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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몸으로 사유하는 배우, 평범함으로 증명하는 삶 – 배우 문상윤


헤어지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소중한 친구

[조이뉴스24 박상욱 기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만이 배우의 전부는 아니다. 여기, 무대 뒤 어둠과 고통을 재료 삼아 단단한 빛을 빚어내는 사람이 있다. 뮤지컬과 연극,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드는 배우이자, ‘달빛꽃’ 트레이닝 센터의 관장, 그리고 길 위를 걷는 여행 유튜버. 여러 얼굴을 가졌지만, 결국 ‘몸으로 사유하는 사람’이라는 하나의 본질로 수렴되는 배우 문상윤. 세 번의 치명적인 부상과 좌절을 딛고, 이제는 화려한 비상보다 깊이 있는 착지를 고민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배우 문상윤 프로필 사진 [사진=달빛꽃]

평범함이라는 가장 특별한 무기

“너는 특별히 잘생기지도 않았고, 눈에 띄지도 않아. 그래서 너는 오래갈 수 있어.” 배우 문상윤이 기억하는 대학 동기의 말이다. 배우에게 ‘평범하다’는 말은 치명적인 단점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배우 문상윤은 이 평범함을 자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받아들였다. 주유소 유니폼을 입으면 직원 같고, 편의점 조끼를 걸치면 아르바이트생 같으며, 양복을 입으면 사장님처럼 보이는 얼굴. 그는 어떤 색깔도 입힐 수 있는 백지 같은 상태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았다. 

“어릴 때부터 첫 번째 꿈은 배우였습니다. 지금도 첫 번째는 언제나 배우입니다.”

그는 자신의 첫 번째 정체성을 “배우"라고 정의한다. 25년 넘게 뮤지컬과 연극 무대를 지켜왔고, 지금은 드라마와 영화 분야로 넘어와 단역부터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시골에서 자라며 체득한 성실함과 근면함은 그를 지탱하는 힘이다. 화려한 기교나 계산적인 태도보다는, 조금 촌스러울지라도 우직하게 버티는 힘. 그것이 문상윤이라는 배우가 가진 롱런의 비결이다.

SBS사극 <해치> 궁중검무팀과 함께 [사진=달빛꽃]

세 번 부러진 상처에서 피어난 철학

그의 첫 연기 인생은 순탄하지 않았다. 오히려 처절했다. 27세, 배우로서 꽃을 피워야 할 시기에 찾아온 첫 번째 십자인대 파열. 대형 뮤지컬 공연을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다. 긴 시간 동안의 공백이 이어졌다. 그러나 시련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31세, 중국 연수 중 같은 부위를 다시 다쳤고, 수술 중 의료 과실까지 겹치며 세 번째 수술을 받아야 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닥칠까?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몸을 써야 하는 액션 배우가 꿈이었으니까요."

의사로부터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 그는 절망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절망의 끝에서 그는 ‘진짜 몸’을 만났다. 부상 덕분에 무리하게 힘을 쓰는 대신 몸을 보호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법을 연구하게 되었다. 그는 이것을 ‘반전’이라 부른다. 그때의 부상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섬세하게 몸을 조절하고 사유하는 지도자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부러진 뼈가 붙으며 더 단단해지듯, 그의 내면도 고통 속에서 더욱 견고해졌다.

 

달빛꽃, 신체에 철학을 심다

배우 문상윤은 현재 '달빛꽃' 트레이닝 센터를 운영하며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체육관이 아니다. 배우와 퍼포머를 위한 '종합 신체 훈련소'다. 태권도, 쿵푸, 검술, 격투기, 아크로바틱, 그리고 무용과 요가까지, 무대 위 배우에게 필요한 움직임의 근본을 가르친다.

달빛꽃 트레이닝센터 수업사진 [사진=달빛꽃]

그의 훈련 방식은 독특하다. 단순히 발차기를 높이 차는 기술이 아니라, ‘왜 움직이는가’를 묻는다. 고통이 극에 달했을 때 정신이 육체를 어떻게 제어하는지, 그 찰나의 순간에 집중하게 한다. 그에게 신체 훈련은 곧 ‘사유’다. 몸과 정신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연결될 때, 비로소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에너지가 나온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제자들에게 최소 2~3년의 기본 훈련을 강조한다. 어떤 역할이 주어져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몸, 그것이 그가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자산이다.

70점과 65점이 만들어내는 전체성

배우, 무술감독, 트레이너, 유튜버. 배우 문상윤은 여러 개의 명함을 들고 살아간다. 그는 솔직하게 고백한다. "어떤 장인처럼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지 못했어요. 이쪽을 하면 70점, 저쪽을 하면 65점인 것 같아 아쉬울 때도 있죠." 하지만 그는 이 점수들이 합쳐져 만들어내는 ‘전체성’을 믿는다. 여행에서 얻은 날 것의 체험은 연기의 재료가 되고, 훈련 센터에서의 지도는 자신의 연기 공부가 된다. 서로 다른 영역들은 분리되지 않고 ‘문상윤’이라는 하나의 삶으로 수렴된다. 그는 여러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법을 배웠다. 생계를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이 배우로서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자양분이 되었다.

“70점과 65점이 합쳐졌을 때,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저만의 100점이 됩니다.”

영화 <남바완> 무술감독 현장사진 [사진=달빛꽃]

연기가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배우 문상윤에게 여행은 '도피'가 아닌 '확장'이다. 그의 유튜브 채널 '여행가 문,워크'는 자극적인 예능이 아니다. 중국의 오지나 낯선 도시를 묵묵히 걷고 기록하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상하이의 뒷골목에서 1970년대와 2030년이 공존하는 풍경을 목격하고,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몸짓으로 소통하며 인간 본연의 모습을 탐구한다. 조회수가 높지 않아도 그는 개의치 않는다. 언젠가 여행을 다닐 수 없는 나이가 되었을 때, 이 영상들이 자신의 인생을 증명할 기록이 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 영상들은 타인을 위한 콘텐츠이자, 스스로를 위한 영상 일기다.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감정과 풍경들은 고스란히 그의 연기 세포 속에 저장된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말했다. 저에게 연기란 “헤어지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소중한 친구와 같은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비록 유명하지는 않지만, 묵묵히 친구와 함께 제 길을 가고 있습니다.”라고 담담히 말한다. 최근 몇 년간, 나이와 현실의 벽 앞에서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조용히 가르치는 일만 하며 살아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를 다시 무대와 카메라 앞으로 이끈 것은 제자들과 후배들이었다. 영화제작사에 들어간 제자가 오디션에 참여하라고 권유했고, 후배들이 그의 프로필을 대신 제출하며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는 이제 혼자만의 힘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이제는 제가 스스로를 밀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저를 밀어 올려 날아오르는 느낌이에요. 그는 타인의 응원이라는 부력을 타고 다시 비상할 준비를 마쳤다.

배우 문상윤 [사진=달빛꽃]

길 위에서 찾는 배우의 재료

화려한 조명 아래 서는 것만이 배우의 성공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몸을 사유의 도구로 삼고,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평범함 속에 비범함을 감춘 채 걷는 사람. 문상윤의 연기는 화려한 불꽃놀이보다는 은은한 달빛을 닮았다. 어둠 속에서 길을 비추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는 빛. 세 번의 부상을 딛고 일어선 그의 '문 워크(Moon Walk)'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수원=박상욱 기자(sangwook@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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