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장혜진이 '넘버원'에 담아낸 엄마는 참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집밥의 온기 그대로, 아들의 마음을 그대로 품어주는 엄마. 그래서 마치 '우리 엄마 보는 느낌', '우리 엄마 같이 따뜻하다'는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고 공감하게 만든다. 이는 '넘버원'이 힐링극이라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달 개봉된 '넘버원'(감독 김태용)은 어느 날부터 엄마의 음식을 먹을 때마다 하나씩 줄어드는 숫자가 보이기 시작한 하민(최우식)이, 그 숫자가 0이 되면 엄마 은실(장혜진)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엄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의 영화다. 장혜진은 하민의 엄마인 은실 역을 맡아 '기생충'에 이어 다시 한번 최우식과 모자 케미를 형성했다.
![배우 장혜진이 영화 '넘버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https://image.inews24.com/v1/f29494b85675df.jpg)
영화 '세계의 주인', 드라마 '러브 미', '폭싹 속았수다', '은중과 상연' 등 다수의 작품에서 엄마 역할을 맡아 생생한 생활 연기로 진한 여운을 안겼던 장혜진은 이번 '넘버원'에서 또 한 번 묵직한 존재감을 뽐냈다. 은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점점 멀어지는 아들이 못내 서운하다. 어느 순간부터 집에서 밥을 먹지 않고, 자신이 해준 음식마저 피하는 아들의 변화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 중인 아들과의 거리감 속에서 은실은 점점 깊어지는 허전함과 서운함을 감추지 못한다.
장혜진은 이런 은실에 대해 "큰 상실을 겪었음에도 삶에 매몰되지 않고, 하민을 보듬으며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인물"이라며 "힘든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은실의 태도가 오히려 저 자신과 닮았다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넘버원'은 장혜진의 친숙하고 정감 넘치는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부산 사투리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오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엄마의 모먼트가 공감 포인트이기도 하다. 여기에 큰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상처를 애써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눈물 버튼이 된다. 특히 장례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국에 밥을 말아 먹는 장면은 억척스러운 엄마에 속상함을 토해내는 하민과 맞물려 더 큰 슬픔을 느끼게 한다.
![배우 장혜진이 영화 '넘버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https://image.inews24.com/v1/108cd90f504834.jpg)
장혜진은 "하민과 은실에겐 또 다른 삶이 시작되는 거다. 밥을 하고 먹는 건, 또 하루를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라는 것을 나이가 드니까 알게 되더라"라며 "그 상황에선 밥을 먹어야 한다고 하는 것이 냉정하게 느껴지는 것 같지만, 그게 삶인 거다"라고 전했다. 이어 "엄마의 집밥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거다"라며 "상실감이 있을 때 마음을 다독이고 채우는 거다. 밥 먹으라고 하는 건 일종의 사랑의 표현인 거다"라고 밥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식사하셨어요?"라고 물어보는 건 상대에 관한 관심이다"라며 "예전엔 끼니를 거를 때가 많았으니까 걱정하는 것도 있지만, 그 말 속엔 "오늘 하루가 어땠나"라고 관심을 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마의 집밥은 남겨진 하민이에 대한 걱정이기도 하다. 아빠가 일찍 세상을 떠나고 하민이는 형에게 의지를 많이 했을 거다"라며 "그래서 밥을 먹어야 한다는 말로 "다시 잘 살아가자"라고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부연했다.
엄마는 아들을 위해 슬픔을 그렇게 감춘다. 혹여 아들의 마음이 불편할까 봐 계속 강한 모습으로 응원을 건네던 엄마는 아들이 수술실에 들어가자마자 몸을 숙이고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아들은 보지 못한, 여리디여린 엄마의 진심에 관객들이 먼저 울컥하게 되는 지점이다.
장혜진은 "그 장면 들어가기 전에 미리 울었다"라며 "뻔하지 않은 지점인데, '이런 장면으로 울릴 거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예상을 비켜나가는 부분이다. 거기서 희열이나 감동이 배가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제가 울지 않고 최대한 참자는 마음이었다"라며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데 촬영 전 미리 울고 현장에서는 울지 않으려 애썼다. 연기하는 배우가 너무 많이 울면 보는 사람도 힘들어서 감정의 높낮이를 주면서 잔잔하게 감동이 올 수 있게 하자는 마음이었다"라고 일부러 우는 장면을 넣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배우 장혜진이 영화 '넘버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https://image.inews24.com/v1/d42ea29d2848fa.jpg)
이는 김태용 감독의 연출법이기도 하다. 장혜진은 "뻔한 걸 뻔하지 않게 하는 능력이 있다. 타고 나길 뻔한 걸 안 좋아하는 것 같다"라며 "여러 사람의 의견을 많이 듣는다. 재미있으면 그걸 쓰고 모르겠으면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말씀도 귀엽게 한다. 그런 모습이 극에 많이 녹아있다"라고 김태용 감독의 특별함을 강조했다.
'넘버원'의 중심축은 최우식과 장혜진의 애틋하고 공감 가는 모자 케미다. '넘버원'이라는 제목처럼, 누구보다 많이 아끼고 사랑하고 걱정하는 엄마와 아들은 이름만 들어도 저절로 눈물과 미소가 지어지는 관계다. 하민과 은실도 마찬가지. 그래서 알게 모르게 서운함이 쌓이고 티격태격해도 결국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이다.
'넘버원'의 하민과 은실이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건, 최우식과 장혜진의 탄탄한 연기 내공과 남다른 케미가 더욱 빛났기 때문이다. '기생충'에 이어 두 번째 모자 호흡이기 때문에 더 끈끈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힘이 있다. 장혜진은 최우식에 대해 "우식이 자체가 예의가 바르고 자신을 잘 조절해나가는 능력이 탁월하다"라고 칭찬했다.
'걱정 인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걱정이 너무나 많은 최우식이지만, 장혜진은 "걱정이 일상이다. 걱정을 통해서 안정을 찾는 것이다"라며 "그래서 나태해지지 않고, 안주하지 않는다. 그 걱정이 있기에 연기가 더 좋아진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걱정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발전하려고 하고 그래서 지금의 최우식이 있는 거다"라며 "안 그러면 멈춰있었을 텐데, 몇 년 만에 같이 연기를 해보니 더 좋아졌다는 것이 느껴진다"라고 걱정을 통해 끊임없이 발전하고 성장하는 최우식의 노력을 언급했다.
![배우 장혜진이 영화 '넘버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https://image.inews24.com/v1/92eb74e4dc03e0.jpg)
그러면서 "더 넓고 깊어지고 섬세하다. 거칠지 않고 부드럽다. 예의 바르지만 할 말은 또 한다"라며 "우식이의 연기가 너무 좋아서 마음의 소리가 그대로 나오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걱정이 지금의 우식이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걱정은 마이너스가 아니라 플러스다"라고 극찬을 더했다.
"우식이는 그 자체로 편한 사람"이라고 덧붙인 장혜진은 "쓸데없이 잘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라며 "결이 남다르고 귀엽다"라고 거듭 애정을 표현했다.
'넘버원'은 부산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장혜진에겐 또 하나의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영화이기도 하다. 그는 "사투리 선생님부터 제작 스태프까지 좋은 친구를 얻은 작품이다. 부산에서 목욕탕을 가기도 했다"라며 "이들과 오래 못 있는 것이 아쉬웠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밥차도 맛있었고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라며 "전체적으로 봤을 때 누구 하나 모나지 않았고, 사랑이 가득한 현장이었다.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달려갔다"라고 남달랐던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 나이로 10살이 된 아들이 최우식과 많이 닮았다며 애정을 듬뿍 드러낸 그는 "'넘버원'은 뷔페같이 잘 차려놓은 영화다. 10년 뒤에 봐도 좋은 영화이고 엄마 집밥이 그리울 때 두고두고 회자가 될 작품"이라며 따뜻한 가족애가 가득 담긴 '넘버원'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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