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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② '휴민트' 류승완 "시대 감수성 다시 배워⋯조인성·박정민 탁월한 액션"


(인터뷰)류승완 감독, 영화 '휴민트'로 휴먼+멜로 액션의 정수 선사
"황정민도 감탄한 신세경의 '이별'⋯조인성도 대단하다며 놀란 연기"
"관객 성장 없었다면 대중영화 성장도 없다" 류승완 감독의 책임감
"'휴민트' 하고 여한 없어져, '베테랑3'는 관객들이 좋아했던 서도철 보게 될 것"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칭찬엔 감사함을, 비판엔 겸손하게 반성의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극장을 찾아주는 관객에 대한 고마움을 거듭 전하는 동시에 더욱 좋은 영화가 만들어지기 위해 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드러냈다. '휴민트'로 자신이 하고 싶었던 모든 걸 다해서 이제 여한이 없다고 말하는 류승완 감독의 얼굴은 그 어느 때 보다 편안했다. 특유의 재치 있는 농담도 잊지 않았다. 특히 "박정민의 멜로를 멋있게 그려줘 고맙다"라는 반응엔 "박정민에게 얘기 좀 해달라"라고 답하기도. 또 "박정민 배우가 은인 같은 존재처럼 깊은 믿음을 보여줬다"라는 말엔 "은인은 윤성현 감독 아니냐"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서로를 너무나 신뢰하고 있는 류승완 감독과 배우들의 끈끈한 관계성이 있기에 '휴민트'가 이토록 빛날 수 있었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지난 11일 개봉된 영화 '휴민트'(감독 류승완)는 비밀도, 진실도 차가운 얼음 바다에 수장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다. 연출을 맡은 류승완 감독을 필두로 조인성, 박정민, 박해준, 신세경까지 합세해 강력한 시너지를 완성했다.

류승완 감독이 영화 '휴민트' 촬영 현장에서 연출 지휘를 하고 있다. [사진=NEW]
류승완 감독이 영화 '휴민트' 촬영 현장에서 연출 지휘를 하고 있다. [사진=NEW]

매 작품 한국 액션 장르의 경계를 넓혀온 류승완 감독은 이번 '휴민트'로 휴머니즘을 기반으로 한 스타일리시하고 강렬한 액션의 정수를 보여줬다. 특히 그는 "구원과 희생, 그리고 복수가 액션 영화의 영원한 테마"라고 밝히며 '휴민트'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설명했다.

사람을 통한 정보 활동이라는 '휴민트' 개념을 바탕으로 완성된 '휴민트'는 냉혹한 현실 속, 인간의 감정이 만들어내는 작지만 거대한 파장을 스크린에 깊이 있게 풀어냈다. 조 과장(조인성 분)의 인간애부터 박건(박정민 분)과 채선화(신세경 분)의 처절한 멜로까지, 복합 장르인 '휴민트'는 극장에서 꼭 봐야 하는 영화로 평가 받고 있다. 다음은 류승완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이번에 처음 영화를 함께한 신세경 배우에게 기대했던 바는 무엇인가?

"고요하면서 단단한 느낌의 힘이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만났을 때 되게 차돌 같고 단단했다. 센 사람이라고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편안하게 해준다. 바늘도 안 들어가는 사람이다. 일부러 자신을 강하게 어필하는 것이 1도 없는데, '헤어질 결심'에 나오는 꼿꼿한 태도가 있다. 내가 원하는 사람이다. 세경 배우도 왈가닥부터 시작해서 짙은 연기까지 많은 연기를 해왔다. 이번에 만나서 작업을 하며 '되게 철저하게 준비하는 배우구나' 생각했다. 지금까지 북한 관련된 두 편의 영화를 하고 꽤 많은 배우와 사투리 관련해서 해봤는데 (세경 배우의 사투리가) 최상급이었다. 대사를 뱉는데 놀랐다. 배우들도 신기해서 다 구경했다. 연출자가 원하는 요구대로 촬영하게 되는데, 이게 오케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안다. 이게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하면 흔들리지 않고 다른 것을 한다. 조인성 배우도 호텔 장면을 찍다가 놀라서 절레절레하더라. 대단하다고 했다."

배우 신세경이 영화 '휴민트'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NEW]

- 노래를 시킨 것도 잘하기 때문인 건가?

"왠지 잘할 것 같았다. 황정민 선배가 그 신을 찍을 때 놀러왔다. 뮤지컬 하는 사람이지 않나. "신세경 노래 잘한다"라고 하더라. 북한 사람들 사이에서 한국 가요를 많이 듣는다. 가장 많이 알려지고 좋아하는 노래가 '사랑의 미로'라 처음엔 그걸로 할까 하다가 그 노래를 하면 이 인물들의 관계를 이상한 방식으로 안내할 것 같아서 '이별'로 했다. 알고 보니 패티킴 씨가 북한 공연할 때 그 노래를 불렀더라. 그 노래가 제가 이 영화를 만들 때 가장 신경 썼던, 이별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 골랐다. 부르긴 어려운 곡인데 신세경 배우가 잘해줬다."

- 정말 다양한 액션이 등장하는데, 이번엔 어떤 새로움을 추구했나?

"총격전을 찍을 때 액션 팀이 다 디자인을 하는데, 태상호 군사전문 기자분이 현장에 아예 계셨다. 특수부대 교육을 많이 하는 교관이다. '모가디슈'부터 있었다. 시나리오상 인물의 포지션, 목적성이 있다. 이걸 기반으로 군사 작전을 하듯이, 어떻게 침투하고 엄폐하는지, 또 노출됐을 때는 어떻게 하는지 다 설계를 해줬다. 총격전할 때 파지법이나 실제 성공했던 작전에서 하는 것을 가지고 만들었다. 카체이싱은 앞으로 이런 장면을 찍을 수 있을까 싶긴 하다. 라트비아 카 드라이버인데, 드리프트 세계 챔피언이다. 눈밭인데도 서달라는 위치에 완벽하게 선다. 몇 바퀴 돌아달라고 하면 그대로 한다. 로케 갔을 때 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폐쇄공항 활주로에서 시범을 보이더라. 진짜 잘한다. 촬영 감독이 한 번 탔다가 "장난 아니다"라고 하더라. 촬영할 때 눈이 내리고 진짜 추웠다. 다 꽝꽝 얼었다. 그럴 때 우리는 사고 날까 봐 겁을 내는데, 너무나 놀랍게도 스턴트를 하더라. "이런 것을 보다니" 하면서 구경하기 바빴다. 이건 정말 잘했다 싶은 장면이다."

- 배우들의 말에 의하면 직접 시범을 보이며 기강을 잡았다고 하던데.(웃음)

"제가 무슨 기강을 잡나.(웃음) 배우들 가스라이팅을 하는 거다. 액션에선 물리적으로 해야 하는 샷도 많고, 안전 장비도 필요하고 감정도 지속되어야 한다. 육체적으로 힘들다. 제가 액션을 잘해서가 아니라 아픈 곳에는 못 넘어진다. 안전장치가 잘 되어 있어야 한다. 배우들은 그런데도 제가 계속하라고 하니 얼마나 얄밉겠나. 그런데 제가 직접 그런 것을 하면 잠깐이라도 숨 쉴 수 있는 틈이 생기니까 일종의 이벤트를 하는 거다."

- 조인성 배우가 자신이 액션을 잘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감독님에게 물어봐 달라"는 말을 했다. 박정민 배우 역시 겸손하게 얘기를 했는데, 두 배우 액션의 장점을 꼽아달라.

"그런 말은 제가 왜 키가 작은지 모르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 마피아 두목으로 나오는 로버트 마서라는 배우는 진짜 말도 안 되게 몸을 쓴다. 아무도 이 사람을 못 따라간다. 그래서 스턴트를 더블로 못 썼다. 너무 잘한다. 그런데 조인성, 박정민 배우가 대결할 때는 안 밀려 보인다. 실력으로 보면 안 되는 거다. 그거야말로 감정이다. 동작을 어떻게 하느냐가 아니라 그 상황 안에서 뿜어야 하는 감정인 거다. 로버트 마서도 스턴트가 아니라 배우로 쓴 거다. 찍으면서도 대단했다. 결국, 좋은 액션은 좋은 감정이 수반되지 않으면 나오지 않는다. 액션 영화도 결국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가, 감정 표현의 방식인 거다. 그런 측면에서 탁월한 액션을 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제가 다른 요소를 빼고 인물에게 집중하자고 한 것도 액션 때문이다. 앞에 개인의 감정, 서사가 쌓이지 않으면 화려한 퍼포먼스를 해도 구경만 하게 된다. 길가에서 사고가 났을 때 아는 사람이라면 큰 사건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면 그냥 지나가게 되는 것과 같다."

배우 박정민이 영화 '휴민트'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NEW]
배우 박정민과 조인성이 영화 '휴민트'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NEW]

- 이번엔 늘 함께 작업하던 최영환 촬영 감독('왕과 사는 남자' 촬영 감독)이 아니라 양현석 촬영과 함께했다. 어땠나?

"최영환 촬영 감독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찍어야 했는데 왜 나에게 이런 대본을 안 줬냐"라고 하더라. "다른 거 찍는다고 그랬으면서 뭔 소리냐"라고 했긴 하지만 되게 고맙더라. 그러면서 "내가 찍었으면 그렇게 못 찍었을 거다. 너무 잘 찍었다"라고 하더라. 최영환 감독에게는 미안할 정도로 좋았다. 양현석 감독이 너무 열심히 한다. 촬영, 조명 팀들이 되게 멋있었다."

- 여성 인신매매 소재가 북한 여성의 실상을 다루고 있어서 현실성을 많이 반영했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이를 달리 해석하는 반응도 있다. 이에 속상한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베를린' 하면서 취재할 때 북경 지역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어디인지 모르는 곳에 가 있기도 하다는 얘기를 탈북자들에게 들었다. 화가 많이 났다. 화가 많이 난 상태로 그걸 찍었으면 그냥 세게만 찍었을 것 같다. 피해자들을 다른 방식으로 착취하는 시선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바로 못 들어갔다. 이번에도 찍으면서 현재성이 있는 건 취재를 다시 시작해 녹여냈다. 실제 있는 일을 모티브로 만들었지만, 고민을 엄청 했다. 이걸 그대로 다 드러내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촬영 감독과 고민을 하면서 "우리의 시선과 태도를 명확하게 하자"고 했다. 카메라를 세심하게 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판적인 시선의 반응을 보면서 이렇게 예민한 소재일수록 더 조심해야 하고 한 번 더 생각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시대 감수성을 또 한 번 배운다. 내 의도는 이게 아니라고 버틸 부분은 아니고, 고민하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됐다. 계속 배우고 있다."

- 배우를 꿈꾸는 사람은 많지만, 배우가 되는 건 쉽지 않다고 했는데, 감독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어떤 독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제가 출발했던 시대와 지금은 많이 다르다. 사실 요즘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의지와 노력만 있다면 다 만들 수 있다. 그게 극장용 영화이냐 그런 건 다른 문제다. 개인이 영화를 찍고 에세이를 쓸 수도 있다. 물론 대중영화는 다르지만, 하면 된다. 다만 일은 다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을 상대로 어렵다고 징징대는 건 안 된다. 대중영화라는 건 현실에서 지칠 때 위로받을 수 있는 수단이다. 우리가 어렵게 찍었으니까 그걸 이해해달라고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힘들어도 씩씩해야 한다."

- 이번 작품이 유독 떨린다는 말을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옆에서 배우들이 당황해할 정도로 손에 땀이 많이 났다. 왜 그런가 했는데 , 모든 영화가 특별하고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거지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지금도 떨린다. 무대인사를 다니면서도 설렌다는 것이 환경의 변화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배우들이 용산 아이맥스나 돌비관이 꽉 차 있는 걸 본다. 관객들은 객석에서 보기 때문에 못 보는 광경이지만, 우리는 본다. 그러면 울컥한다. 최근에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있나 싶다. 동네 극장에 가면 텅텅 비어있고 로비도 썰렁하다. 그런데 최근에 좀 북적해졌다. 그런 변화 안에서 한편 한편 만드는 것이, 그리고 이걸 보러 와준 관객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겠다. 한국 영화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세대교체, 영화제의 성장 등을 주로 얘기하는데 관객들의 성장이 아니었다면 대중영화가 산업적으로 안착하지 못했을 거다. 수요 없는 공급은 없다. 그런데 이 놀이터가 비어있다. 관객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요인이 작용한 것 같다."

배우 조인성이 영화 '휴민트'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NEW]
류승완 감독이 영화 '휴민트' 촬영 현장에서 연출 지휘를 하고 있다. [사진=NEW]
류승완 감독이 영화 '휴민트' 촬영 현장에서 연출 지휘를 하고 있다. [사진=NEW]

- 그런 지점에서 더 책임감을 느끼는 시기일 것 같다.

"여전히 관객들이 무대인사에서 잘 봤다고 해주신다. 코로나 3년 동안 이런 만남이 끊긴 건데, 새로운 관객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선배로서 연결고리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제 영화를 만드는 것도 만드는 것이지만, 어떻게든 관객들이 극장에서 보는 재미를 되찾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왕과 사는 남자'가 잘 되는 것이 좋다. 장항준 감독도 재미있는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이라는 걸 보여준 거다. 그리고 지금 시작하는 30대 감독들을 위해서라도 제가 버텨야 하지 않나 싶다. 산업이 돌아가야 그런 기회가 생긴다."

- 최근 출간한 '재미의 조건'에서 '휴민트'를 앞으로 어떻게 영화를 만들어갈지 고민하는 영화이자 분기점이라는 말을 했다. 대중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인데, 거기서 오는 두려움도 있나?

"그건 지금까지 항상 그랬다. 영화를 만든다는 건 없던 걸 만드는 것이다. 현장에서 리테이크를 갈 때 "원래 이 자리였다"라는 얘기를 한다. "원래가 어디 있냐? 없었던 거다"라고 한다. 우리가 두려움을 느끼는 건 모르는 것에서다. 프랜차이즈 영화를 만들어도 숫자만 붙을 뿐이지 세팅은 새로 시작하는 거다. 항상 두렵고, 그래서 더 재미있다. '휴민트'를 만들고 나서 여한이 없어졌다. 제가 진짜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봤다. 데뷔해서부터 제가 좋아하는 취향에서 벗어나지 않고 취향의 극단에서 만들기도 하고, 누르기도 했다. 이번엔 제가 진짜 해보고 싶었던 감정선과 액션의 스타일, 영화의 톤과 무드를 했다. 정말 미련도 없어지고, 다음 것을 할 때는 되게 편하게 하고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아기를 벗어난 느낌이다."

- '베테랑3'를 준비 중인데 어떤 기대 포인트가 있나?

"다른 각본가가 초벌을 했고, 이제 제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왔다.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것 하나는 '베테랑2'가 '베테랑1'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정리한 거였다면, 이번 '베테랑3'는 순수하게, 관객들이 좋아했던 서도철을 다시 돌려드릴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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