠 때도 무서웠다. 그걸 감추고 호흡해야 했다. 선배님이 주신 에너지가 무서울 정도로 너무 강렬했다."
- 국궁도 배웠고, 선생님에게 엄청난 칭찬을 받기도 했다. 활을 쏘는 장면이 엄청나게 중요한 지점이기는 하지만 워낙 자세가 훌륭하다 보니 더 보고 싶다는 마음도 생기더라. 그 정도로 좋았는데 배우가 봤을 때는 어땠나?
"저는 오히려 많았으면 힘이 없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적당한 부분에서 활을 쏜다. 그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저는 배운 대로 했는데, 그게 잘 묻어났을지는 선생님께 다시 한번 여쭤보고 싶다. 개봉하면 선생님께 찾아가서 고증을 지키며 했는지 여쭤보고 싶은 개인적인 바람은 있다."
- 엄흥도에게 자신의 마지막을 부탁하는 후반 감정신은 모두의 눈물 버튼이 됐는데, 그때 눈물의 농도를 얼마만큼 줘야 할지 생각한 바가 있나? 어떤 마음으로 준비했나?
"이 작품을 하면서 장면을 연습한 것은 딱히 없다. 현장에서 대본을 숙지하고 연구해온 것들이다. 눈물의 농도는 감독님이 배우를 믿어준 것 같다. 특별히 디렉션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서로가 느끼게 해주셨다. 마지막 장면에서도 그렇고 현장은 고요했다. 소중하고 중요한 신이라는 것을 다들 아신다. 밤이었는데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다. 오랜만에 아버지 얼굴을 보는 듯했다. 리허설 하는데도 눈물을 계속 흘렸던 기억이 남아있다."

![배우 박지훈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https://image.inews24.com/v1/31f11228c83435.jpg)
- "그대는 아닌가?"라는 대사를 할 때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듣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에 저도 포함이 되어있냐"는 말을 하신다. "아버지는 아닙니까"라는 말과 비슷한 감정이었다. 아련함, 그리움으로 대사를 했다."
- 이홍위는 전반과 후반 변화를 이끄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 변화의 디테일은 어떻게 잡아갔나?
"제가 생각한 건 목소리 디테일이었다. 무기력하고 나약한 홍위일 때는 슬픔을 호흡에 섞어서 앳돼 보이고 무기력해 보이는 인물로 보여주고 싶었다. 마을 사람들과 친해지고 나서는 '왕이었지'를 느낄 수 있게, 그걸 강조하기 위해 목소리를 단전에서부터 단단하게 끌어올리는 디테일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 지금까지는 드라마, 시리즈를 많이 해왔다. 이번에 영화 작업을 제대로 경험하면서 느낀 특별한 매력이 있나?
"사전에 준비가 다 되어있다. 그래서 배우가 현장에 이렇게 편하게 와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드라마는 '빨리 빨리'가 많은데 영화는 그런 것이 아니라 놀랐다. 철저하게 다 준비해서 촬영에 임한다는 것이 전제로 깔려 있다. 드라마는 일사천리로 진행이 된다면, 영화는 이 신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많음을 느꼈다. 배우가 몰입하기엔 최고라는 생각에 놀라 하면서 촬영장에 갔다."
- 혹시 이번 작품을 통해 내가 성장했다고 하는 바가 있나?
"달라진 건 없다. 앞으로 더 성장해야 할 것이 많은 것 같다. 저는 아직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배우 박지훈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질문을 받고 쑥스러워 웃던 박지훈은 한참을 머뭇거렸고, 귀는 새빨개졌다. 대답을 못 하는 그에게 기자들이 하나만 꼽아달라고 재차 부탁하자 박지훈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많이들 말씀해주시는 눈빛이지 않을까. 공허하고 아리고 슬픈 눈을 만들어내는 것은 저만이 낼 수 있는 눈빛이라고 생각한다. 글썽글썽하고 사연 있어 보인다. 그런 눈빛이 무기이자 장점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 지금 귀가 엄청 빨개졌는데, 실제 성격이 어떤지 궁금하다. 그리고 현장에 철저하게 준비를 해서 가는 편인지, 아니면 현장에서 바뀌는 스타일인지도 궁금하다.
"나서려고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생각이 많은 편인데 말은 많지 않다. 현장에서 바로 흡수를 하는 스타일이다. 기획하고 준비해서 가기보다는 선배님이 주시는 걸 바로 흡수하고 에너지를 드리는 편이다."
- 굉장히 낯을 많이 가리고 과묵하고 쑥스러움도 많은 편인 것 같은데, 워너원을 비롯해 아이돌로 활동을 하고 있고 무대나 팬들 앞에서는 또 엄청난 끼와 매력을 보여주지 않나. 우리가 볼 때 성격의 갭이 크다는 생각이 드는데 본인은 어떤가? 힘들지는 않나?
"힘들지는 않다. 제 안에 그런 것이 있다. '내가 해드리면 좋아하겠지? 그러니까 시켜주시는 거겠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걱정도 있다. 저를 안 좋아해 주시면 자존감이 내려갈 거다. 만약 시켜주시는데 "옛날 같지 않네"라고 하면 한없이 끝으로 내려갈 거다. 그래서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팬분들이 "해줘요" 하시면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고 그런 믿음이 있기에 바로바로 나오는 것 같다."
- 아역 배우 출신이지 않나. 연기의 끼를 느껴서 시작하게 된 건지 어머니가 시키셔서 시작하게 된 건지,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나?
"TV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될래요"라고 동경심을 가졌던 것 같다. 옛날 사진 보면 동글동글하고 눈빛이 비슷해서, 어머니도 그런 생각이 있으셨던 것 같다. 그래서 연기 학원에 보내주셨다고 생각한다. MTM 연기 학원에 다녔는데, 수업 내용은 구체적으로 생각나지 않는다. 그렇게 배우고 아역 생활을 하면서 카메라와 친해졌다. 카메라 울렁증이 있거나 거부감이 들 법도 한데 카메라를 많이 접하다 보니 배우는 것이 많았다."
![배우 박지훈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https://image.inews24.com/v1/41976e3af313dd.jpg)
-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 그리고 다음엔 어떤 장르를 해보고 싶나?
"사실 저는 뭔가 목표로 삼고 가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지'라는 목표를 가지고 달리는 사람은 아니다. 지금처럼 제가 하는 일이 즐거우면 된다. 감사함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라 그런 뚜렷한 목표가 없는 것이 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목표한 사람이 됐을 때 '그 다음 목표는 뭔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서 달려가지 않는다. 작품은 다 도전해보고 싶다. 그중에서도 딱 한 가지 꼭 해보고 싶은 건 정말 나쁜 사람이다. 나쁜 역할을 했을 때 제가 어떻게 연기할지 몰라서 저도 제 모습이 궁금하다. 선한 이미지를 가진 사람인데 알고 보니 주된 범인인 그런 역할이 하고 싶다. 연속극 보다 보면 "야 이 나쁜 놈아. 니가 어떻게 그래?" 막 이러시지 않나. 그렇게 과몰입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그런 이미지의 연기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 워너원 재결합에 대한 관심이 높다. 오랜만에 뭉치는 거라 팬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마음인가?
"기다려주신 팬분들에게 프로그램으로나마 보여드릴 수 있음에, 이렇게 뭉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우리가 모일 수 있게 제일 도움을 준 건 (하)성운 형과 (황)민현 형이다. 형들의 노력이 제일 컸다. 한번 모여서 프로그램이라도 하자고 해서 다시 모이게 됐다. 두 멤버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 이전 인터뷰에서 해병대 수색대를 가고 싶다고 했는데 아직도 그 생각은 유효한가?
"아직도 힘든 곳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직도 동경하면서 영상을 많이 찾아본다. 수색대나 특전병, UDT 등 영상을 많이 참고하고 있다. 시험을 보고 들어가는 곳이라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특수부대 가기 위해서 전문적으로 배우는 학원이 있더라. 그런 곳을 다녀볼까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너무 가고 싶다. 진짜 그냥 가볍게 하는 말이 아니라 이왕 갈 거면 조금 더 힘든 곳으로 가서 무언가라도 배워오자는 마음이 있다. 그리고 제가 밀리터리 덕후다. 힘들어도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이니까 위로할 수 있는 시간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꼭 가고 싶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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